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우종영]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2019)

독서일기/농림축산

by 태즈매니언 2020. 5. 5. 21:54

본문

 

 

동물의 질병을 치료하는 수의사처럼 식물을 치료하는 나무의사가 있구나.

(관용적인 표현인줄 알았는데 산림보호법 제2조 제6의3호에 나오는 법률용어더라. 수목치료기술자는 나무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예방과 치료를 담당하는 사람이고)

 

한창 도시화가 진행되던 80~90년대에 주변사람들이 조경공사로 큰 돈을 버는 와중에 저자 우종영님은 이미 식재된 나무들의 치료과 관리를 담당하는 '조경관리' 업을 묵묵히 해오면서 조경수들과 문화재로 관리되는 고목들을 살려오신 분이라고 한다.

 

지금은 대부분의 나무의사일은 후배들에게 넘기고, 나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자 숲과 수목해설사와 강연을 하시는 듯.

 

특수한 직업인의 업에 관한 경험담들을 기대했던 터라 젊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 철학에 중점을 둔 책의 방향이 나와 잘 맞지는 않았다. 본인께서 젊은 날부터 남들이 가지않았던 길을 꾸준히 다져와 보람있는 성취를 거두셨지만 그러한 방향이 산업의 사이클과 잘맞아서 다행이지, 비슷한 시도들을 했지만 빛을 보지 못한 분들도 많다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무의사라는 직업을 구경하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왜 아파트단지 벽에 붙여 조경수로 심은 메타셰쿼이아가 일광이나 통풍에서 불리한데도 10층 넘는 높이까지 잘 자라는지에 관한 궁금증을 풀었다.

 

침엽수가 햇볕을 잘 받으려면 높게 자라야 하는데 얕은 토양과 강한 삭풍을 견뎌내기 위해 택한 전략이 땅속 뿌리를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하고, 바람을 나눠 맞으며 버티는 시베리아의 타이가 삼림과 같았다. 우리나라 대도시의 아파트단지 건물이 메타세쿼이아의 동료 역할을 해주고 있었구나.

 

나중에 전원주택을 짓게되면 생울타리로 미선나무를 심어볼 생각이다. 봄에 개나리처럼 잎보다 꽃이 먼저 활짝 피었는데 꽃색깔이 흰색이면 다들 재미있게 구경하지 않을까?

 

----------------------------

 

74쪽

 

얼마 전 수목장을 명목으로 산을 억지로 깎아 잔디를 깔고 비싼 나무를 옮겨다 놓고는 몇 천만 원에 분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무의 생장 조건도 알아보지 않고, 무조건 비싼 나무를 심는 경우도 있다. 남 보기에 비싸고 멋진 나무로 수목장을 치른들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83쪽

 

우듬지란 나무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줄기를 말하는데, 곧게 자라는 침엽수의 경우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자라면서 아래 가지들이 제멋대로 자라는 것을 통제한다. 우듬지 끝이 한 마디쯤 자라고 나서야 아래 가지도 뒤따라서 한 마디 자라는 식이다.

 

98쪽

 

"사람들이 나무 심을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뭔지 아나? 자기가 좋아하는 나무를 눈에 잘 보이는 데 심을 생각만 한다는 거야. 나무가 어딜 좋아할지는 전혀 생각 안 하고 말이지."

 

290쪽

 

바람이 많이 부는 바닷가 마을의 당산목은 대부분 팽나무였다. 느티나무, 은행나무만큼이나 오래 살기도 하거니와 짠물과 갯바람을 버틸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특히 어선이 드나들던 작은 포구에는 팽나무가 꼭 한 그루씩 있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