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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화 : 농어촌 주택 후보지를 찾다가...

아무튼, 농막

by 태즈매니언 2021. 2. 1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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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농막>

 

3화 : 농어촌 주택 후보지를 찾다가...

 

양도소득세 산정시 주택 수에서 제외라는 세제혜택을 노리고 농어촌 주택을 선택하기로 마음 먹으니 이제 특례요건을 충족하면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곳들이 좁혀나가야 했습니다.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이동거리부터 정해야 합니다. 우선 자택에서 차로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에 위치한 지역을 한계로 설정할 것인지 결정해야죠.

 

지도앱의 차량 네비게이션을 통해 평균 주행시간과 주행하는 도로의 운전쾌적성, 유료도로의 통행료 등을 고려하여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같은 경우엔 평일에 퇴근하고 가볼 수 있도록 회사와 집에서 편도로 40분 이내에 위치한 곳으로 한정했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천문우주지식정보 사이트에서 세종시(주요도시만 나와서 공주는 없었습니다.)의 4월 1일의 일몰시간이 18:53, 9월 1일은 18:59이더군요. 저녁 6시에 컴퓨터를 끄고 일어나 주차장의 차에 시동을 걸 때까지 10분 가량은 걸린다고 가정했을 때 40분 안쪽이면 일몰 전에 도착할 수 있겠더라고요.

 

가장 자주 찾아가고 싶은 계절인 봄가을에 퇴근하고 바로 세컨 하우스로 갔는데, 이미 어둑어둑해진 상태라면 기운이 빠질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컨 하우스라지만 문제 없이 관리하려면 겨울 외에는 평일에도 한두 번은 다녀와야죠. 물론 제 개인적인 기준입니다.

 

이렇게 좁히니 공주시의 대부분, 청주시의 일부 읍면, 계룡시(도안면, 엄사면), 논산시(상월면, 노성면)이 후보지가 되었습니다.

 

후보지를 좁혔으니 이제 예산을 정해야 합니다. 저는 여유자금 5천만 원, 신용대출 한도 1억 원으로 토지와 주택을 합쳐서 1억 5천만 원 안에서 해결하려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물론 토지를 취득한 이후에 지역 신협이나 단위농협에서 토지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겠지만 빚이 너무 많아지니 예상치 못했던 급전이 필요할 때가 아니면 토지담보대출은 안받기로 했지요. 매물을 볼수록 자꾸 눈이 높아지니 예산 상한선을 꼭 지키시기 바랍니다.

 

예산이 정해지면 자신이 사야하는 최소한의 땅의 크기를 정해야 합니다. 이 부분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130평에 못미치는 땅에는 10평 짜리 작은 건물을 지어도 정원과 텃밭이 작아서 답답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매물의 입지에 따라서 공간감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땅을 구하는 게 급하지 않아서 6개월 정도는 위 후보지에 위치한 농지나 대지가 법원 경매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공매로 나온 매물 정보와 낙찰 가격만 봤습니다. 현장에도 네 번 가봤는데, 동네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고, 운전하기 수월한지 파악할 수 있으니 관심매물이 있으면 답사가시길 추천합니다. 다니면서 시골 땅들이 현황과 지적도가 얼마나 불일치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지요.

 

주택을 지을 목적으로 시골 땅을 구할 때 어떠한 사항들을 참고해야 하는지 여기서 다 언급할 수 없지만, 최우선으로 명심하셔야하는 사실은 지적도에도 표시되어있고 현황상 폭 4미터 이상의 도로에 접한 땅이어야 건축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예외적으로 가능한 경우가 있지만 찾아보려는 생각은 말리고 싶네요.

 

땅 보는 법을 저는 어느 책들보다 유투브 채널 <햇살가득 전원주택>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방문할 때 부부가 같이 다니면 매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중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중개해준다는 팁, 포털 지도앱들의 로드뷰를 꼼꼼히 찾아보라는 당부처럼 조언받기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조언들이 많았습니다.

 

농어촌 주택을 신축할 토지나 토지와 건축된 주택을 같이 매수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외지인 입장에서는 앞서 저처럼 우선 시장에서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신호인 '실제 매각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경매와 공매 매물을 통해 감을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세종시 주변지역은 지가가 계속 오르는 추세여서 지분권 매물이 아닌 주택을 지을만한 100-200평 사이의 토지 물건 자체가 거의 없어서 저는 경매나 공매로 사는 걸 포기했습니다.

