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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 톨렌티노/노지양 역] 트릭 미러(2019)

독서일기/에세이(외국)

by 태즈매니언 2021. 12. 2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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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기 전에는 넷플릭스 <소셜 딜레마>의 페미니스트 버전일거라 예상했기에 첫 두 편의 에세이를 보다가 덮어버릴뻔 했다. 개인사가 너무 시시콜콜 자세해서, 내가 왜 전혀 알려지지도 않은 초창기 지역방송국 리얼리티 쇼 참가 경험담을 읽고 있어야 하나 현타가 왔다.
‘너무 많은’ 명사(noun)들과 인용된 (나는 안읽어본) 책 제목들, 자기 감정에 대한 해상도 높은 분석들로 버무려져서 딱 싫어하는 타입의 에세이다. 번역자 노지양님도 엄청 고생하셨을듯. 어떻게 옮겨도 잘 읽히기 어려운 문장들 같던데.
하지만 텍사스의 복음주의 개신교 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필리핀계 캐나다 이민자 출신의 치어리더이자 티비쇼에 나간 우등생이 21세에 풍요로운 미국과 정반대 지역인 키르기즈스탄에 평화봉사단으로 갔던 경험을 털어놓는 3장부터 지아 톨렌티노에게 매료되었다. 몇 달 정도 였다지만 키르기즈스탄을 경험한 글쟁이이기에 균형감각을 갖췄다고 느꼈다.
다만, 굳이 잘 알지도 못하는 미국 셀럽들과 대중 이슈의 나열들에 끙끙대며 미국 80년대 후반생이 경험한 넷 트렌드와 페미니즘 이슈를 읽느니 이 분야에서 훨씬 앞서가고 있는 한국 90~00년대생들의 넷문화와 젠더 전쟁 이슈를 따라가는 게 더 유용한듯.
한국은 미국과 같은 폭넓은 다양성은 없지만 넷세상이 흘러가는 큰 방향에 대해서는 저열하고도 치열한 날 것 그대로의 전쟁터가 풀가동 중이니까. 카광의 디씨 만화와 유튭 채널만 봐도 뭐.
그리고 제7장 <우리는 올드 버지니아에서 왔다>를 읽으며, 지아 톨렌티노 자신도 롤링스톤의 조작기사에 휩쓸려 유사한 비판 기사를 썼을 것 같던데, 그렇다면 이 부분에 대해 사과없이 애매하게 넘어가도 되나 의문이 들더라.(관련기사를 썼는지 여부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뉘앙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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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쪽
소셜 미디어가 대체로 불만족스러워지는 건 꼭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야 우리는 순간적인 쾌락의 감각이 우리를 수쳐가길 희망하면서 몇 초만에 사라질 인정, 아부, 분노의 느낌을 갖기 위해 스크롤을 하고 또 하고 레버를 누르고 또 누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321쪽
그녀는 사십 대 초반의 경력이 탄탄한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롤링스톤>과 높은 연봉에 계약했다. 2년에 일곱 개의 특집 기사를 쓰는 것으로 3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
(글에 대해서 이렇게 높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시장이 부럽다.)
404쪽
어떤 여성이 페미니스트 아이콘이어야만 성차별에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신의 사리사욕에 관심이 있기에 성차별을 거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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