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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슬] 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2022)

독서일기/의학

by 태즈매니언 2022. 11. 1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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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싶은데 매년 이 시기면 유독 몰리는 직장일과 고쳐야 하는 제 글 때문에 요 몇달 간 책 기아 상태네요. 이 와중에도 읽고싶은 책들은 꾸역꾸역 사고 있으니 다이어터의 식탁에 탐스러운 요리들이 계속 새로 놓이는 셈이라 더욱 힘듭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라고 한 권을 집어들었네요. 대신에 가장 얇은 책으로요.

평소에 박한슬님 페북 포스팅을 챙겨보지만 가족분들이 죄다 의료계 종사자신지 몰랐습니다. 의료계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시야에 도움이 된 가정환경이네요.

분량은 짧은 편이지만 내용이 충실한 책입니다. 정부출연금으로 연구해서 NKIS에 업로드되지만, 일반 국민들은 거의 찾아보지 않는 정출연 정책보고서들이 이런 전달력있고 알기 쉬운 글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상적인 사례를 이렇게 단행본으로 보게 되네요.

앞으로 이런 의료정책쪽으로 진로를 택하실지 모르겠지만 이 분야로 가신다면 우리 사회에 소중한 전문가가 되실 것 같습니다. 세종시에 있고, 급여도 떨어지는 보건사회연구원으로는 모시지도 못할테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을 정도로 비용 대비 효율적인 국민건강보험을 중심으로 형성된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이유, 의료계 직역간, 의료계와 정부와의 갈등이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핵심 부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네요.

이 책에서 다룰 내용이 아니라며 말씀을 아끼시긴 했지만 실손보험의 도수치료, 한방병원의 교통사고환자 치료 등 큰 돈 구멍들부터 메우는 게 가장 급해 보입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의 주택시장 구조가 전세제도-높은 만기일시상환대출 비중 - 낮은 재산세와 높은 양도소득세의 세 얼굴을 가진 한 몸통이니, 하나씩 떼서 바꾸자는 것은 제대로 된 의견이 아니라고 하셨던 이조훈님의 지적처럼 의료정책 역시 소위 ‘사이다 발언’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책 덕분에 우리나라의 중위연령에 가까운 제가 늙어서 병원갈 일이 많아질 때도 지금과 같은 저렴하고 접근성 높은 의료서비스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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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페이지(여는 글)

인구구조가 바뀌어 가는 현시점에서 의료 정책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갖추고 적극적 의사 표명을 하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단지 지금의 의료 서비스만이 아니라 미래에 내가 이용할 의료 서비스를 결정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119쪽

지금 (4~6인 병실이 가장 많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국력을 갖춘 해외선진국들에서는 1980~1990년대에 이미 2인실 체계가 보편화되었습니다.

143쪽

내시경의 사례에서 살펴봤듯, 현행 국내 건강보험에서 의료 서비스 가격을 의사의 기대치보다 낮게 유지 중인 건 사실입니다. 행위별 수가제 시스템에서 개별 행위에 대한 수가책정이 불합리한 경우도 많은 게 맞고요. 그렇지만 의료 기관은 그 반대급부도 동시에 누리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70%에 달하는 건강보험에 의한 가격 할인을 누리고 있기에 지금만큼이나 의료 기관에 자주 방문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167쪽

이런 기피과에 한해서라도 수술 건당 높은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닌, 해당 진료과 전문의에 대해 국가가 인건비를 보조하는 다른 보상 방식을 택할 수가 있습니다. 꼭 필요하지만 발생 빈도가 아주 높지는 않은 질환에 대한 고난도 수술이 가능한 인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런 방식이 거의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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