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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더다/이종인 역] 오픈 북(2003)

독서일기/독서법창작론

by 태즈매니언 2016. 7. 31.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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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Open Book. 단 세 단어로 된 중학교 1학년 교과서(나 때는 알파벳을 중학교 때부터 가르쳤다 --;)에 나오는 젠체하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상상력을 담고 있는 좋은 제목이다. 다 읽고 나니 책 제목에 마이클 더다(Michael Dirda) 자신이 에필로그에서 언급한 청년기를 지난 자신의 취향이 담긴 듯 하다.

 

그리고, Design Boom에서 만든 한국판 표지가 미국판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책상에 펴진 책 모양의 책을 내 책상에 올려두고 그걸 사진으로 찍었다! 코흘리개 시절 친구집에서 빌려읽었던 새벗문고에서 액자식 구성을 처음 알았을 때의 느낌이 떠올라 감개무량해졌다.

 

번역판 부제가 '젊은 독서가의 초상'인데 러스트 벨트 출신의 성공담 느낌을 주는<Coming of Age in the Heartland> 보다는 훨 낫지만 <Chapters from a Readers Life> 보다는 못하다. 번역가 중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 이렇게 ...방대한 책을 읽어댄 문학평론가의 책을 번역하는 사람이 아닐까? 번역자 이종인님의 수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2007년에 번역되어 나온 이 책을 곧바로 읽었더라면 내가 좀 달라졌을까? 2007년은 회사에 입사하던 해라서 내가 책하고 멀어지기 시작한 때이다. 내가 병역을 마치고 복학했던 때가 2002년 가을이었고 마이클 더다가 이 책을 쓴 게 2003년.. 그 때 바로 이 책을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책에서 마이클 더다가 십대부터 이십대 초반까지 읽어왔던 독서목록을 보면서 거의 겹치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내가 읽어온 인문학적 지식이란게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에 충격을 받았다. 마이클 더다가 오벌린 대학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단어와 문장을 대하면서 기울였떤 진지함을 나는 살면서 단 한번이라도 발휘해보지 못했다. 게다가 영문학이라는 전통은 그런 마이클 더다와 같은 각오로 수십 년을 불태운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이삼백년 동안 쌓아올린 탑이란 걸 느꼈다. 영알못이라 그동안 모르고 살아온 게 다행인건가...

 

문학박사에 평론기자와 책읽기를 좋아하는 소시민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자는 게 아니다. 단지 평면에 붙어다니던 개미가 처음으로 수직으로 2~3cm 기어올라가보고 3차원의 공간이 무엇인지 느낀 상황임을 전하고 싶다.

 

오벌린 대학에서 더다가 만난 교수들의 가르침과 더다의 노력과 나의 대학생활. 더다의 엑상프로방스에서의 여행 경험과 그저 몇몇 들어본 지명과 유적지들을 둘러보고 좋은 날씨를 즐겼을 뿐인 나의 엑상프로방스 자전거 여행 경험 정도로 멀고먼 간극이 독서에서도 존재한다는 사실. 그저 나는 재능과 노력이 없었을 뿐. 자책하거나 한탄한 일도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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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쪽

 

(조지) 오웰의 소설은 우등반에서 가장 인기있는 책이 되었는데 부분적인 이유는 줄리아와 윈스턴 스미스 사이의 격정적인 섹스 장면 - 시그넷 판 문고본의 104페이지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 때문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ㅋ)

 

218쪽

 

그 해 여름 나는 내 아버지의 모든 것을 용서했다. 아버지가 아무리 독재적으로 파악하게 행동해도 참고 견디기로 마음 먹었다. 따지고 보면 아버지의 영혼을 마비시키는 그 노동 덕분에 나는 글을 읽을 시간이 있었고, 그 때문에 나의 삶이 아버지의 삶보다 더 나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생전에 이 말을 전해드릴 수 있었다면..)

 

333쪽

 

고전학자 윌리엄 애로스미스는 진정한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을 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벌린에서는 그것이 특히 진정하면서도 중요한 사항이었다. 교수와 학생들은 교실 안에서 또 밖에서 상호 작용을 했다. 거의 모든 교수들이 모범을 보이면서 내게 영감을 주었고 그들이야 말로 가장 존경하는 학문의 인간 광고판이었다. 그들이 몸소 보여준 것은 기독교적 휴머니즘, 면도날 같은 지성, 광범위한 학식, 르네상스에 대한 경멸 등이었다.
(나는 고전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걸 처음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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