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유시민] 청춘의 독서(2009)

독서일기/독서법창작론

by 태즈매니언 2014. 1. 9. 16:39

본문

본인은 풀과 가위로만 만든 책이라고 자기 스스로 평가절하하기는 했지만 널리 읽혔던 <거꾸로 읽는 세계사>의 청년 유시민이 30여년의 시간을 지나서 펴낸 <청춘의 독서>. 

열 네 권의 고전 중 내가 읽은게 다섯권 밖에 안된다는게 참..유시민이 쓰는 문장이 너무 아름다운 향기를 풍겨서 홀짝홀짝 좋은 커피를 연달아 들이킨듯 배가 부르네. 


---------------------


7쪽(머리말 중에서)

생물의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고 한다. 최초의 수정란이 어머니의 자궁에서 수십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인간으로 성장하는 열 달은 지구 행성에 처음 출현한 유기 분자가 호모사피엔스로 발전하기까지 수십억 년의 진화적 시간을 압축 반복한다. 지성의 개체발생도 계통발생을 반복한다. 인간의 대뇌피질에 축적된 정보의 유기체적 통일체인 지성, 그것 역시 기나긴 지식과 지성의 발생사를 압축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나의 육체는 코스모스를 운행하는 모든 별들과 같은 물질로 연결되어 있고, 정신은 문명사의 이정표를 세웠던 위대한 지성인들과 책을 통해 이어져 있다. 나는 그들 모두엑서 살아 있는 문화 유전자를 상속받았다. 그들이 했던 고민과 사색은 많든 적든 내 것이기도 하다.

180쪽

유방과 한신은 야수적 탐욕이 판치는 정치 사회적 혼란과 전쟁의 한복판에 몸을 던졌다. 때로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고 때로 스스로 야수가 되어 싸운 끝에, 야수의 탐욕이 지배하는 혼란의 기대를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냈다. 그리하여 수없이 많은 민중의 아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창과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들게 했다. 민초들이 공포감에서 벗어나 생업에 힘쓰면서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고 늙은 부모를 편안히 모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것은 공자와 맹자 같은 고귀한 성인도 이루지 못한 위대한 일이다.

정치는 위대한 사업이다.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적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한신과 유방이 빛을 쫓는 불나방처럼 권력을 향한 본능에 이끌어 투쟁의 소용돌이에 뛰어들었다 할지라도, 그들은 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인의를 존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만하면 충분하지 아니한가.
사진: 본인은 풀과 가위로만 만든 책이라고 자기 스스로 평가절하하기는 했지만 널리 읽혔던 <거꾸로 읽는 세계사>의 청년 유시민이 30여년의 시간을 지나서 펴낸 <청춘의 독서>. 

열 네 권의 고전 중 내가 읽은게 다섯권 밖에 안된다는게 참..유시민이 쓰는 문장이 너무 아름다운 향기를 풍겨서 홀짝홀짝 좋은 커피를 연달아 들이킨듯 배가 부르네. 


---------------------


7쪽(머리말 중에서)

생물의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고 한다. 최초의 수정란이 어머니의 자궁에서 수십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인간으로 성장하는 열 달은 지구 행성에 처음 출현한 유기 분자가 호모사피엔스로 발전하기까지 수십억 년의 진화적 시간을 압축 반복한다. 지성의 개체발생도 계통발생을 반복한다. 인간의 대뇌피질에 축적된 정보의 유기체적 통일체인 지성, 그것 역시 기나긴 지식과 지성의 발생사를 압축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나의 육체는 코스모스를 운행하는 모든 별들과 같은 물질로 연결되어 있고, 정신은 문명사의 이정표를 세웠던 위대한 지성인들과 책을 통해 이어져 있다. 나는 그들 모두엑서 살아 있는 문화 유전자를 상속받았다. 그들이 했던 고민과 사색은 많든 적든 내 것이기도 하다.

180쪽

유방과 한신은 야수적 탐욕이 판치는 정치 사회적 혼란과 전쟁의 한복판에 몸을 던졌다. 때로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고 때로 스스로 야수가 되어 싸운 끝에, 야수의 탐욕이 지배하는 혼란의 기대를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냈다. 그리하여 수없이 많은 민중의 아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창과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들게 했다. 민초들이 공포감에서 벗어나 생업에 힘쓰면서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고 늙은 부모를 편안히 모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것은 공자와 맹자 같은 고귀한 성인도 이루지 못한 위대한 일이다.

정치는 위대한 사업이다.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적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한신과 유방이 빛을 쫓는 불나방처럼 권력을 향한 본능에 이끌어 투쟁의 소용돌이에 뛰어들었다 할지라도, 그들은 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인의를 존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만하면 충분하지 아니한가.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