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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화 : 농막의 초심 : 편히 쉬기 위한 가구들

아무튼, 농막

by 태즈매니언 2021. 2. 2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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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농막>

 

9화 : 농막의 초심 : 편히 쉬기 위한 가구들

 

일본의 건축사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나가노현에 있던 개척자 가옥을 증축한 자신의 14평 오두막에 대한 책을 썼는데, 이런 말을 합니다.

"저는 집의 가치는 면적이 아니라,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의 수>로 결정된다고 믿습니다."

 

아파트에서는 누리기 힘든, 제가 오롯하게 소유한 땅에 붙어있는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에 어떤 가구들이 있어야 하는지 미리 생각해 봤습니다.

 

집을 지을 때 원하는 모양으로 공간을 먼저 뽑고 그 안에 들어갈 가구와 가전을 나중에 정하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저는 정반대 타입입니다. 제 마음에 드는 물건들인 가구와 가전제품들을 정해놓고, 그 물건들이 적절하게 제 위치를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을 찾는 편을 선호해서요.

 

물론 지금까지는 이미 지어진 공간에 들어가기만 했지만, 이렇게 처음으로 6평 작은 공간이지만 원하는 물건들에 맞는 공간을 꾸며볼 수 있는 건 기대되는 일이었습니다.

 

농막을 생각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나만의 오두막에 필요한 갖고 싶은 가구들을 추려서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에 키워드 걸어놓고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가전제품은 굳이 먼저 사둘 필요가 없으니까요.

 

1~2번 사진의 게이트렉(gateleg) 혹은 drop-leaf라는 꽈배기 모양의 다리를 가진 오크소재 영국식 접이식 테이블은 C. W. S. Cabinet Factory란 가구제작자 협동조합에서 만들었는데, 영국 버밍험의 Hay Mills 공방이 1920년대에 생겼다고 하니 1920~1930년대에 제작한 듯 싶습니다. 빈티지보다 엔틱에 가깝죠.

 

디자인이나 앉았을 때 다리 구조부분이 걸려서 덴마크 방식보다 편의성도 떨어지지만 한 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활짝 펴면 두 명이 충분히 식사를, 네 명이 차를 마실 수 있는 크기입니다. 평소는 접어서 벽 모서리에 붙여두면 공간을 적게 차지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높이가 76cm라 한쪽만 펴서 책상으로 쓰기 좋습니다. 농막 남향 창가에 두고 차 한 잔 마시면서 노트북을 펴면 글이 잘 써질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당근마켓으로 대전 사시는 분에게서 40만 원에 샀습니다.

 

3번 사진은 일본 가리모쿠사의 명작 K체어와 스태킹 스툴 모켓크린 색깔입니다. 이지체어 치고는 아담한 사이즈이고 실제로 앉아보면 저렴한 카피제품과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편안하고 손잡이를 잡는 느낌이 참 좋지요. 인기가 많은 제품이라 매물도 많아서 중고나라에서 합쳐서 45만원에 저렴하게 구했습니다.

 

4~5번 사진은 일본의 3개 목가구 제조 회사가 해외수출용으로 만든 BOKUZ라는 브랜드로 판매하는 시빌 소파 테이블입니다. 6평 농막에 놓기는 부담스러운 사이즈이긴 한데 좌식 티테이블로 사용할 수 있고, 공간의 포인트가 되기 좋은 가구입니다. 쇼룸 가격표가 200~300만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성수동 갤러리아포레에 사시는 분이 중고나라에 50만 원에 올리신 걸 바로 샀습니다.

 

6번 사진은 1960년대에 덴마크에서 제작한 티크 원목 빈티지 트롤리입니다. 소파베드 옆에 협탁처럼 두고 쓰려고 합니다. 북유럽 빈티지가구를 취급하는 성북동 Mobellab이 강남으로 이전하기 전 클리어런스 세일할 때 40만 원에 샀습니다.

7번 사진은 일본 가리모쿠사의 슬리핑 소파입니다. 낮에는 3인 소파로, 밤에는 슈퍼싱글 침대로 사용하는 제품입니다. 농막이 작은 공간이라 무조건 소파베드를 놓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접는 방식의 소파베드를 많이 봤지만 소파일 때의 모습과 침대일 때의 모습이 가장심플하고 마음에 든 제품이네요. 이 제품은 아직 구매하지 못했고, 중고 매물을 노리고 있습니다.

