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타라 웨스트오버/김희정 역] 배움의 발견(2018)

독서일기/에세이(외국)

by 태즈매니언 2020. 12. 8. 02:15

본문

내일 출근하면 할 일이 산더미같은데 왜 난 새벽 두 시가 되어가는 이 시간까지 500페이지 남짓되는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었을까?

 

여성판 <힐빌리의 노래>격이라 타라 웨스트오버를 유명하게 만든 몰몬 광신교도 집안에서 태어나 16세까지 학교도 못가본 깡촌 소녀가 10년만에 케임브리지 박사가 된 해피엔딩을 보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타라가 왜 끝까지 자신의 몰몬교 가족의 절반(부모가 반대쪽이니 좀 더 높게 쳐야겠다.)과의 관계를 상실한 것을 벗어나지 못하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심지어는 생명의 위기까지 감수하며 모욕받으러 고향집 벅스피크를 찾았을까?

 

타라가 존 스튜어트 밀과 19세기 자유주의를 연구해서 케임브리지 박사가 되었다고 하지만 결말까지 그녀의 행동은 오히려 교육이 참 허망하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타라 자신의 자유의지로 부여잡은 교육으로 이룬 성취보다 편집증 광신도와 돌팔이 대체의약품 판매자 겸 산파인 성공한 종교장사꾼 부모가 이룬 영향력이 더 크다는 사실에 타라 스스로도 무력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요즘 내 스스로의 부족한 모습에 실망할 일이 많았다. 내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보다는 스스로 포기하는 무기력함에 익숙해지는 모습도 그렇고. 그래서 나같지 않은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고 싶었는데... 어째 많이 교육받자 봤자 별 거 없다는 생각이 든다.

 

타라의 사례를 보면 교육을 통한 지적 만족감과 사회적 인정보다 오히려 어린 시절 부모의 충분한 사랑과 지지가 개인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종교 속에서 전근대 혹은 19세기 습속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현대문명과 현대식 교육이 주는 자유의 신봉자들과 다산을 강조하는 전통적 종교 사이의 사상 경쟁에서 누가 승리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늙어갈 때쯤엔 어떻게든 판가름이 나겠지.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