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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 선택의 순간 : 공장제작 후 출고 vs 현장 제작

아무튼, 농막

by 태즈매니언 2021. 2. 2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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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농막>

 

11화 : 선택의 순간 : 공장제작 후 출고 vs 현장 제작

 

이양재 건축사님께서 만들어주신 평면을 가지고 고민하다가 아무리 단속의 가능성이 낮다지만 고정식 온실에 배관을 넣고 싱크대와 냉장고를 두는 건 부담스러워서 결국 일반적인 6평 농막처럼 싱크대와 냉장고 모두 농막 건물에 넣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로 인해 바깥으로 나온 세면대 공간과 옷장 및 신발장 공간이 사라지고 원룸 공간도 좁아질 수밖에 없었지만 대신 여름이나 겨울에도 쾌적하게 요리를 할 수 있고, 동선도 짧아졌네요. 이렇게 돌고돌아서 남들이 다 하는 방식대로 돌아왔습니다. ㅠ.ㅠ

 

그리고 이제 농막을 어떻게 지을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고민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제가 고른 동네에서 예상못했던 암초를 만나서 계속 지내기 힘들어졌을 때 이동식으로 배송받은 농막은 다시 옮겨갈 수 있지만, 기초에 부착된 현장에서 제작한 농막은 옮겨갈 수 없으니까요.

 

또 전원주택 건축에 대해서 찾아보니 요즘 제가 원하는 자재와 마감품질 수준으로 집을 짓는다면 1층 건축면적 30평을 기준으로 평당 600~700만원 가량이 소요되는데, 집의 크기가 줄어들수록 평당 가격이 올라가더군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집이 작아져도 모든 필요한 요소들은 있어야 하고, 시공인력의 인건비는 일당 기준으로 산정되니까요.

 

그러니 아무리 인허가비용 등이 없다고 해도 제가 원하는 품질로 농막을 실력이 검증된 분들이 현장에서 제작하면 전원주택을 괜찮게 짓는 평당비용보다 내려갈 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세종시에 단독주택 건축현장도 많은데 과연 4~5천만 원짜리 공사를 하러 이동거리를 감수하고 공주 현장을 선택할 시공담당 현장소장님이 계실지가 의문이었죠.

이양재 건축사님의 소개로 시공을 맡아주시는 현장소장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소장님께서는 건축사님의 설계도면에 따라 개략적인 견적을 미리 산출해주셨고 미팅 때 견적내용을 설명해 주셨지요.

 

외장재, 지붕재, 창호 등 자재에 따라 변동되는 금액이긴 했지만 제가 원하는 내부 자작합판 마감, 외부 탄화목 사이딩, 그리고 이양재 건축사님이 지붕재로 추천하신 탄화목을 선택했을 때 무지 헛 느낌으로 18제곱미터의 경량목구조 박공지붕 농막 건물을 현장에서 완성되는데 필요한 총 금액이 4,300~4,500만 원 정도로 추산되었습니다.

 

금액적으로는 제가 책정한 예산인 4천만 원에서 겨우 몇 백만원 차이이기 때문에 선택하지 못할 이유는 아닙니다.

 

하지만, 다시 이동가능한 농막의 장점 외에도 아래와 같은 점때문에 저는 현장 제작이 아닌 공장제작 후 출고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대신에 공사가 끝나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상하수도 배관과 점기초 공사는 소개받은 현장소장님께 맡길 예정입니다.)

 

첫째, 목수님들이 주택시공의 전문가이시지만 이렇게 6평 작은 평수의 농막을 만들어본 경험은 많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반면에 공장에서 사전 제작 후 출고하는 이동식 주택 제조회사들은 몇 년의 업력들이 쌓인 회사들이 부지기수로 많지요. 물론 이동식 주택 제조회사의 직원분들은 계속 이직하시겠지만, 회사 내부에 설계와 시공의 노하우들은 쌓여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동식 주택 시장은 자재 등급을 올리거나 단열 등 시공공정을 추가하면 금액에 따라 나아지는 부분들이 명확하게 제시된 경우도 많고, 워낙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들이(검증은 부족하겠지만)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거든요.

 

둘째, 원래부터 농막에 요구되는 건축수준이 높은 수준이 아닐텐데 제가 원하는 평면이 3m*6m에 다락이 없는 단순한 구조이기 때문에 현장제작의 장점이 크지 않았습니다. 이동식 주택 제조회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높이가 3.3m를 초과하면 저상 트레일러를 사용하고, 3.7~3.9m의 높이면 지붕 부분을 별도로 제작해서 현장에서 접합하는 방식을 사용하더군요. 결국 현장에서 완성이 필요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저는 좁은 공간에서 사다리를 타고 다락을 오르내리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층고를 4m까지 뽑을 수 있는 현장제작의 이점이 사라졌습니다.

 

셋째, 현장시공시 하자담보 책임 관련 분쟁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제가 부가가치세 10%를 아낄 수 있는 건축주 직영공사로 시공 부분을 현장소장님에게 맡기는 도급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그런데 완공 후 농막에서 누수와 같은 하자가 생겼을 때 현장소장님에게 담보책임을 묻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서로 피곤한 일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지붕작업을 하셨던 그날의 목수님과 지금도 계속 같이 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 저처럼 소액의 농막공사에서 4천만 원 기준 3%라면 120만원 가량인 하자이행보증보험증권 가액이나, 현장소장님을 통해서 재시공을 받는다 하더라도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소장님 개인이 부담한 손실금액을 당시 현장에서 일했던 목수분에게 구상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어느 정도 규모있는 법인이 제조해서 공급하는 이동식 주택 회사에 담보책임이나 제조물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쉽다고 느껴졌습니다.

 

제가 작년에 회사일로 3억 3천만 원이 투입되는 시스템개발 사업의 책임자로 제안요청서를 설계하고, 제안기관 미팅, 제안서에 대한 평가와 입찰 등을 진행해봤던 경험도 영향을 줬습니다. 언뜻보면 고만고만한 중소기업으로 보여도 치열하게 경쟁하는 수주산업에서 한두 명이라도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조금 더 높은 매출액을 꾸준히 올리는게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만큼의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계약시의 몇 가지 유리한 조건이나 담당자의 인간적 매력보다 제3자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고용인원과 매출액이 그 회사가 시장에서 더 경쟁력이 있다는 신호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최근 3년간 평균 연매출액과 고용인원이 많은 제안사를 선택했지요. 비슷한 이유로 저는 법인 사업자와의 계약을 더 선호합니다.

정확한 시장 통계가 없어서 모르겠지만, 자재비와 인건비가 계속 올라가니, 현장시공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면서 공장에서 제작해서 출고하는 공업식 주택이 6평 농막에서 모듈식으로 짓는 20평 소형주택으로 점차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은 드디어 기다렸던 쇼핑의 순간입니다.

 

(12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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