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농막>
5화 : 농막을 품은 고정식 온실
20제곱미터 농막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지 <농지법>과 <건축법>을 살펴봤습니다.
저는 가축이나 곤충을 키우거나 버섯재배에 관심이 없으니 농지에 설치할 수 있는 농축산물 생산시설 중 세컨 하우스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은 고정식 온실, 비닐하우스, 농막 세 가지(농지법 시행령 제2조 제3항 제2호)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기에 고정식온실과 비닐하우스에 연접해서 농작물 재배에 직접 필요한 '농자재 및 농산물보관실, 작업장'도 설치할 수 있습니다.(농지법 시행규칙 제3조 제1항, 공주시 건축 조례 제20조 제2항 제5호 및 제6호)
비닐하우스는 외기에 노출되다보니 0.1T(두께 0.1mm)의 장수필름으로 덮더라도 보통 2~3년마다 PE비닐을 갈아줘야 하고(비싼 일제 장수명 PO필름으로 덮으면 5~10년도 버틴다고 합니다.) 제 미감상 만족이 안되서 가장 저렴하고 실용적인 방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제외했습니다.
농막과 고정식 온실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에 Pinterest앱을 넘기다 발견한 H빔 철골구조에 불투명 폴리카보네이트(PC)를 외장재로 쓴 온실하우스 이미지를 보고 매료되었습니다.
농막을 바깥에 노출시킬 것 없이 농막 안은 냉난방이 되고 욕실 및 화장실 공간으로만 쓰고, 나머지 기능들은 농막을 담고 있는 온실 공간에서 이뤄지면 되는 거 아닌가 싶더라구요. 바깥 풍경을 보고싶으면 온실 밖으로 나가면 되는거고요.
농막이 바로 외기에 노출되지 않으니 단열재 등을 좀 더 낮출 수 있고, 요즘 많이 쓰이는 PC 10T 복층판을 사용하면 온실 안 공간은 외부의 시선이 완벽하게 차단되고 유리보다 시공비용도 저렴합니다. 게다가 PC판은 빛을 산란시켜서 유리를 통과하는 직사광보다 식물의 생육에도 좋다고 합니다. 내충격성이나 단열성능도 유리보다 높고요.
일단 국민신문고를 통해서 공주시 허가건축과에 1필지당 1개만 설치 가능한 농막과 함께 가설건축물인 고정식 온실을 추가로 설치해도 되는지 질의했고, 제가 이해한 것처럼 농산물 생산 목적이라면 농막과 별도로 제한 면적없이 설치가능하다는 행정해석을 받았습니다.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서를 두 부 작성하면 되는거죠.
(행정청에 법령해석을 요청할 때는 전화로 하지 마시고 추후 증거를 남길 수 있는 국민신문고를 이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전혀 새로운 발상도 아닙니다. 아시겠지만 농촌이나 화훼단지에는 보온덮개, 차광필름, 차광막으로 내구성과 단열을 보
완한 비닐하우스 안에 컨테이너를 가져다놓고 사실상 상시 거주하거나 창고/판매장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컨테이너나 공장에서 제작된 저가형 농막들은 단열성능이 없거나 낮고 내구성도 떨어져서 외기에 노출된 상태로는 쾌적한 사용이 어렵거든요. 이렇게 농막을 비닐하우스로 덮으면 빛이 차단되긴 하지만 외부에서 비닐하우스 안을 들여다볼 수도 없습니다.
제작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요. 설치비 포함 1,500만 원 정도의 저가형 농막을 구입해서 가져다놓고, 측고를 높인 45평 가량의 비닐하우스를 설치 의뢰해서 농막을 덮는데 500만 원 가량 소요되니 토지구매대금과 토목공사와 전기와 상하수도 설비 등 기반시설비용을 제외하면 2천만 원에 검박한 세컨 하우스를 세울 수 있습니다.
