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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현] 제국대학의 조센징(2019)

독서일기/한국사

by 태즈매니언 2020. 9. 2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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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들의 호평이 이어지던 책이었는데 역시 읽기를 잘했구나. 경성제대를 마다하고 일본 본토에서 유학했던 천여 명의 조선인 유학생 중 도쿄와 교토제국대 학생들의 활동과 이력을 정리했는데 에필로그를 제외한 14개의 챕터 주제 하나하나가 매력적이다. 한국학 연구지원기금이 가치있게 쓰인 좋은 사례인듯.

 

아마노 이쿠오의 <제국대학>을 먼저 읽고 봤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이 책에서도 일본의 제국대학의 간략한 역사와 위상을 간결하게나마 설명해주고 있다.

 

제국대학 출신들이 '내지'의 고등학교(지금의 대학 예과에 대항) 출신이었고, 당시의 고등학교와 대학 정원이 거의 비슷해서 실질적인 입시지옥은 중학교시절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조선인들이 생각보다 일본의 온갖 지역에 있는 고교에서 수학한 후에 제국대학에 입학했더라.

 

여학생이 제국대학에 입학한 것은 1913년 도호쿠제국대학이 최초였고, 도쿄와 교토제국 대학은 패전 때까지 단 한 명의 여학생에게도 입학을 허락하지 않았더라.

(경성제대는 1945년에 졸업한 신진순씨가 유일..)

 

1936년 창간된 <교토제국대학 조선'유'학생 동창회 회보>가 1939년 <교토제국대학 조선학생 동창회 회보>로 '유' 한 글자가 빠진 의미도 무겁게 다가왔다. 식민지 유학생회에서 제국 예비엘리트들의 지방 향우회로.

 

대한민국 제헌헌법의 초안이 유진오 박사안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정확히는 유진오-행정연구위원회 공동안이었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유진오 박사는 일제에 부역한 과거가 없어서 선택된 얼굴마담이었고, 실제 초안 작업은 제국대학 출신의 행정 사법관료이었을 개연성이 높다니. ㅎㅎ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보다 <제국대학의 조센징>같은 책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정반대편에는 반크와 윤미향씨의 정의연이 있겠고.

 

대학교 다닐 때 15동 법대 옆에 뜬금없이 호화찬란한 <근대법학교교육 100주년 기념관>(1996년 준공) 건물이 있어서 1946년부터 겨우 50년 넘은 학교에 뜬금없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게 다 우리는 (경성)제국대학의 적자라는 자부심의 표출이었구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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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1918년 '대학령'이 선포될 때까지 일본에서 대학은 제국대학뿐이었다. 게이오대학과 와세다대학도 대학이라는 명칭을 썼지만 '사립 와세대학'처럼 반드시 '사립'을 붙여 전문대학이라는 구별을 표시했다. '학사'라는 칭호도 제국대학 졸업생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권적 칭호였다.

(중략)

1899년부터 도쿄제국대학의 졸업식에는 메이지 천왕이 직접 행차하여 우등생에게 은시계를 하사했다. 제국대학 졸업생들의 명부는 성적순으로 기록되었다.

 

37쪽

 

1893년 일본은 강좌제를 제국대학에 도입한다.

강좌제는 연구와 교육상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 조직이었다. 강좌는 학과와 학부에 우선했다. 강좌가 기초 단위로 존재하고 그것의 집합체로서 학과와 학부가 조직되었다. 문부성이 강좌제를 도입한 이유는 학문의 전문화에 있었다. 이 강좌제는 교육보다는 연구를 우선하는 제도였다. 배우는 학생이 없어도 필요한 세부 전공이라면 강좌가 존재했다. 강좌제는 교수들이 자기 학문 분야의 이름을 내건 독립 영역을 보장받는 계기가 되었다.

 

71쪽

 

만주나 서북 출신들은 애초부터 경성제국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서북과 만주 지역의 조선인들은 조선왕조 이래 서울 중심성에 반발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전통 사회에서 자신들을 차별해온 경성에 가기보다는 차라리 권력과 지식의 본토로 직접 유학하는 길을 선택했다.

264쪽

제굳대학 출신의 배타적 특권의식은 서울대의 교사(校史)에서도 드러난다. 공식적인 교사인 <서울대 50년사>(1996)는 개교를 1946년으로 잡고 있지만, <서울대 의과대학사>(1978), <서울법대백년사자료집>(1987) 등에서는 경성제국대학을 자신의 뿌리로 인식하는 이중적인 대학사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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