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06화 : 아는 건축사 있으세요? 참교육 받으셔야죠.

아무튼, 농막

by 태즈매니언 2021. 2. 19. 20:05

본문

<아무튼, 농막>

 

6화 : 아는 건축사 있으세요? 참교육 받으셔야죠.

 

전원주택과 타이니 하우스에 관심을 가지면서 건축 교양서들을 읽다보니 페이스북에서 건축 실무에 대한 글을 쓰시는 분들에게 친구신청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건축사로는 세종시에서 엘리펀츠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시는 이양재 소장님과 처음으로 페친이 되었지요. 문화불모지 세종시에서 갈증을 느끼던 터에 소장님께서 독서모임을 제안해주셔서 소장님 사무소에서 매달 독후감을 나누면서 실친이 되었습니다. 지식서비스 수주업 종사자끼리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빨리 가까워지더라구요.

 

건축사님께 미리 2020. 10. 14.에 잔금 치르고 매수한 땅 지번과 제 사용목적을 간략하게 말씀드렸고, 2020. 10. 22.로 농막 상담 약속을 잡았습니다. 당일 약속시간에 갔더니 이미 배치도와 평면을 뽑으셨고, 모형 제작을 마무리하는 중이시네요. 이런 건 건축주만 누리는 특권인줄 알았는데, 일개 예비농막주 감동했습니다.

(지금도 모형과 배치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도록 한 농막 배치와 현관의 위치, 필수 유틸리티 공간인 욕실과 주방을 최소한의 공간에 배치하여 답답하지 않은 주공간을 확보한 전문가의 디테일에 감탄했지만, 제 구상을 자랑하고 싶어서 이미 안달이 난 상황이라 작성해온 20페이지짜리 농막 온실하우스 구상을 줄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건축사님이 지금까지 받아본 건축주 제안서 중에 가장 많은 분량이었다고... 건축주님들~ 요즘에 세종시 행복도시 내 필지에 단독주택 지으려면 땅값 포함 10억 원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분발을!)

 

이런 저를 보는 바라보는 건축사님의 복잡한 시선을 저만 기억해서 다행이었죠.

“아... 예. 충분히 가능은 합니다.”

“오!”

그리고 팩트폭격기가 출격했지요.

 

“복층PC판을 내외장 자재로 많이 사용하고 있긴 합니다. 장점이 많은 자재고요. 그런데, 혹시 사진으로 보여주신 PC온실을 직접 눈으로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실제로 본 느낌은 지금 생각하시는 것과 많이 다를 겁나다.”

“생각하시는 규모로 짓는데 건축비용이 예상하신 것보다 많이 듭니다. 세컨 하우스에 들이는 비용으로 너무 크지 않나 싶고, 불투명 PC로 인해 외부 풍경을 전혀 볼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비용 대비 효과가 우려됩니다.”

“바닥에 기초콘크리트 타설을 하지 않으면 상상하시는 것 이상으로 바닥에서 습기가 많이 올라 옵니다. 캠핑가서 텐트치고 잤을 때를 생각해보셔요. 그리고 이런 구조에서는 측면 환기창과 천창을 충분히 만들어도 환기가 잘 되기 어렵습니다. 천창의 개폐 방식이나 누수 등 고장시 수리방법도 까다롭고요.”

“그리고 내부가 보이지 않은 온실이니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것같은데, 마을 바로 옆에 외지인이 이런 큰 온실을 건축하면 분명히 보기 싫다고, 농업용 온실 아니라고 신고하는 사람이 있을겁니다.”

 

이렇게 달콤한 꿈이 산산조각 났지만 저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좀 더 저렴하고 간편하게 실행할 수 있는 플랜 B도 준비해 왔거든요.

 

제가 가지고 있거나 구매해서 농막에 놓으려고 생각한 가구들과 가전, 주방 작업대의 사이즈까지 생각해서 평면에 배치해봤거든요.

 

18제곱미터 농막에(공주시는 정화조 설치공간으로 2제곱미터가 있어야 한다고 행정해석을 하고 있어서 20제곱미터를 채우면 안됩니다.) 옆으로 고정식 온실을 붙여서 문만 열면 온실로 이어지는 구조죠. 온실은 주방 겸 썬룸, 창고와 텃밭으로 사용됩니다.

 

이번에도 팩트폭격이 쏟아집니다.

 

“고정식 온실은 농작물을 재배하는 시설인데 저렇게 일부만 텃밭으로 사용하는 정도는 안되고 주된 용도가 텃밭 경작공간이어야 합니다.”

 

“PC온실 바닥에 기초콘크리트를 치고 에폭시 마감을 하는 방법이 가장 경제적이고 습기를 막을 수 있을 것 같네요. 텃밭 부분의 흙이 그대로 드러나 있으면 흙먼지가 날리고 습기가 올라와서 냉장고같은 전자제품이 고장나거나 수명이 많이 짧아질 겁니다.”

“그리고 바닥 난방이 없는데 커피를 끓여마시거나 물 한 잔 마시려고 해도 온실부로 와야 하는데 겨울철에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겠네요. 하수 배관 동파 우려도 신경쓰이고요.”

“싱크대 폭을 최소화하더라도 농막의 화장실 맞은 편에 싱크대와 냉장고를 놓는 게 사용에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설명을 잘 듣고 다시 생각해보기로 한 다음 상담을 마치고 나왔습니다.

 

‘아 이렇게 온실하우스의 꿈은 멀리 날아가 버리는 것인가? 다니면서 보면 법령상 기준을 다 준수한 농막이 많지 않아 보이던데 꼭 이렇게까지 신경써야 하는지.’

‘어차피 내가 주민들에게 피해 안주게 조심하고 가급적 먼저 베풀고 매사에 양보하며 행동할 건데 자기 사는 마을이 좋다고 들어온 젊은(?) 사람한테 꼬투리 잡고 따지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요즘 공주시는 저출산 고령화에 세종시로 인구유출도 심각해서 인구 10만 명을 지키기도 버거운데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단속을 할까?’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더군요.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저질러볼까 싶다가 마루야마 겐지 할아버지가 <시골은 그런 곳이 아니다>라고 했던 말도 걸리고, 답을 내리기 힘들어서 이장님을 찾아가서 이것저것 여쭤봤습니다.

 

(7화에서 계속)

 

엘리펀츠 건축사무소 이양재 건축사님의 허락을 얻고 올리는 2020. 10. 22. 자 배치와 평면입니다.

 

그럼 2안으로 농막과 같은 폭의 고정식 온실을 붙이고 주방과 다이닝 공간, 농자재 창고 기능을 넣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썬룸/고정식 온실 제작사 프리미엄 디자인 2020년 10월 견적 정보 3m*7m 10T 투명PC판 기본 자재비+ 시공비 860만원 (창문, 차양, 방충망 등 옵션 제외)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