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농막>
25화 : 아직 농막은 없지만 올봄에 심을 겁니다.
3월 중순이 되면서 일 최저기온이 영상을 기록하니, 슬슬 나뭇가지에 새순이 움트고 말라붙은 땅에도 쑥이나 키작은 풀들이 돋아나기 시작합니다. 유튭에서 구독하는 대림묘목농원이 봄철시장을 개장했다는 소식까지 보니 설렙니다.
마룸에서 제작 중인 농막은 5월말에 설치될 예정이고, 7톤 트럭과 크레인이 농막을 내려놓는 작업을 해야하니 바닥다짐에 마사토나 잡석 성토까지 해야해서 땅의 절반 이상엔 무얼 심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유실수를 심기 전에 각 나무들이 선호하는 생육환경에 따라 적합한 위치와 공간 배치를 생각하지 않고 심으면 나무를 고사시키거나 두고두고 힘들게 굴취하면서 갓 뿌리내린 나무를 재차 힘들게 하니 서두르는 것도 조심스럽고요.
그런데, 묘목심기 좋은 3월말 4월초의 시기를 놓치면, 작은 화분묘를 들이지 방법말고는, 내년 봄을 기다렸다가 식재해야한다는 사실이 걸렸습니다. 화분묘를 심더라도 늦게 심을수록 노지에서 무사히 겨울을 날 가능성도 떨어지고요. 지난 3월 7일에 공주시 상수도와 수도꼭지도 연결해놔서 물 문제도 해결된 상황이라 올 봄을 놓치는게 더욱 아깝더라구요.
그래서 지난 주말 우리나라 유실수 묘목의 60~70%를 생산하는 성지 옥천군 이원면을 찾았습니다. 국내 최대의 묘목농원인 대림묘목농원은 해외에서 수입된 다양한 수국포트묘 등 요즘 유행하는 신품종 조경수가 많았지만 제가 찾는 유실수는 특별히 많지 않더군요. 구경만 하고 나가려니 아쉬워서 3천 원 주고, 발코니에 있는 빈 토분에 심을 튤립 한 포트만 사왔습니다.
제가 심으려고 생각하고 있는 나무들은 블루베리, 매화, 대봉감, 왕대추, 포포나무, 추이 자두, 하코트 살구, 플럼코트, 앵두, 오디, 포도나무, 미니사과입니다. 이 중에 유일하게 5그루 이상 심으려고 하는게 블루베리에요.
뿌리를 거의 다 잘라내서 숨만 붙어있는 가식재 묘목은 과연 이런 잘린 나뭇가지에서 새싹이 나긴 할지 의아하게 생겼더군요. 대신 화분묘보다 키는 훨씬 큰데도 가격이 훨씬 저렴합니다.
근처 농원 대여섯 곳을 구경하면서 블루베리를 살펴봤습니다. 결국 유실수를 전문으로 취급하고 묘목 배치나 품종 설명판이 가장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인상이 좋았던 '충북농원 영농조합법인'에서 샀습니다. 정찰가라 저같은 초보들에게 추천합니다.
지난 겨울에 공주도 최저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도 했던지라 내한성이 강한 북부 하이부쉬 계열로 7월 중하순에 익는 브리지타 5주, 6월말 7월초에 익는다는 블루크롭 5주를 각 5,000원씩 10주를 5만원 주고 사왔습니다.
좀 더 큰 3년생 분묘는 시세가 1.2만 원이던데, 작은 분에서 오래 자란 게 꼭 좋지는 않을 것 같았고, 제 승용차에 3년생 분묘 10개를 넣어 오기도 무리인 것 같아서 그냥 2년생 화분묘로 샀지요..
블루베리는 배관공사나 농막 놓는 작업에 지장이 없는 자리에 놓을 야외용 화분에 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아직 블루베리 놓을 위치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라 나중에 손쉽게 본식재할 위치로 옮겨심어야 하니까요.
알아보니 국내회사가 개발한 '에어포트 화분'이라는 공기가 잘 통하고 물빠짐이 좋은 조립식 화분이 요즘 농원들에서 인기더군요.
과습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뿌리가 빨리자라면서도 사방으로 뻗어나가다보니 뿌리 얽힘이 없어서 노지나 일반 플라스틱 화분에 식재한 묘목보다 월등하게 빨리 자란다는 말에 혹했습니다.
2년생 블루베리가 1~2년 동안 성장한다고 해도 충분한 크기인 40리터 화분 10개를 주문했습니다. 아무리 가벼운 원예용 상토를 넣는다고 하더라도 그 이상 크기이면 혼자 들어서 위치를 옮기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요. 가격은 특허가 있는 제품이어서인지 생각보다 비쌉니다. 10개에 배송비 포함 84,000원이네요.
110리터 제품까지 나오니 40리터 화분은 중간크기의 제품이지만 실내 화분들만 보다가 경동택배로 받아보니 무척 크네요. 다만 머리가 아플 정도로 화학약품 냄새가 많이 나서 아파트 발코니 같은 옥내 공간에서 사용하기에는 좋지 않아 보입니다.
같은 크기의 베트남산 토분 한 개 가격 밖에 안되지만 일반 플라스틱 화분 가격을 생각하면 비싼 편입니다. 물론, 1년만 직사광에 노출되어도 경화되어서 조금만 충격을 받으면 깨져버리는 저가 화분은 야외에서 쓸게 못되긴 하지만요. 블루베리 농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부직포 화분은 투습성과 통기성은 좋은데, 2~3년을 못버틸 정도로 내구성이 떨어져서 선택지에서 제외했습니다.
블루베리는 pH 4~5 정도의 산성토양에서 잘자라고, 물을 매우 좋아하는 천근성(뿌리가 얕게 뻗는 성질) 식물이면서, 배수성도 좋아야 하는 까다로운 특성이 있어서 토양을 산성으로 유지해주는 이끼류 토양인 피트모스와 진주암을 고온으로 가열해서 팝콘 튀기듯 팽창시킨 가벼운 흙알갱이인 펄라이트도 주문했습니다. 둘 다 투수성과 통기성이 매우 좋지요.
2년 전에 남부 하이부쉬 계열의 '선샤인 블루' 품종을 아파트 발코니에서 키워보려고 했다가 광량과 통풍 부족으로 열매도 못보고 고사시킨 적이 있어서 이번엔 제대로 키워보고 싶네요.
또 하나의 필수품도 준비했습니다. 야외에서 십수 개 이상의 화분들에 물을 주려면 물조리개가지고는 안되죠. 저가의 호스릴들은 우리나라의 혹서와 혹한에 쉽게 고장난다고 해서 좀 비싸긴 하지만 정원사들의 로망인 일본 타카기社의 신제품 '나노 넥스트 호스릴'을 선택했습니다. 호스길이는 10m/15m/20m 세 라인이 있는데 저는 밭 크기를 고려해서 20m인 제품으로 주문했습니다.
이제 빨리 심고 싶네요.
(26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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