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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 레이놀즈/정순욱 역] 프리젠테이션 젠(2008)

독서일기/독서법창작론

by 태즈매니언 2016. 9. 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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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업무적인 서적에 대해서는 독후감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기 아까울 정도로 괜찮아서 소개해봅니다.


이 책이 훌륭한 이유는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이 단순히 아이디어와 자료를 담는 그릇일 뿐,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도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짚어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책 자체도 슬라이드와 스크립트의 결합에 가까웠습니다. 각 장별 목차의 좌측에 일본의 정원사진을 한 장씩 배치했는데 이 양면 한장이 슬라이드처럼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책을 다 읽고나니 지천회유식(池泉回遊式) 정원을 거닐고 온듯하더군요. 이 또한 저자가 의도한 바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프리젠테이션의 본질을 생각할 때 둘은 매우 유사하니까요.


스콧 맥클라우드는 "어떤 이미지를 본질적 의미로 압축함으로써 의미를 오히려 증폭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어제 독후감을 썼던 책에서 사진가 세바스치앙 살가두가 흑백사진이라는 제약조건을 가지고 다양한 명함의 회색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낸 것과 통하는 이야기인듯 싶습니다. 이 책 제목에서 말하는 젠(禪)과도 연결되고요.


저는 글머리 기호를 사용한 텍스트들을 싫어하고, '단순화를 통한 증폭'을 통해 만화에 가까운 이미지 슬라이드 위주로 진행하면서 별도의 스크립트를 준비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이 훌륭한 이유와 같지요. 법률에 관한 내용을 이렇게 구현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르 레이놀즈씨 덕분에 계속 이 방향을 지켜나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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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쪽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준비 시간을 단축하기는커녕 오히려 시간이 더 많이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청중의 시간 낭비를 줄이는 효과만큼은 대단히 크다. 다시 말하지만 자기 자신의 시간을 절약하는 것만이 다는 아니다. 다른 사람의 시간도 소중하지 않는가? 내 시간을 절약하면 자신은 만족스러울 것이다. 한편, 청중의 시간을 절약해 주고 그들과 의미 있는 내용을 공유한다면 깊은 충족감과 성취감으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143쪽


어떤 조직을 대표해서 프리젠테이션을 한다면 첫 페이지와 맨 마지막 페이지를 제외하고 다른 모든 페이지에서 로고를 없앨 것을 권한다. 청중이 뭔가를 배우고 여러분을 오래 기억해주기를 원한다면 진솔한 프리젠테이션을 하면 된다. 로고가 있다고 더 설득력있는 발표가 되진 않는다. 오히려 로고가 야기하는 난잡함 때문에 불필요한 잡음이 더해지고 슬라이드가 광고판처럼 보일 수 있다. 일상 대화에서 새로운 문장을 시작할 때마다 자기 이름을 반복해서 말하지 않는 것처럼 모든 페이지에서 회사 로고를 청중에게 강조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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