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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경] 열애를 읽는다(2014)

독서일기/독서법창작론

by 태즈매니언 2016. 11. 17.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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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밤이면 느긋하게 책을 볼 시간이 충분한데 왜 늦은 시간에 이 책 <열애를 읽는다>를 집어들어서 며칠 째 제대로 못잤다고 아우성을 쳐대는 내 몸을 학대하고 있는지. 이런 저를 스스로 한심해하면서 화장실 두 번 간 것 빼고 단숨에 끝까지 다 읽은 책입니다.(네 몇 시간 전에 무엇보다 몸을 챙기자고 해놓고 말이죠.)

 

읽고 나니 보물이지만 소설가 이화경님의 이 책도 그냥 매대에 놓인 상태였다면 펴보지 않았을 책이었을 것 같습니다. 책 날개 안쪽에 끼워진 '2014 중앙엠앤비 도서목록' 카탈로그에 올라있는 책들을 보니 니치 마켓을 잘 노린 기획도서들을 펴내는 출판사로 보이더군요. 그런데 이 에세이의 표지디자인은 왜 연애블로그나 미즈토크, 네이트판의 열혈 독자들을 대상으로 펴낸 책처럼 보이게 했는지 의문입니다.

 

저는 이 독서 에세이가 다루는 11권의 소설 속에 나오는 사랑의 이미지들 중 단 하나도 설정샷 느낌의 포즈로 앉아 까페에서 느긋하게 읽을만한 작품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원문이 아니라 서평과 그 안에서 중간중간 등장하는 발췌한 문장들만 봤는데도요.  바로 앞에서 어느 미치광이가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침을 튀기는 데 저런 도도한 포즈는 좀 어렵지 않을까요? 저는 이 에세이에서 소개하는 사랑을 다루는 개개의 작품들 속의 '열애를 읽는' 느낌이 '광기를 연료로 타오르는 사랑이라는 과흡기된 불꽃과 그 연소의 부산물로 나온 시체썪는 냄새와 비슷한 파멸의 향기'가 진동을 한다고 느꼈거든요.(좀 더 알려지는게 마땅한 책인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전문가의 영역에 주제 넘게 오지랖을 부려 봤습니다.)

 

11편의 소설 중 마르께스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이미 읽었던 작품인데도 제가 그 때 도대체 책을 제대로 읽기는 한 것인가 한탄이 들더군요. 망각을 핑계댈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내공있는 타인의 폭넓은 시야를 접해보기 전에는 자기의 한계를 깨닫기 못하는 게 사람이라 생각하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나머지 7권의 소설인 한스 에리히 노삭의 <늦어도 11월에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샨 사의 <바둑두는 여자>,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 오르한 파묵의 <순수 박물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 슈테판 츠바이크의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들도 읽어볼 책 목록에 추가했습니다. 지금 쌓여있는 책들을 좀 읽고나서, 이 유능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느낀 감동을 대부분 잊어버렸을 때 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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