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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 줄레조/길혜연 역] 아파트 공화국(2007)

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by 태즈매니언 2022. 8. 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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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나온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네요. 출간 당시 제목 때문에 프랑스의 지리학자가 아파트 위주인 한국의 도시경관을 비판한 책으로 오해받았지만 실제로 이 책은 한국(정확하게는 서울)이 어떻게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중산층이 선호하는 주거양식이 되었는지를 탐구하여 이해하고자 하는 책입니다.

임대개념에 기초한 프랑스의 아파트 정책과 소유 개념에 기초한 아파트 정책이 서로 다른 계층, 서로 다른 목표를 지향했다는 점을 계속 보여주죠.

이 책 자체가 2003년에 저자가 프랑스에서 출간한 책에 2004~2005년의 현장 재조사 내용을 보완하여 출간해서 굳이 지금 찾아서 읽을 시의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파트가 어때서> 같은 국내 저자의 책이 있으니까요.

현장조사하고 인터뷰한 아파트단지들이 1994년 이전에 준공된 단지들이고, 서울지역보다 오히려 아파트 거주비율이 높아 70%를 상회하는 광주나 대구, 대전같은 지방의 아파트단지가 현장조사 대상에서 빠진 부분도 아쉬웠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최신식 아파트가 현대의 도시인들에게 보편적으로 인기있는 주거방식이고, 주택단지 자체가 박물관의 역할을 겸하고있는 유럽식 주택정책이 맞는지 유럽인들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제시대 영단주택부터 시작하는 서울의 주택정책과 아파트단지 개발의 역사를 외부인의 시각으로 보는 경험은 유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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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쪽

연구를 진행하면서 필자는 내 주제가 한국의 영구임대주택이나 위험지역 문제도 아닌, 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중산층 공간에 관한 것임을 프랑스 동료들에게 수도 없이 설명해야 했다.
프랑스 동료들과 독자들에게, 한국의 아파트단지가 어떤 의미에서 프랑스의 '그렁떵성블'이나 '씨떼'와는 정반대의 개념인가를 설명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모른다. 도시 형태는 운명적인 것이 아니며, 모든 것은 주어진 사회, 문화, 역사적 맥락 안에서 장소의 가치가 갖는 의미에 따라 좌우된다는 증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110쪽

(건설)대기업의 대부분이 자체 내에 설계 사무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역할은 아파트 건축에 필요한 전문 건축사의 서명을 취득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은이 한국아파트단지의 건축학적 궁핍을 통탄하면서 강조한 바와 같이, 1990년대말 아파트 한 호당 설계 비용은 2003년 기준으로 64,000원도 채 들지 않았다.

162쪽

1944년 조선주택영단이 설계한 '문화주택'은 목조 골조에 평평한 기와지붕으로 '반(semi)일본 반(semi)한국적'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마당을 생략하고 화장실과 목욕탕을 주택의 내부에 설치하는 등, 후에 한국의 아파트에 정착하게 된 여러 가지 요소를 전파했다. 거실, 식당, 부엌이 연걸되어 열려 있는 LDK원칙은 오늘날 모든 한국의 아파트 내부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239쪽

외양과는 달리 아파트단지는 한국 사회가 현대화로 돌입하면서 쏟아 낸 가장 독창적인 산물이자 매개체이자 상징물이다. 아파트단지는 한국 현대성의 한 척도이자 전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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