 

둘째, 유튜브 채널에 제 후보지에 위치한 토지와 농어촌주택 매물을 꾸준히 올리는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연락해서 매물을 소개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원형지나 농가주택 매물을 원했는데, 계속 150~300평 가량의 전원주택단지 매물을 권하더군요. 공인중개사님 차를 타고 원형지 하나 보고, 전원주택단지 2~3곳 보고 나면 금세 몇 시간이 지나서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져서 이 방법을 포기했습니다. 다만 다니다보면 뭐든 배우는 게 있었고, 혼자가는 것보다는 저보다 경험이 많은 지인과 같이 가는 게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셋째, 주말에 아내와 같이 차를 타고 후보지로 찍은 지역들을 드라이브 했습니다. 사람들이 고기를 많이 먹으니 곳곳에 축사가 정말 많더군요. 보통의 축사 근처는 악취와 파리떼때문에 꼭 피해야할 땅입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기에 괜찮다 싶은 마을은 생각보다 드물었습니다. 다니다가 설명하기 어렵지만 느낌이 좋은 동네를 발견하면 차에서 내려서 동네를 거닐어 보셔요. 그리고 마주치는 주민분들의 느낌도 괜찮으면 이장님 댁이 어딘지 물어보셔요. 읍면의 각 이장님들은 마을의 대소사는 물론 어떤 땅이 얼마에 매물로 나와있는지 잘 알고 계십니다. 대화하면서 제가 이장님을 살핀 것처럼 이장님도 저같은 사람을 평가하시니 마을에 관심이 있다는 걸 예의를 갖춰서 잘 전하시고 연락처를 교환하셔요.

 

자기가 생각한 매물을 싸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매수금액에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저는 세번째 방법을 추천합니다.

 

아무리 세컨 하우스라지만 시골 마을 공동체에 한발짝 걸치게 되는 입장에서 이장님이라는 중재창구가 있느냐 없느냐는 마을 주민들과의 사이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분쟁을 원활히 풀어나가는데 큰 차이를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인더스트리아의 세계관과 아그라리아의 세계관을 조율하는데, 동네에서 가장 익숙한 분도 아마 이장님일 겁니다.

 

이렇게 땅을 둘러보던 와중에 제 생각이 갑자기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농촌에 세컨 하우스를 두고 내가 전원생활에 잘 맞는 사람인지 실험해보려고 하는데, 이 실험을 하는데 또 하나의 집이 반드시 필요할까? 심지어 지금도 일산-세종 주말부부인데.

세컨 하우스에 자주 가면서 계속 가꾸어 나가느라 세종시 집에 소홀해지면 어떻게 하지? 결국 둘 다 감당을 하지 못하게 되면 세컨 하우스를 팔게 될텐데, 농어촌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해야 하고, 세종시 집을 먼저 팔아야지 농어촌 주택 주택수 산정 제외로 인한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보는데.

그리고 나도 이미 지어진 농어촌 주택들이 눈에 안차는데, 많지도 않은 금액으로 소박하게 지은 신축 농어촌 주택을 전원생활에 안맞는 것 같다고 매물로 내놓았을 때 과연 팔 수 있을까?'

 

제 경우는 아마 주말부부인 상황에서 거주하는 집이 세 곳이 되는 상황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각자의 취향과 사정이 다르다보니 이 때 저처럼 물러서지 않을 분도 계실 테지만, 참고는 될 수 있을 것 같아 길게 적어 봤습니다.

 

무주택자가 구축 농어촌 주택을 매수하신다면 농촌주택 개량자금 지원사업으로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공주시처럼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고도지정 지구(경주시, 부여군, 익산시)에서는 한옥을 수선하거나 개축, 신축하고자 하는 분 보조금이 지급이니 신청하시면 좋습니다.

 

연고도 없는 김제시의 땅과 폐가를 4,500만 원에 사서 고쳐서 생활하는 브이로그 채널 '오느른'을 운영하고 있는 최별 MBC PD의 영상이 농어촌 주택 세컨 하우스 살이를 결행한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네요.

 

이렇게 양도세 비과세에 혹해서 고려했던 농어촌 주택을 포기했으면 자연히 제쳐둔 선택지인 농막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여기서 저는 법조문을 들여다보다가 망상에 빠지게 됩니다. 아...먼저 땅 산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땅 이야기 하기 전에 제가 당시 구상했던 단층집 평면 구경하고 가셔요. 하나는 로버트 벤츄리의 <어머니의 집> 1층 평면을 모사해봤습니다.

 

(4화에서 계속)

 

참고문헌

나카무라 요시후미, <집을 순례하다>(2000)

 

 

윈도우 그림판으로 엉성하게 그려본 가상의 대지 위에 신축할 농가주택 평면입니다.
건축가 로버트 벤추리의 명작 주택 <어머니의 집> 1층 평면을 따라한 단층 농어촌 주택 평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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