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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 서울 리뷰 오브 북스 0호(2020)

독서일기/독서법창작론

by 태즈매니언 2020. 12. 22.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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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화제를 뿌리는 것만큼이나 멋진 서평이 화제가 되는 세상을 꿈꾸며 출범한 서평 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 0호를 받았다.

 

우선 로고와 표지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창간을 준비하면서 이 부분에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난다.

 

그런데... 나는 다른 서평잡지를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전문 서평지가 원래 이런 느낌인건가? 0호에 실린 서평 중 반절 이상은 서평이 아니라 책을 언급한 사회평론, 혹은 자신의 현학을 과시하고자 곁다리로 책을 들먹인 논문 아이디어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기대했던 ‘함량미달인데도 과한 조명을 받는 책에 대한 혹독한 비판’ 코너는 아예 없었다. 꼭 베스트셀러를 비판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많이 읽지만, 이 책은 유독성 폐기물 혹은 쓰레기니 주의하라'는 경고문같은 시원시원한 서평이 하나도 없다니.

 

<서울리뷰오브북스>가 창간을 발표하면서 밝혔던 지향은 '중요한 주장과 해석을 담았지만 널리 주목받지 못한 책을 발굴해서 제대로 평가하고, 그럴듯한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과장과 허풍이 심한 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칼을 들이댈 것'이 아니었나? 이번 0호의 편집장의 말에서도 이 언급이 실려있는데.

 

다 읽고 나서 짚어 보니 내가 보기엔 이번 호에서 위에서 밝힌 지향에 맞는 글은 박상현님의 <실리콘밸리가 만든 새로운 자본주의 시스템>과 박 훈님의 <중국과 일본을 보는 또 하나의 눈>, 김두얼님의 <경제학에 대한 도전 VS 경제학의 도전>, 박진호님의 <한국어다운 번역을 찾아서> 네 편 뿐이었던 것 같다.

 

송지우님의 <기회의 평등은 불가능한가?>도 추가할까 싶었는데, 이 서평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세습 중산층 사회>의 핵심 논지에 대한 내가 보기엔 일리 있어 보이는 비판에 대해 다루지 않고 저자의 논지를 그대로 인정하고 있어서 보류했다.

 

편집위원 풀에 학계가 아닌 분과 가급적 젊은 분들이 많이 들어가면 좋겠다. 그리고, <서울리뷰오브북스>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려면 외국 작가보단 국내 신진 작가들의 소설에 대한 리뷰에 각 권마다 일정 분량을 할애하는게 좋지 않을까?

지금까지 까다롭게 궁시렁거리긴 했지만 이렇게 서평 전문지를 내어놓기까지 고생하신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많이 찾는 잡지가 되서 오래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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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쪽

 

상향 계층이동에 따르는 윤리적 비용은 노력의 비용이기도 하다. 하위 계층에서 출발하는 이들에게 노력은 단지 성실한 습관 형성과 꾸준한 집중력 발휘의 문제가 아니다. 노력한다는 것은, 자칫 나고 자란 공동체와의 단절, 그곳에서 맺은 관계의 상실을 수반하는 행위인 셈이다.

 

111쪽

 

주보프는 19세기에 등장한 산업자본주의가 사람들이 들판에서, 집에서 하던 행동을 시장에서 하는 '경제적인' 행동으로 바꿔버린 것처럼, 감시자본주의 안에서 사람들이 하는 행동은 전부 '행동 데이터'로 전환되어 사람들, 아니 '사용자들'이 미래에 할 행동을 예측하고 유도하는 작업에 사용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회적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뿐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개인성을 지워 버리는 "위로부터의 쿠데타"다.

 

117쪽

 

(주보프의 책에서) 중국을 설명하는 13장이 가지고 있는 난점은 중국 정부의 동기는 상업적 성공을 유지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는 데 있다. '감시자본주의'라는 개념으로 시작한 책으로서는 단순한 권위주의에 감시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보이는 중국을 같은 이론적 텐트 안에 포함하기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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