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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 하지 말았어야 했던 실수

아무튼, 농막

by 태즈매니언 2021. 4. 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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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농막>

 

31화 : 하지 말았어야 했던 실수

 

사진들과 같이 제가 농막을 놓고 주말체험 농사를 지으려는 밭을 보면 남북으로 긴 직사각형이고 서쪽과 북쪽에 1.5~2m 가량 높은 밭이 있고, 진입구는 폭 2.5m의 현황도로인 제방길이 있습니다.

 

지난 화에서 이제 농막 출고 전에 마지막으로 기반공사만 일괄해서 맡기면 되겠다고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단순한 일부 성토가 아닌 진흙을 퍼내서 버리고, 마사토와 파쇄석을 깔고 다짐작업을 해야할 수도 있다는 말에 살짝 멘붕이 와서 싱숭생숭한 상태라고 말씀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긴 하지만 예상 외의 지출이라 추가 대출이 필요해서 심란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서 건축사님께서 도로에서 밭까지 진입하는 유일한 길인 2.5미터의 시멘트 포장 제방길에 대해서도 말씀을 하시네요. 줄자로 쟀을 때 폭이 정확히 2.5m라서 중간중간 시멘트 포장 가장자리가 깨어진 부분도 있고, 25톤 크레인의 전폭이 2,620mm이고 바퀴가 좀 더 튀어나와있을텐데 진입할 수 있는지 한 번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하시니 하늘이 노래졌습니다.

 

이미 농막을 주문해서 골조작업까지 마친 상태인데 들어오지 못한다고 하면 어떻게 되나 싶어서요.

 

워낙 중요한 문제라 현장을 확인한 세 명이서 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농막 제작사인 마룸의 정실장님께 바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여기서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제가 먼저 실장님께 전화를 걸어서 이런 우려가 있어서 확인 차 전화를 드렸다고 양해를 구하고 답변을 들으면 되는데, 약간 멘붕상태에서 정실장님 전화번호를 건축사님께 알려드리고 직접 통화를 하시게 했지 뭡니까.

 

두 분 모두 전문 분야가 있으시고,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인데 제가 실수해서 서로 마음 상하는 통화를 하시게 한거죠. 충분히 신뢰가 형성되어 있는 제가 실장님께 우려를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았어야 했는데 말이죠.

 

대형 건설회사의 아파트 현장에서도 일하셨고 여러 단독주택 등의 설계와 감리를 하신 건축사님과 7년 동안 못해도 백여 채의 농막을 출고하셨을 정평있는 이동식 주택 제조회사의 실장님, 두 분 모두 업역에 대한 자존심이 있는 분들인데 양해도 구하지 않고 곧바로 두 분이 직접 통화를 하시게 할 이유가 전혀 없지요.

 

결국 마룸의 이대표님께서 해결책을 내주셨습니다. 마룸이 공주쪽 출고작업 때 여러 번 이용하신 크레인회사에 현장확인을 의뢰해서 아래의 세 가지 사항을 확인하기로요.

 

첫째, 폭 2.5m의 제방길에 7톤 트럭과 25톤 맹꽁이 크레인이 진입 가능한지

둘째, 7톤 트럭과 25톤 맹꽁이 크레인이 밭에 진입하기 위해서 진입구 양옆 사면을 절토 또는 성토해야 하는 치수

(전면 진입 또는 후진 진입 후 출차하는 것까지 모두 가능한지)

셋째, 성토만으로 농막을 실은 7톤 트럭의 바퀴가 밭에 빠져버릴 우려는 없는지, 크레인이 다리를 내리고 안정적으로 농막 하차작업을 할 수 있는지

 

누가봐도 크레인과 트럭의 진출입에는 크레인 기사님이 가장 전문가인 게 맞으니 수긍이 가는 현명한 방법이지요. 건축사님과 이대표님 모두 맹꽁이 크레인보다는 축간거리가 6.4m나 되는 7톤 트럭의 진출입이 더 어려울 거라고 말씀하시네요.

 

밭의 지내력 보강 문제도 골치아프다고 생각했는데, 반 년 동안 계속 고민한 끝에 신중하게 선택해서 중도금까지 치른 제 농막을 설치할 수 없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거 몇 천만 원 날리는 거 아닌지. 혹시 못들어온다고 하면 다른 사람한테 팔아야 하나 등등 심란해서, 크레인 기사님께서 현장확인을 하시는 날이 판결 선고일처럼 기다려지네요. 제발...

 

(31화에서 계속)

 

폭 2.5미터의 제방길입니다.
진입구의 한쪽 측면에는 낮은 밭이 있고 주민분이 하천점용허가를 받아서 경작 중입니다.
이렇게 T자형으로 꺾어져서 대형차량이 이대로는 진출입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진입구 반대쪽 측면의 높은 밭 사면입니다. 차량 진출입을 위해 절토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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