겨울철 폭설이나 태풍에 파손되기 쉬운 일반농업용 아연도금 원형 강관(KS D 3760, SPVH)이 아닌 트러스 구조의 아연도금 각관을 사용한 튼튼하고 좀 더 깔끔해보이는 제품도 있던데, 역시 제 눈에 차지는 않더군요. 예쁘지 않고 약해 보여서요. ㅠ.ㅠ
국내에서 H빔에 PC로 제작한 온실하우스들을 찾아봤는데 대부분 박공지붕이나 외쪽지붕에 일자로 된 형태인데, 경북 예천군의 이동식주택 전문제조회사 (주)플레이서스에서 제작한 PC 고정식 온실 '그루작'이 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 공간이라면 안에 있어도 답답하지 않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PC 온실 안에 농막과 나머지 공간들을 어떻게 배치할지 평면을 그려보니 대략 45평 정도가 나오더군요. 건축비는 감이 잘 잡히지 않았지만 기반시설 공사비용 및 농막 가격을 제외하고 PC 온실하우스 건축비로 평당 200만 원씩 대략 9천만 원 가량이 소요될 것 같았습니다.
단군 할아버지가 기획부동산에게 사기당하는 바람에 일 년에 겨울이 5개월(11월~3월), 무더운 여름이 3개월(6~8월)이라 세컨 하우스에 넓게 야외 테라스 공간을 마련해봤자 쾌적하게 쓸 수 있는 기간은 4~5월, 9~10월 4개월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TV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적당히 볕좋고 포근한 날 맨발로 촉감좋은 데크를 밟고 흔들의자에 앉아서 뺨에 스치는 산들바람을 느끼며 정원을 바라볼 일이 얼마나 되나 꼽아 봤습니다.
4개월 중 중국발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비오는 날을 빼면, 날씨 좋은 날은 3개월(12주) 남짓일겁니다. 세컨 하우스에 1주일에 두 번 간다고 하면 1년에 이런 이상적인 날은 24일 정도죠.
하지만 농막을 온실로 덮으면 45평 안 공간을 1년 내내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겨울에 추우면 화목 난로로 난방을 해도 되고, 내한성이 약해서 공주 인근 노지에서는 키우기 힘든 레몬, 오렌지, 유자, 귤, 단감, 무화과, 키위, 석류 같은 유실수도
온실 안에서 키우고 수확할 수 있습니다. 열매를 쪼아먹는 새를 막을 방조망도 필요없죠.
처음에 투자비가 많이 들긴 하지만 비닐하우스와 달리 고정식 온실은 '토지에 견고하게 부착되어 있고 각형철재를 사용한 구조물과 내구성 있는 재료를 사용한 벽면과 지붕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는 독립된 건물로 볼 수 있으므로, 건축물대장에 소유자로 등록되어 있는 것을 증명하는 자나 시, 구, 읍, 면의 장의 건물의 표시와 소유자를 증명하는 서면에 의하여 자기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자는 소유권보존등기를 신청할 수 있다'는 1992. 8. 24. 자 등기선례 제3-7호에 따르면 취득세를 납부하고 등기하면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비록 고정식 온실 내부 공간을 전적으로 농작물 재배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찔리지만 어차피 50% 이상 공간은 유실수 및 텃밭에 사용할 예정이고, 잘 모르는 사람은 안쪽을 들여다볼 수도 없는데다, 누가 신고를 해서 공무원이 조사기일을 통보하면 평상형식으로 제작한 나무데크나 가구, 주방 조리대 등은 지적을 받으면 철거하며 되지 않을까 생각 했습니다.
여러 번 생각해봐도 괜찮은 생각 같아서 '사람들이 말야 이런 정도로 고민을 안하나?' 으쓱한 마음으로 건축사 자문을 받아보려고 약속을 잡았습니다. 이래뵈도 저는 알고 지내는 건축사가 있는 사람이거든요. 엣헴~
(6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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