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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김영란의 헌법이야기(2021)

독서일기/법률

by 태즈매니언 2024. 2. 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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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법관에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소위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청탁금지법'을 입안했고, 전관예우를 마다하고 로스쿨 석좌교수로 적을 두고서 여러 책들을 펴내고 있는 김영란님의 책입니다.
고교시절 영국의 대헌장(1215)-미국 독립선언서(1776)-프랑스 인권선언(1789)-바이마르 헌법(1919)으로 이어지는 근대 입헌민주주의의 역사를 배우셨을 겁니다. 법률, 그 중에서도 헌법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입헌주의의 연혁과 기본권 보장의 역사, 권력분립주의를 배우면서 더 깊이있게 공부하셨을테고요.
개별 제헌혁명들에 대한 단행본이나 유명인의 이름을 내걸었을 뿐인 다이제스트 요약서들은 이미 많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주요 이정표인 역사적 사건에 대해 구어체로 연극처럼 현장감있게 보여주면서 흑백구도에서 벗어나 그 당시의 사람들의 생각들에 몰입하게 하는 점이네요.
저자는 이 책으로 지도자의 윤리적 탁월함을 찬양하고, 참주들의 타락함을 비난하면서 일종의 '정치교육'의 역할을 수행했던, 고대 그리스의 시민들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었던 노천극장 연극을 공연하는 듯한 역할을 하고자 의도했다고 합니다. 정치경제를 배우는 고교생 의 눈높이에 맞췄으니 성인용 일반교양서로도 충분하고요.
요즘처럼 민주주의나 입헌주의라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시기가 없는 것 같고, 앞으로 이 단어들의 무게는 더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는지라 민주주의 역사를 처음 공부하는 청소년의 자세로 보며 위안을 얻었습니다.
(그렇다고 희망같은 건 생기지 않았지만요.)
법 중에서도 가장 근본이 되는 헌법의 제정과정이 학자들의 설명이 계속 덧붙여져서 다듬어진 근엄한 스토리텔링이라기보다는, 당대 사람들의 욕망과 우연적 사건들의 칵테일로 빚어낸 양허계약(concession agreement)의 누적과 비슷하다는 점을 보여줘서 좋았고요.
다만, 대한민국의 헌법 제개정에 대한 제5장은 내용도 너무 소략하고 저자의 관점이 드러난 것도 아니라서 사족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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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고대철학을 전공한 미국의 학자 폴 우드러프의 저서 <최초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에서 통치의 핵심은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시민들은 정치지도자들이 완벽한 정치 지식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고 대신 그들에게 무지에 대하여 정직하기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무지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시민들이 논쟁을 통해 상반된 의견을 따져 본 다음 결정하면 된다고 했지요.
41쪽
지금과 같은 배심원 재판은 헨리 2세 때 민사재판에서 부분적으로 존재했다고 해요. 토지권과 관련된 민사재판 기록에서는 결투 대신 열두 명의 배심원들이 재판하는 제도를 선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열두 명의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결론을 정하는 방식이었지요.
134쪽
1691년 영국 정부가 매사추세츠를 왕령으로 바꾼 이후 13개 식민지 중 8개가 차례대로 왕령이 됩니다. 영국에서 식민지에 파견된 지사(governor)들은 식민지의 행정권을 갖고 있었지만 지사가 임명하는 이들로 구성되는 상원과, 지역의 대표들로 구성되는 하원으로 이루어지는 식민지 의회는 과세권과 예산지출권을 가지고 있었지요.
151쪽
사실 (버지니아주의 대표인 제임스) 매디슨은 회의가 열리기 전에 미리 버지니아주의 모든 대표와 사전 회의를 열어서 버지니아 플랜이라는 건의서를 만들었고, 회의가 6일째 되던 날 버지니아 주지사였던 에드먼드 랜돌프가 건의서를 제출합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1) 삼권분립과 2) 양원제를 채택하고 3) 입법부가 행정의 수반과 판사를 선출하며 4) 주의 인구와 세금 부담액에 비례해서 의회 의석수를 배정한다는 것이 중요한 골자였어요. 버지니아 플랜이 미리 쟁점 정리를 해 놓은 셈이지요. 이후 회의의 양상은 버지니아 플랜에 대한 찬반 의견 제출로 변해 갔고 반대 주장이 더 많았다고 하지만, 이 플랜은 결국 미국 헌법의 기본 골격이 됩니다. 훗날 미국 헌법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될 매디슨은 127일 동안 빠짐없이 회의에 참석하여 회의의 경과를 기록해 나갔지요. 127일간의 토론 끝에 1787년 9월 17일에는 대표들이 서명한 헌법 초안이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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