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농막>
29화 : 유실수 주말농부의 첫 주말
반차내고 유실수 12그루를 심었던 지난 목요일에 신씨 어르신께서 아무리 화분묘라도 옮겨심으면 나무가 약해지니 가지치기를 하라고 권하셨지요. 이제 꽃이 피려고 하는 결실주 앵두의 가지까지 잘라야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는데 묘목을 샀던 농원에서 챙겨줬던 안내책자에도 과실수 묘목은 50~70cm 내외로 잘라주라고 나오네요.
유튭을 열심히 검색해서 평이 좋은 ARS 전지가위를 사서 챙기니 주말농부에 한층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아내가 주말 늦잠자는 틈을 타서 묘목을 전정해줬습니다.
신씨 아저씨께서 일하시다가 제가 오는 걸 보시고 고춧 지지대 열 개를 가져다주시네요. 봄바람이 꽤 쎄서 뿌리가 약한 묘목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줄기가 흔들리다가 죽는다고 지지대를 세우고 묶어주라고 하시네요. 감사히 받아서 하나씩 꽂아줬습니다.
옥천에서 사온 블루베리를 심어야 하는데 피트모스가 계속 안와서 확인해보니 택배회사 구역 담당자분이 상을 당하셨는데 대체 인력이 없어 배송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영업소에 가서 탑차에서 꺼내 왔습니다. 250리터라 혼자 들기 버겁더군요.
그리고 25화에 댓글로 유실수 식재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주신 김기연님의 경험담을 보고 한 그루씩만 샀던 묘목들 중에서 자가수분이 아니라 서로 수분을 할 수 있도록 주말농부도 열매를 보기 쉬울 것 같은 양살구(산형3호), 찬왕대추, 슈퍼오디를 한 그루씩 더 사고, 상토 5부대를 더 사왔습니다. 많이 샀다고 작은 포트에 담긴 꽃들을 한 판 골라서 가져가라고 하시네요. ㅎㅎ
집에서 밥을 차려먹고 좀 쉬었다가 조치원시장에서 사온 장화를 신고 아내와 함께 주말 농부의 첫 일을 시작합니다. 아 그런데 김씨 어르신께서 커피 한 잔 하고 일하라고 부르십니다. (아직 일 하나도 안했는데 ㅎㅎ) 따끈한 믹스 커피 마시면서 부부동반으로 처음 인사드렸습니다. 농기구나 작업도구 어지간한 거 다 있으니 필요하면 그냥 가져가서 쓰고 제 자리에 놓기만 하라시네요. 몇 번 안쓰는거 살 필요 없다고요.
우선 새로 사온 묘목 세 그루부터 뒷 자리에 심어주고, 기존에 화분이 있던 자리 틈새에 블루베리 심을 화분들을 준비해줍니다. 그리고 압축된 피트 모스를 손으로 뜯어서 해면해주면서 중간중간 펄라이트를 섞어준 다음 거기에 블루베리 열 그루를 심고 코코피트로 멀칭을 해줬습니다. 아내와 같이 일하니 혼자 할 때보다 훨씬 효율적이네요. 아직 빈 땅이라 화장실이 없으니 소변 생각이 나기 전에 서둘러서 끝냈습니다. ㅋㅋ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상의와 바지에 흙이 엄청 묻어서 차 시트가 더러워질까봐 할 수 없이 타기 전에 조치원시장에서 산 작업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목이 타지 않도록 가려주는 차양이 달린 모자, 기모처리된 티셔츠와 바지 모두 카모플라주 패턴인데 각 5천 원씩 총 1만 5천 원으로 해결된 패션입니다. 진짜 편해요. ㅎㅎ
여기에 일산집에 있는 감귤나무, 직장 선배님이 주신다는 둥시감, 보리수, 자두 나무 이렇게 네 그루를 더 심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정도 숫자면 실제 면적이 180평 남짓인 밭에 충분하지 않을까 싶네요. 나무들 사이의 간격도 유지해줘야 하니까요.
(30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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