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농막>
32화 : 중재 결정, 진입로 확보는 어떻게?
마룸의 이대표님께서 백*크레인의 엄대표님께 현장확인을 의뢰해주셨습니다. 퇴근 후 약속장소에서 엄대표님을 만났는데, 모두 5대의 크레인을 보유하고 있는 공주에서 가장 큰 크레인회사 대표님이시네요.
중재위원장님을 모시는 경건한 마음으로 농막의 크기와 25톤 크레인이 먼저 들어와서 7톤 트럭이 싣고 들어온 농막을 놓을 위치까지 설명을 드렸습니다.
엄대표님께서 폭 2.5m의 제방길은 밤나무쪽에 흙도 좀 있어서 크레인도 충분히 지나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최근에 더 좁은 길도 지나갔었는데 얼마 되지도 않은 길을 한 시간 걸려서 지나갈 정도로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다음으로 진입구 부분을 유심히 보시고 이대로는 절대 진입을 못하는데, 마늘밭을 파묻을 게 아닌 이상 그쪽 사면을 조금 성토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하시면서 높은 밭의 사면을 어느 정도 깎아야 하는지 확인해주시네요. 말뚝과 실로 표시된 만큼입니다.
끝으로 아직 덜 말라서 물렁물렁한 밭을 보시고는 트럭과 크레인이 들어오는 부분은 성토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크레인은 사륜구동이라 괜찮을 수 있어도 7톤 트럭은 여느 농막보다 무거운 마룸 농막을 싣고서 바퀴에 진흙이 묻으면 안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크레인이 다리를 내리고 하차작업을 할 밭의 남동쪽 부분은 비가 안내려서 잘 말라있기만 한다면 성토를 안해도 괜찮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마사토나 파쇄석을 조금 깔아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또 하나, 논으로 쓰였다보니 진입구 부분에 논두렁이 살짝 올라와있는데 이 부분 턱을 미리 없애고, 진입구에도 마사토와 파쇄석을 깔아준 다음 경사를 좀 더 완만하게 해달라고 하시네요.
마지막으로 땅을 밟으면서 지난 주말에 비가 왔다고 이런 상태인데, 치환공사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의견을 여쭈었는데, 엄대표님께서 그렇게 하는게 정석이긴 한데, 어차피 농막을 내려놓은 다음에는 승용차말고 큰 차량이 드나들 일이 없다면 소요비용을 고려했을 때 꼭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의견을 주셨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고, 5월말 농막 출고 때 뵙겠다고 인사드리며 엄대표님을 배웅하는 와중에 이번 주말에 엄대표님께 농막 하차를 의뢰하신 주변 토지주의 사위분을 만났는데, 초면인 그 분께서 <아무튼, 농막> 연재 잘 보고 있다고 하시네요.
헐퀴... 연재글 보다가 익숙한 풍경이 나와서 알았다시는데 이런 우연이...집을 지을 수 있는 대지를 사셔서 근사하게 조경도 해놓으신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2대가 농막을 같이 쓰신다니 부럽고 앞으로 가깝게 지내고 싶습니다!
화분에 물주러 다시 오니 저희가 대화 나누는 걸 관심있게 지켜보시던 김씨어르신께서 커피 한 잔 하고 가라고 하시네요.
김씨어르신네 강아지가 심심했는지 저를 열렬하게 반깁니다. 누군가 저에게 이렇게 열정적으로 다가올 일이 이번 생에 또 있을지. 이런 게 육아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의 즐거움일까요? 김씨 어르신네 마당의 복숭아나무와 활짝 핀 수선화를 보니 저도 빨리 이렇게 꾸미고 싶은 생각이 솜사탕처럼 부풀어오릅니다.
사모님께서 타주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오늘 왜 왔는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김씨어르신께 설명드렸습니다.
김씨어르신께서는 다 들으시고, 아예 1미터 이상 성토를 하는 게 어떻냐는 제안과 함께 진입구 부분 중에서 높은 밭을 깎았다가 다시 원상복구 해주느니 하천점용허가를 받아서 농사를 짓고 있는 마늘밭을 경작하는 주민분에게 어느 정도 돈을 드리고 그쪽으로 입구를 넓혀보라고 권하시네요.
이장님 통해서 경작자분이 까다롭다고 들어서 생각도 못했었는데 그렇게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높은 밭의 가장자리를 일단 깎았다가 농막이 설치된 이후에 다시 원상복구 해드리자면 크레인을 한 번 더 불러야 하고, 원상복구 후에는 다시 승용차 한 대를 댈 공간밖에 안남거든요. 그러느니 아예 반대쪽 폭을 넓혀서 평소에도 차를 두 대 댈 수 있도록 하면 손님이 왔을 때도 불편함이 없으니까요.
다만, 국유지인 하천부지를 1.5미터 가량 성토하는 게 엄밀하게는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51조의 개발행위허가의 대상이라는 게 걸립니다.
우선 현재 하천점용허가를 받아 마늘밭으로 경작 중이신 주민 분께 제가 적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밭의 끄트머리를 4~5미터 가량 메꿔도 되는지 여쭤보고 진입구 확보 공사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장마철이나 태풍이 불 때 농막이 수상가옥처럼 떠버릴 가능성을 막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부분에 진흙을 30~50cm 깊이로 치환공사했을 때의 견적비용과 농막 앞뒤로 유공관을 매설하는 공사비용까지 포함하여 상하수도 및 정화조 설치 공사, 성토 공사를 포함한 전체 기반공사 비용 견적을 엘리펀츠 건축사사무소 이소장님께 의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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