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농막>
30화: 점토질 농지의 허용지내력과 배수
지난 주말 묘목을 심고 이제 ‘바닥 다짐작업, 작업공간 및 농막을 내려둘 기초 면적에 잡석 깔기, 고정식 온실 바닥 콘크리트 타설, 상하수도 배관과 배관 공사, 진입구역 양옆 절토 및 성토’와 같은 기반공사를 일괄로 도급하면 농막이 출고되기까지 내가 할 일이 마무리 되는구나 싶어서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런데 하루만에 반전이...
제가 산 땅이 지목상 밭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논으로 사용되어 왔기에 물빠짐이 좋지 않은 점토질 토양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한지 몰랐네요.
기초 콘크리트를 타설할 수 없는 농막 자리는 되도록 자갈로 다짐을 잘해야겠지만, 땅의 나머지 부분은 어차피 건축물을 지을 땅이 아니니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현장 확인을 오셨던 마룸의 대표님과 실장님께서 그간 봤던 설치대상지 중에서 흙이 가장 무르다고 하셨을 때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비가 한동안 안와서 땅이 단단해진 시기에 7톤 트럭과 25톤 맹꽁이 크레인이 진입해서 농막을 내려놓는 하차 작업만 무사히 마칠 수 있을 정도로 마사토와 잡석을 부분적으로 성토하고, 잡석을 조금 깔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요.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현장을 보신 엘리펀츠 건축사무소 이양재 건축사님과 단독주택 시공회사 배소장님께서 흙 상태를 보시고 마사토와 잡석을 위에 깔아서 될 땅이 아니라고 하네요. 엊그제까지 비가 많이 왔다지만 땅이 찹쌀떡처럼 말랑말랑해서 위에 바로 깔아봤자 자갈이 안으로 푹 꺼져 들어가버린다고 합니다.
댓글에 링크한 <772건축이야기> 유튭 채널 동영상의 설명을 보니 땅이 견딜 수 있는 내력(ton/m2)이 1평방미터 당 100톤 이상을 견디는 경암반부터 날씨등 컨디션에 따라 틀리지만 1/10 이하로 떨어져서 비가 오면 죽사발처럼 되는 점토질까지 수치가 참 다양하네요. 안타깝게도 제가 산 땅이 황토와 뻘흙이 섞인 점토질입니다. ㅠ.ㅠ
건축사님께서는 제안하신 방법은 영상에서 캡춰한 방식의 치환 공법이었는데요. 이렇게 할 경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기반공사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잠시 표정관리도 못하고 넋이 나갔지요. 건설장비 사용료에 흙을 버리고, 사오는 비용까지 추가되니까 더 드는 게 이해는 되는데 상시 거주할 주택을 짓는 것도 아니라 고민이 됩니다.
제 밭이 배수가 잘 안되는 이유 중 하나가 북쪽과 서쪽의 약 2미터 가량 지대가 높은 밭들과 붙어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양쪽 밭 모두 제 밭보다 넓기도 하고요. 그래서 위쪽 밭에서 경사면을 타고 흐르는 물들이 제 밭을 물바다로 만들지 않도록 배수로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저는 평소에 길에서 봤던 배수 트렌치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차들이 다닐 것도 아니니 튼튼하게 콘크리트 배수관으로 할 필요는 없고 저렴한 플라스틱으로 하려고 했었지요.
그런데 이런 걸 표면배수라고 하고, 표면배수로가 장마나 폭우 시에 표면에 흘러나온 물들을 급히 흘러보내주긴 하지만, 스며들어서 땅속을 스펀지처럼 만드는 땅 속의 물들에는 무용지물이라는 걸 몰랐습니다.
배수문제와 관련해서 오늘 마룸의 이상철 대표님께서 귀뜸해주신 방법이 '유공관'을 시공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검색해서 찾아보니 사방에 구멍이 뚫린 파이프-부직포-자갈을 통해서 땅속의 물이 관으로 모여서 잘 흘러나가게 하는 방법이군요. 땅의 배수문제를 개선해줄 수 있는 방법이라 샤인머스켓 포도처럼 물빠짐이 좋아야하는 과수들을 재배하는 농가에서도 많이 시공한다고 합니다.
예산 제약만 없다면 치환 공사와 유공관 공사를 모두 해서 유실수도 잘 자라고 농막과 고정식 온실의 지반 침하 걱정도 없이 쾌적하게 사용하면 좋겠지만 200평도 되지 않은 작은 땅에 토목공사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것 같아서 고민됩니다. 리스크와 비용의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겠지요.
그런데 이 고민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확인한 다음에 해결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2연타를 맞으니 어질어질하네요. 제가 '졸꾸'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아무튼, 농막'이라고 말하지 못하겠더군요. 작년 9월에 땅을 사고 처음으로 농막을 생각한 게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나 심란해졌습니다. 그런데 더 시급한 문제는...
(31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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