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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주] 병명은 가족(2021)

독서일기/의학

by 태즈매니언 2021. 10. 14.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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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정신과 전문의들이 쓴 에세이를 열심히 찾아봤을 때가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다 비슷비슷한 이야기들 같아서 흥미를 잃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에 홀렸고 책 날개의 저자 소개를 보고 잠깐 검색을 해보니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사고로 인해 휠체어를 타게 된 상황에서 오랫동안 전문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으로 정신과 의사를 선택한 분이더군요.

 

게다가 소설을 출판하기도 했고, 바로 근처 공주에 있는 국립법무병원 겸 치료감호소에서 일하셨던 경력도 흥미로웠고요. 여성분이신 건 읽으면서 알았습니다.

 

이 책은 총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알코올의존, 거식증, 망상장애와 치매, 지적장애, 조현병, 공황장애, 사회공표와 우울, 신체증상 장애를 겪는 8명의 환자와 상담하며 그 가족들에 얽힌 문제들까지 보여줍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식의 짤막한 진료 에피소드의 나열이 아니라 각색을 해도 환자가 자기 이야기인걸 알아차리겠구나 싶을 정도로 대표 사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본인 혹은 가족들이 비슷한 증상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정신과 치료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참고도 됩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기자 출신의 국선전담변호사 정혜진 변호사님의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와 쌍둥이같은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책을 좋게 읽으신 분들이라면 취향에 맞으실듯 싶네요.

 

저는 5장의 사례가 특히 좋았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가지고 영화 시나리오로 개작해보면 훌륭한 작품이 나올 것 같아요.

류희주 작가님께서 이 책에서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무척 스트레스를 받아서 여러 차례 휴직을 한 끝에 결국 이직한 직장이 아마 공주 치료감호소같은데, 경험자로서 우리나라 치료감호의 현실에 대한 책을 한 번 써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법과 의료가 맞닿아 있는데 양쪽 직역 모두에서 소외된 분야이고 외부인이 제대로 알기 힘든 분야라서요.

 

읽으면서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는데, 언젠가는 보려고 보관함에 담아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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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쪽

 

플라톤의 <파이드로스>에는 '파르마콘'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보통 약국을 파머시(phamacy)라고 하는데, 파르마콘에서 따온 말이다. 그런데 파르마콘의 원래 개념은 조금 다르다. 그것은 '약'인 동시에 '독'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148쪽

 

또 다른 망상장애의 위험요인은 다름 아닌 감각의 손상이다. 감각이 손상되면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더욱더 의심의 벽을 세우게 된다. 노인의 경우 망상장애가 많은 것도 일정 부분 감각의 손상과 연관이 있다. 사회적 고립이 환경적 요인이라면, 감각의 손상은 어찌 보면 내재적 요인이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얼핏 보면 사회 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으며 인격도 건전해 보이는 망상장애. 그러나 망상장애는 자신만의 공고한 의식이 깨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굉장히 자폐적인 질환이다. 망상장애는 망상의 종류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뉘는데, 그중에는 의처증이나 의부증이라고 불리는 질투형도 있고, 고소광의 형태로 나타나는 피해형도 있다.

 

163쪽

 

치매에서 지남력 손상은 기억력 손상과 함께 가장 뚜렷한 증상이다. 손상 순서는 이미 언급했듯이 시간, 장소,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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