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빌 브라이슨/이한음 역] 더 바디(2019)

독서일기/의학

by 태즈매니언 2020. 12. 23. 21:01

본문

다방면에 박학다식하면서도 유머가 넘치는 빌 브라이슨의 신작.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전문적인 내용들이 많아서 부담스럽긴 했는데 원제처럼 몸뚱이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는 지구상 생명체 입장에서 의대 예과 기초 강의 정도로 우리 몸 안내서를 읽어보는 건 의미있었다. 번역자도 믿고 보는 이한음님!

 

대역명의 한 해를 마감하다보니 다들 몸과 질병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사람도 만나기 어려운 연말에 올 한해도 수고한 자기 몸의 노고를 치하해보자.

 

한 번에 다 읽으려고 하지 말고 집에 비치해두고, 궁금한 신체 부위가 있을 때 한 챕터씩 쉬엄쉬엄 보는걸 추천한다.

 

인체를 통해서 근대 의학과 진화론에 대한 폭넓을 교양을 쌓기도 매우 좋다. 그런데 이런 전문적인 내용을 기자 출신의 작가 한 명이 다 정리할 수 있었을까? 쉽게 서술된 의대 교과서를 짜깁기하고 양념을 친 건가 의심할 정도였다. 더럼대 총장까지 지낸 분이 그럴 리는 없을텐데 말이다.

 

기존에 내가 신뢰하는 의학이나 생리학 교양서에서 서술된 내용과 상반되는 연구결과들도 많이 소개하고 있는데 뭐가 맞는지 확인할 방도가 없어서 아쉽다.

 

앞으로 사라지는 일자리들을 대체해서 만들어질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물학과 의학 분야에서 엄청 많을 것 같다. 지금 청소년들이 바이오쪽을 목표로 삼아도 충분히 유망하지 않을까? 한국의 정부 R&D 투자의 효과성이 낮은 건 유명하지만, 바이오쪽은 대폭 늘려도 될 것 같다.

 

어릴 때 일본의 <원더비트 스크램블(1986)>을 수입해서 방영한 <우리는 우주>라는 TV 애니메이션를 무척 재미있게 봤는데, 이런 작품처럼 사람들에게 인체의 구조와 기능, 진화의 노정과 현대 의학의 전선에서 보내오는 승전보들을 쉽게 설명해주는 시리즈가 나왔으면.

 

----------------------------------------

 

68쪽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미국에서 1년에 대락 세 종류의 새로운 항생제가 나왔어요. 지금은 2년에 대략 한 종류가 나올 뿐입니다. 효과가 없거나 쓸모가 없어져서 시장에서 항생제가 사라지는 속도가 새 항생제가 나오는 속도보다 두 배는 빨라요."

(중략)

알렉산더 플레밍이 노벨상을 받은 해인 1945년에는 페니실린 총 4만 단위를 투여하면 전형적인 폐렴알균성 폐렴을 치료할 수 있었다. 지금은 내성 증가때문에, 하루에 2,000만 단위 이상을 열 날 동안 투여해야만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중략)

"약물 특허권은 겨우 20년 동안 유지돼요. 게다가 임상시험에 들어간 기간도 포함되죠. 실질적으로 배타적 권리를 행사할 기간이 겨우 5년에 불과합니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제약회사 18곳 중에서 2곳 외에는 새 항생제 개발을 포기했다.

 

257쪽

 

체온이 1도쯤 오르면 바이러스의 증식 속도가 약 200배 느려진다고 알려져 있다.

(중략)

체온을 계속 2도 높은 상태로 유지한다면, 필요한 에너지량은 약 20% 솟구칠 것이다.

 

453쪽

 

한마디로 암은 섬뜩하게도 자신을 죽이려고 최선을 다하는 자신의 몸이라고 할 수 있다. 허가받지 않은 자살이다.

(중략)

"암은 우리가 진화를 위해 지불하는 대가입니다. 우리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못하면 우리는 결코 암에 걸리지 않을 겁니다. 대신에 진화도 할 수 없겠지요. 영구히 고착되어 있을 겁니다."

 

509쪽

 

알츠하이머병은 고령자의 사망 원인 중에서 심장병과 암 다음으로 세 번째이며, 효과적인 치료법이 아예 없다. 알츠하이머병 약물들은 임상시험에서 99.6%가 실패하며, 제약학의 모든 분야를 통틀어서 가장 높은 비율에 속한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