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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볼레벤/강영옥 역] 나무 다시보기를 권함(2011)

독서일기/농림축산

by 태즈매니언 2020. 12. 22.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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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산림감독관 겸 생태작가가 나무란 생명체와 그 삶에 대해 친절하고 쉽게 풀어냈다. 독일의 식생을 기반으로 쓴 번역서라 외국인에겐 아쉽지만 어차피 원시림이 남아있지 않은 냉대와 접한 온대림 식생 지역이라는 점이 비슷해서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종류들의 나무의 다양함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 담았으면 질릴 수도 있었을텐데 나무의 각 부위별 역할, 큰 계통에 따른 특징과 독일의 숲과 정원의 나무들을 다룬 것이 장점인듯.

 

올해 10월에 공주의 작은 밭을 산 이유는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었던 것과 함께 그 곳에 1년생 초본이나 작물보다는 나무, 그 중에서도 유실수를 심고 열매를 수확하고 싶어서 였다.

 

육체의 내구성과 학습능력은 떨어져 가고, 자리를 탐해봤자 어차피 20대 사무관에게 굽신굽신 해야하고, 대출부터 갚아나가는 신세에서 뭐 크게 기쁜 일도 없는 단조로운 생활에서 과일나무를 키워가며 매년 선물을 받아보면 일상의 위안이 될 것 같았다. 수입에 신경쓰지 않는다면 산지기(임업인)라는 직업이 몸만 건강하다면 노후의 직업으로도 괜찮지 않나?

실용적인 가드닝 팁이 있는 책은 아닌데, 덮고 다니 내년 봄에 들일 유실수들을 어떻게 대하고, 도와줘야할지 기본적인 태도를 배웠다.

 

나무를 살 때는 뿌리가 잘렸고 수형이 잘 잡힌 큰 나무 대신에 1~2년 생 어린 모묙을 사와서 심는 것이 키우기도 쉽고, 나중에 더 큰 수세를 이룬다는 점(밀식 재배 후 솎아낼 때는 이 반대로), 나무의 잘린 상처가 지름 5cm 이내인지 여부가 나무의 회복에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는 점, 호두나무는 잎과 호두 껍데기를 통해 주변에 풀 한 포기 자라기 힘든 물질을 뿌려서 분리된 공간에 심어야 한다는 점 , 겨울철 부엽토 멀칭의 중요성이 내게 특히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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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쪽

 

자작나무 가지는 아름다운 자태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지만 여기에 시각적인 효과는 없다. 좌우로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은 채찍을 떠올리게 하는데, 여기에 깊은 뜻이 숨어 있다. 옆에 있는 다른 나무는 (자작나무 가지로 인해) 바람이 불 때마다 타격을 입는다. 몇 달이나 몇 년이 지나면 가장 강한 새싹마저도 견디지 못한다. 이 새싹이 죽으며 성장이 끝난다.

 

219쪽

 

생각 없이 나무 밑동에 흙더미를 뿌리면 나무줄기가 반쯤 가려지고 습한 상태에 계속 머물게 되어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 뿌리 부분은 더 심각하다. 새로 생긴 토양층이 수십 년 동안 사용되어온 공기 통로를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곳은 부식토의 주성분인 수많은 지렁이가 묻혀 있는 곳이기도 하다.

 

230쪽

 

이른 봄 수액이 나오는 시기에는 절대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다. 3월부터 5월까지는 나무가 새싹을 틔우는 데 모든 에너지를 써서 균류의 공격에 방어할 힘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가지치기하면 나무의 절단 부위에서 '출혈이 발생하기' 때문에 상처 부위로 수분이 흘러나오게 된다. 이 수분때문에 질병 유발 인자가 나무에 쉽게 자리잡을 수 있다. 수피로 흘러나온 수액은 종종 수피를 검게 물들이는데, 이것은 나무가 균류와 박테리아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략)

가지를 바짝 자르기 가장 좋은 시기는 나무가 상처를 극복할 시간적 여유와 에너지가 넘치는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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