(상태좋은 중고 가격이 대략 100만 원 정도입니다. 카멜 색이 갖고 싶은데 새제품이 214만 원이네요. 혹시 다른 소파베드 추천 환영합니다.)

 

8번 사진은 핀란드의 조명회사 Secto Design의 Octo4241 펜던트 조명입니다. 인테리어의 완성은 조명입니다. 아무리 좋은 가구들을 사모아도 조명이 쨍하면 아름답지 않습니다. 지금 사는 아파트 조명으로 Secto4021 제품을 써봤는데 . 잘 깎은 자작나무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이 편안하고 좋더라구요. 아주 만족도가 높아서 곡선으로 된 시그니처 모델 4240에서 크기를 약간 작게 한 4241을 골랐습니다. 이런 펜던트 조명은 층고가 높은 곳에 달아야 아름다운데, 부산사시는 분이 해외직구 했다가 아파트에 안어울린다고 중고나라에 올리신 미사용 신품을 85만 원에 샀습니다.

 

9번 사진의 의자는 제작자 미상의 1960년대 북유럽 원목의자입니다. 혼자 있을 때 게이트렉 테이블 의자로 이지체어의 스툴을 쓰면 되니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오래 앉아있으면 쉬이 피곤해지고, 아내와 둘이서 같이 식사를 하려고 해도 의자가 하나 더 있어야죠. 성북동 Mobellab에서 앞의 트롤리를 살 때 25만 원에 같이 구매했습니다.

18제곱미터에 불과한 공간이지만 이렇게 4~5인이 차마시고, 둘이서 한상 가득 차려놓고 식사하고, 넓은 개인 책상에서 차마시며 노트북 두드리고, 이지체어에 앉아서 스툴에 다리 올려놓고 편하게 책을 볼 수 있으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네 개나 되니 충분히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가구와 조명을 사모으는 데 소요된(슬리핑 소파를 100만 원으로 가정하면) 비용이 385만 원에 일부 용달비용을 더하면 약 400만 원 가량입니다.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제가 만족할만한 공간을 만드는데 필요한 지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엘리펀츠 건축사 사무소 이양재 소장님께서 제 이런 가구들을 놓고 쾌적하게 보낼 수 있는 농막과 고정식 온실의 평면도와 3D 이미지를 구상해주셨습니다.

 

농막 부분에서 주방이 빠졌으면 좋겠다는 제 고집에 맞춰서 설계한 평면이고, 욕실에서 세면대를 밖으로 뺐고, 현관 옆에는 신발장, 옷장 또는 수납장으로 쓸 공간도 뽑아주셨네요. 다락방을 두어서 침실 공간으로 쓸 수 있게 했고, 처마가 없는 걸 감안해서 농막 남향에는 접이식 차양을 다는 걸 추천하셨습니다. 다락방에 수납장 공간도 나왔고요. 현장제작으로 층고 4미터를 확보할 수 있으니, 개방감이 좋고, 다락방도 답답하지 않아 보입니다. 개폐가능한 천창도 제안해주셨습니다.

농막과 온실 사이에 4인 정도가 바베큐 파티를 할 수 있는 너비의 간격을 요청드렸습니다. 오후 시간이면 농막 건물이 충분한 그늘을 제공해줄 것 같습니다. 야외용 식탁과 의자는 코스트코의 캠핑 제품으로 필요할 때 꺼내쓰고 평소에는 온실 수납선반에 보관할 생각입니다.

 

온실에는 냉장고, 싱크대, 그릇장, 수납선반, 휴지통을 넣었습니다. 싱크대 상부장을 붙일 수 없으니 그릇장이 필요하고, 농기구와 자재, 바베큐 장비를 보관할 수납선반도 필수니까요. 텃밭 공간은 온실 크기를 늘려서 온실의 절반 이상이 되도록 하는 걸 권해주셨습니다. 3D 이미지처럼 넓게 데크를 깔지 않더라도 농막과 온실 사이만 평상을 붙여서 높이를 맞추면 되겠지요.

 

(10화에서 계속)

 

참고서적

 

<집의 초심, 오두막 이야기>, 나카무라 요시후미(2013),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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