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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파워포인트 블루스(2009)

독서일기/독서법창작론

by 태즈매니언 2020. 3. 3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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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부터 프리젠테이션 꿈나무였다. 내가 (초등학교가 아닌)국민학교 2~3학년 때인 80년대 후반에는 칠판을 제외하면 '전지'(1,091mm*788mm)를 긴 나무 막대기에 끼워둔 '괘도'라는 학습도구가 유일한 데이터 시각화 도구였다.

 

담임선생님이 '전지'에 발표준비를 해오라는 숙제를 내면 다른 친구들은 2장짜리 채우는 것도 버거워했다. 사인펜 하나만 사용한 줄글은 위아래로 훨훨 날아다녔고.

 

그런데 나는 2장 이상이라고 했다고 새벽까지 18장까지 만들어가지 않나, 반듯하게 보이려고 연필과 대자로 밑줄을 그어놓고 글씨를 쓰고 표를 그린 다음 형형색색의 굵은 사인펜들로 쓰고 그 큰 종이의 연필선을 지우느라 한참 걸려서 새벽 4시까지 만들고 잤던 기억이 난다.

(당연히 선생님은 칭찬했지만 애들 반응은 아주 안좋았다. 요즘같으면 따돌림 당했을듯...)

 

이런 기질은 OHP필름 프로젝터와 PPT에서도 그대로 이어져서 내가 충분히 준비한 발표에서는 사람이 많건 적건 그다지 떨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이런 애정은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 급격하게 떨어지더라. 잡스처럼 홀로 무대에 서서 청중을 모아놓고 프리젠테이션을 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파일확장자만 *.ppt이지 거의 문서작성프로그램처럼 사용하는 직장 내 보고문화에 답답해하면서 읽었던 책이 가르 레이놀즈의 <프리젠테이션 젠>이었다.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다. 하지만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업무적으로 하는 영업직이나 광고홍보직이 아니라면, 임원이나 본부장급이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 따라하기엔 맞지가 않더라.

 

그런 아쉬움때문에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고민과 열망이 거의 사그라든 시점에 IT컨설팅과 데이터 시각화의 전문가 김용석님의 <파워포인트 블루스>를 읽었다.

 

처음에는' 2009년에 나온 10년 전 책인데 도움이 될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는데 이야기를 구성하는 기획과 구조잡기를 프리젠테이션의 핵심으로 강조하시기 때문에 여전히 유용하다.

 

어쩌다 공식적인 발표용 프리젠테이션 기회를 얻게 된다면 <프리젠테이션 젠>을 평소에 수시로 업무회의용으로 쓴다면 <파워포인트 블루스>를 추천드린다.

 

김용석님의 유투브 채널이름도 '파워포인트 블루스'인데, 댓글로 단 영상처럼 훌륭한 프리젠테이션의 경지가 어떤 것인지 한 번 구경하시길. 목소리톤과 발음도 참 좋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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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이 책의 제목이 '파워포인트 블루스'가 된 이유도 이상적인 프리젠테이션의 원칙을 알고 그렇게 작성할 능력이 있으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슬라이드를 날마다 양산해 내는 데 고군분투하는 지식 노동자의 '애환'을 공유하고 조금이나마 이 문제를 해결해보기 위함이다.

 

206쪽

 

가장 좋은 비교 방법은 스티브 잡스처럼 비교 대상을 시각화하는 것이다.

 

221쪽

 

채택이 안 되는 보고서의 대부분은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 내지 못해서다. 아쉽게도 내가 보아왔던 수많은 보고서는 명분이 약하거나, 아니면 너무 많거나 그도 아니면 아예 없어서 경영진에게 거절당해왔다.

 

237쪽

 

여러 사람이 함께 협업하는 경우라면 스토리보드를 주도할 사람을 먼저 선출하라. 그리고 되도록 상세하게 밑그림을 그려내기 위해 부문별로 담당자를 나누어 자료를 수집하고 계속 토의하면서 전체 스토리의 흐름에 문제가 없는지를 계속 검증하라. 완전한 스토리가 머릿속에 완성되어 구성원이 모두 동의할 때까지 이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보통은 초반에 일을 나누어 가지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서 완료 직전에야 모여서 보고서를 합쳐서 완성하고는 하는데 그런 방식으로는 완성도 높은 문서를 만들어내기가 어렵다.

 

246쪽

 

보고서 슬라이드와 프리젠테이션용 슬라이드의 형태는 완전히 다르게 보이지만 그 맥락은 같다. 보고서를 잘게 분해해서 시각화 과정을 거치면 프리젠테이션 문서가 된다.

 

252쪽

 

보고서든 프리젠테이션이든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야기의 구조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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