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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 외] 서울 리뷰 오브 북스 창간호(2021)

독서일기/독서법창작론

by 태즈매니언 2021. 3. 2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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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서평전문지 <서울 리뷰 오브 북스>의 창간호를 오늘에야 봤습니다. 뒷표지에 나온 책들 중에서 제가 읽어본 책이 한 권도 없더군요. 분발해야 겠습니다. ㅠ.ㅠ

 

지난번 <서울 리뷰 오브 북스> 0호에 대해서 제가 생각했던 서평전문지와는 달랐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0호에 실린 글 중 반절 정도의 주된 내용에 '자기가 읽었던 특정한 책'이 거의 소개되지 않아서 왜 서평전문지에 실려야 하는지? 하는 의문이 가장 컸었지요. 그냥 자기 분야의 학회지에 시론으로 기고하는 글과 뭐가 다른가 갸웃했었습니다.

 

이번 창간호에서는 비슷한 의문이 드는 글은 김홍중님과 송지우님의 글 두 편뿐이더군요. 이 두 글의 내용이 마음에 안든다는 게 아니라(송지우님의 글은 매우 중요한 지점을 정확하게 짚었고 설득력있었습니다.) 특정한 책에 대한 비평이 깔려 있지 않은 글이 서평전문지에 실린다는 게 제게는 여전히 어색하네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외국의 유명 서평전문지들엔 이런 글들이 자유롭게 실린다고 합니다. 그저 제 느낌이 그렇네요.

 

창간호를 다 읽고 나서 <커밍 업 쇼트>, <느낌의 진화>, <근대 부엌의 탄생과 이면>, <입식의 시대, 좌식의 집>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게 서평전문지의 가장 큰 역할이 아닐가요?

 

제가 생각한 서평전문지의 역할과 가장 맞았던 글이 네 편 있었습니다. 사회학자 송호근의 삼부작을 다룬 김두얼님의 서평은 소위 명망가가 된 원로의 저작들에 대해서 거침없는 평가가 없는 학계에 울림이 되는 꼭 필요한 글이었습니다. 분량 자체도 만만치 않던데 소명의식이 없이는 쓰기 힘든 서평이라고 생각해요.

 

박 훈님의 서평은 우리나라 현대사 교과서에서 부당할 정도로 축소서술되고 있는 구한말 러일전쟁 전후를 다룬 일본 학계의 성과를 보여주면서 한국인들의 입장에서 그 시기를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부드럽게 설득이 좋았습니다. 권보드래님과 박진호님의 서평은 픽션과 논픽션에 대한 정석적인 서평이었고요.

 

리뷰들을 읽은 다음에 나오는 두 편의 소설과 한 편의 수필은 비평가를 비평하면서 읽느라 피로했는 뇌를 풀어주는 세 코스로 된 무료 마사지 같더더군요.

 

선물받은 보리수 약주를 온더락으로 홀짝거리며 커버 투 커버로 읽던 중에 편집위원들이 다음 2호에 기고할 글들을 준비하며 읽는 책들이 소개한 것도 기대감을 불러일으켜서 좋았습니다.

 

페친으로 계시는 편집위원님들께 독자로서 두 가지 건의를 드려보자면, 우선 리뷰의 대상인 책들에 2010년을 전후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플랫폼 기업들까지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웹툰과 웹소설의 화제작을 넣어보시면 어떨까요?

 

또 지난 번 0호의 소감에도 밝혔던 것처럼 한승혜님의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처럼 베스트셀러에 대한 서평이 있으면 독자층을 넓히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책때문에 분노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심정을 같이 나누고 싶어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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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쪽 <취소가 문화가 되지 않으려면>, 송지우

 

젊은 세대가 엘리트를 향해 취소를 확장하려는 것은, 그것이 이상적인 길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오랜 구조적 차별과 제도적 불공정에 맞설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해서일 수 있다. 자신들이 속한 사회가 건강한 자유주의를 불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병리가 만성적인 곳이라면, 차라리 "저항과 내전"의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젊은 세대의 사회운동은 비판적 트윗을 올리고 스스로 만족하는 치기 어린 소셜미디어 놀이가 아니라 상당히 급진적인 움직임이다. "이제라도 진정한 사회협동의 조건을 만들거나, 우리의 저항에 직면하라"는 선전포고를 담고 있다. 도덕적 완벽주의, "순결함"으로는 결국 세상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는 대응으로 부족하다. 기성세대 자유주의자들은 그럼 어떻게, 마침내 변화를 이룰 생각인지 보여줘야 할 것이다.

 

131쪽 <매끈한 서술과 설익은 성찰>, 김두얼

 

제목이나 전체적인 얼개를 시시콜콜 따지는 것은 사소한 꼬투리잡기가 아니다. 방대한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논리가 잘 짜여지지 못했음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단서들이기에 밝혀 지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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