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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슐츠/김범 역] 무신과 문신(2010)

독서일기/한국사

by 태즈매니언 2022. 3. 2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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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과 문신>(에드워드 슐츠/김범 역, 2014)
무신정권기의 고려사를 전공했고 지금은 은퇴한 에드워드 슐츠 명예교수님의 2000년도 저작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연구자로 일하시는 한국사 전공자 김범 박사님이 국문으로 번역한 책입니다.
저는 미국인 한국사 연구자는 국내의 연구자와 어떻게 시각이 다른지 궁금했습니다. 제가 봤었던 한국사 개론서에서는 무신정권 시기의 하극상과 실력주의, 최씨 가문의 권력독점이 강조되었던데, 이 책에서는 무신 집권자도 자신이 처한 제약조건 하에서 최대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정치가들로 보였구요. 짧게 언급되지만 미나모토노 요리토모가 1192년 개창한 가마쿠라 막부와 비교한 부분도 좋았고요.
한국의 상층 집단이 위선적인 유교 탈레반이었던 조선시대가 아니라 적나라하게 현세적이고 개인의 이익에 민감했던 고려시대에 매력적인 개인들이 훨씬 많았을 것 같은데 사료가 부족한 게 아쉽습니다.
슐츠 교수님의 친우인 UCLA의 존 던컨, 마르티나 도이힐러님 같은 연구자분들의 책을 더 봐야겠습니다. 너머북스에서 2013년 <한국사의 새로운 이해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3부작도 있던데 읽어보신 분들의 감상이 궁금합니다.
검색해보니 에드워드 슐츠 교수님은 1966년부터 1981년까지 한국에서 지냈던 2,060명의 평화봉사단 중에서도 1기셨군요. 작년이 창립 60주년이었다는 평화봉사단의 발자취가 여기에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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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쪽
우봉 최씨인 최충헌의 아버지 최원호는 상장군이었다. 그의 외가도 비슷하게 중요한 무신 가문이었다. 그의 외조부는 남부 지방인 진주 출신의 상장군이었다. 최충헌은 아버지의 품계를 이용해 음서를 받아 문반으로 입사했다. 몇 번 자리를 옮긴 뒤 불만을 품은 그는 무반으로 옮겼고 거기서 더 큰 명성을 얻었다.
111쪽
한국은 일본의 중세적 발전과 비슷했지만, 거기서 형성된 주군/가신 관계는 덜 일반적이었으며 일본이나 유럽에서 나타난 것보다 긴밀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가신 대신 문객을 두었다. 이런 주군/문객의 관계는 무신 집권기 고려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려에서 문객들은 가마쿠라의 고케닌이누렸던 자치를 얻지 못했고 자신의 주군에게 긴박되었다.) 그러나 최씨 정권이 몰락하고 엄격한 유료적 관료 체제로 돌아가면서 그 관계는 갑자기 끝났고, 문객은 복잡한 위계질서 안으로 편입되지 않았다.
187쪽
외국의 요구에 굴복하거나 자신의 토지와 나라를 위해 싸워야 하는 대안에 마주쳤을 때 대부분의 경우 농민은 후자를 선택했다. 향토주의가 한 원인이었지만, 농민의 지원을 확보하려는 최씨 정권의 조세 우대 조치와 면세의 능숙한 사용은 분명히 효과적이었다.
264쪽
최충헌은 대립적인 두 조직의 운영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를 개발하지 못했다. 그 대신 그는 유교적 체제를 유지해 자신의 구조를 유교적 규범에 맞췄다. 그를 위해 일한 인물들은 지도자인 그에게 충성을 바쳤다. 그러나 그들의 궁극적 충성은, 만약 그들이 유교를 완전히 믿는다면, 통치자인 국왕에게 가야했다. 최씨 정권은 이런 어쩔 수 없는 타협에 힘입어 그 시기에 일시적으로 안정을 가져올 수 있었지만 약점의 씨앗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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