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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이름이 법이 될 때(2021)

독서일기/법률

by 태즈매니언 2022. 5. 11.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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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교통관련 행정입법의 세세한 한두 조항이나 대통령령, 부령에 행정규칙을 고치는 게 주업무라, 국회나 방송 등에서 넘쳐나는 변호사들의 모습을 먼 발치에서 구경하는 신영준씨가 인정한 '마이너 커리어 변호사'입니다.

 

이 마이너 커리어 변호사가 가장 존경하는 변호사님이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한 경험을 모아 <변론을 시작합니다>(2019)를 펴냈던 정혜진 변호사님입니다. 지금은 수원고법 국선전담 변호사로 계시네요.

 

작년에 <이름이 법이 될 때>라는 책을 내놓으신 걸 몰랐네요. 우리가 언론을 통해 들었던 일곱 명의 이름을 딴 별칭이 붙은 법안들이 나오게 된 과정을 취재하고 거쳤던 절차들과 고비를 요약한 책입니다.

 

 

15년의 기자 경력이 있는 분이기에 적임자이시긴 한데, 정작 이 법안들을 가지고 자기 이름값을 높인 법조인들은 다 어디로 가고 꼭 필요하지만 개인의 마음고생이 요구되는 일은 이런 사관(史官)이 하게 되는군요.

 

 

미비한 법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문제제기를 하고 여론을 조직해서 입법으로 성과를 얻어내는 '당사자 민주주의'의 모범적인 사례들이라고 보기에는 아쉬운 성과물들도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입법 절차는 지나치게 오래 걸렸으면서도 한참을 방치했다가 여론의 바람을 타고 졸속으로 처리되는 모습들이 비슷하게 반복됩니다.

 

저는 임세원법에서 고 임세원님의 유가족들이 보여준 모습들, 미혼부가 자녀를 출생신고하기 어려워 발생했던 여러 사례들, 세월호 실종자 유해수습을 위해 자원했던 심해잠수사들의 의로운 행위에 대한 관련 법들의 일그러진 예의, 세 꼭지가 특히 기억에 남네요.

 

아무래도 법률지식이 좀 필요하긴 하지만 변호사가 되어 잠시 돌아온 왕년의 배터랑 기자가 일곱 명의 이름이 법이 된 이유에 대해 가급적 축약해서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이라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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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쪽
 

임세원법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유가족이 그랬듯 우리도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환자'인 이들과 그 가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임세원 사건 가해자는 성장기 내내 가정 폭력과 학교 폭력을 당했다.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스물다섯 살에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 강제 입원되었지만, 퇴원 후 치료를 거부하며 폭력을 행사하고 무고한 의사를 살해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죄를 전혀 깨닫지 못했다. 치료와 멀어지면 자해 위험만큼이나 타인을 해할 위험도 커진다. 결국 표면적으로 제기된 의료진의 안전 문제는 결국 치료의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의료법 개정만을 기억하는 임세원법은 진정한 임세원법이 아니다.

 

217쪽

 

국가의 명령에 따라 구조 활동을 하다 부상을 입고 더 이상 잠수사로 생계를 이을 수 없게 되었다면 국가가 잠수사들의 부상을 치료해주고 그들이 입은 손실을 보상해주는 게 당연하다. 그러니 김관홍법은 어쩌면 발의 자체가 필요 없는 법이었다. 그러나 당시 수상구조법에는 수난구호업무에 종사하다 다친 이들에 대한 지원과 보상이 애매하게 규정되어 있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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