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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여덟 단어(2013)

독서일기/독서법창작론

by 태즈매니언 2016. 8. 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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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을 찍는 것도 아니고 걸신들린한 책에 대한 먹부림은 이제 그만하고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서 깊이 파는 독서를 하고 싶은데 아직은 그 시기가 아닌가 보다. 읽고 싶은 책들이 쌓여 있는데 얇은 두께, 그리고 박웅현 씨에 대한 궁금증으로 단숨에 읽었다. <책은 도끼다>로 유명해지면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들을 8개의 테마로 추린 책. 주로 서울에 살고 있는 선배형들을 만나기 힘들어진 터라 그리운 형들을 대신해 주지 않을까 싶어 집어들었던 것 같다.

 

몇 번의 강연으로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고 잘라말하며 시작하니 외려 신뢰가 갔다. '자존(自尊)'을 가장 먼저 꼽은 것에도 동의하고.  '고전(古典)'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는 작년에야 읽었던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떠올랐다. 그동안 내가 무수히 읽어왔던 연애소설과 영화의 프로토 타입을 뒤늦게 발견했을 때의 그 뒤통수 맞은 느낌.

 

이 책을 통해서 古典과 本質, 그리고 見을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멀거니 봤던 페친께서 타임라인에 되풀이해서 반복했던 이야기인데 그 본뜻을 이제야 이해한듯 싶다. 회화에 까막눈이지만 오르세에서 본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과 뚤르즈 로트렉의 <검은  모피를 두른 여인>을 직접 봤을 때의 충격이란.. 무지렁이도 '스탈당 신드롬'을 겪을 수 있더라. 처음 제대로 듣고 몇날 며칠을 미친듯이 들었던 파헬벨의 캐논도 생각나고.

 

책을 보다 보니 영화평론가 이동진씨가 <밤은 책이다>란 책에서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라는 말을 했다고 인용했는데, 나도 감탄하며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 없이 산다'을 흥얼흥얼. 이제 책에서 박웅현씨가 추천해준 음악들을 스피커 볼륨을 높여 들어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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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쪽

 

그래서 저는 어린 시절 제가 받은 굥퓩을 생각하면서 선생님들께 부탁이니 딱 한 번만 효율을 포기하고,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스피커를 가져다놓고 아이들에게 비발디의 음악을 들려주라고 했습니다. 분명 그 중 반 이상은 감동을 받아 소름이 돋을 것이고 그러면 그걸로 됐다고, 그 이후로는 스스로 찾아 들을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125쪽

 

"여행지에서 랜드마크만 찾아가서 보지 말고 내키면 동네 카페에서 동네 사람들과 사는 이야기도 하고 벼룩시장에 가서 구경도 하면서 거기 사는 사람처럼 여행하는 거야. 그게 더 멋져. 그리고 생활은 여행처럼 해. 이 도시를 네가 3일만 있다가 떠날 곳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갔다가 다신 안 돌아온다고 생각해봐.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거기에서 3일밖에 못 머물기 때문이야. 마음의 문제야. 그러니까 생활할 때 여행처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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