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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비] 건축가 : 빛과 선으로 삶을 그리는 사람(2020)

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by 태즈매니언 2022. 8. 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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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잡지들이 줄폐간하던 2011년에 광고를 하나도 싣지 않고 가격도 비싼 잡지가 하나 창간했습니다. 조수용 대표와 JOH가 만든 이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은 한 호에서 하나의 브랜드를 다루며 한글판과 같이 발간되는 영문판까지 널리 읽히는 성공한 잡지가 되었죠. 저도 몇 권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엔 <매거진 F>라는 한 호에 하나의 음식을 다루는 잡지도 나와서 <매거진 B>와 함께 한국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널리 소개하고 있네요.

<매거진 B>에서 직업을 주제로 하여 네 권의 책을 펴냈는데 이 책은 세 번째로 나왔습니다.

워낙 여러 사람들하고 협업을 해야해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고, 공간에 대한 감각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제가 해볼 수 있는 직업은 아니지만 건축가는 제게 참 매력적인 직업인 것 같아서 이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대학 진학 전 고교생의 마음으로 읽었네요.

편집자들이 어떤 기준으로 일곱 명의 인터뷰이를 선정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인터뷰이들 중에 건축가가 아닌 영화감독 겸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있고 각국의 다양한 건축가들의 생각을 모아줬네요.

차라리 대형빌딩, 브랜드샵과 같은 소형 상업공간, 공동주택, 단독주택, 공공건축물 등등으로 주로 설계하는 분야별로 인터뷰이를 섭외했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또, 건축에 대한 추상적인 관점보다는 직업인으로서의 건축가의 어려움과 생활, 리스크 등에 대한 내용이 적어서 조금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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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건축가와 영화감독은 굉장히 닮아 있어요. 영화감독의 상상 안에는 2시간 남짓의 집중된 스토리가 있고, 보통 좋은 건축가는 수년에 걸쳐 사차원의 상상을 펼치는데 뛰어나죠. 이차원에 불과한 면적에 시간을 더해 사차원으로 관점을 전환하면 그 안에서 숨쉬며 사는 사람이 보입니다. 면적을 기준으로 보면 낭비처럼 여겨지는 공간도 영화감독의 프레임처럼 입체적으로 바라보면 하나의 신(scene)으로 이해되고요. 좋은 건축의 '다름'이란 거기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21쪽

집을 직접 지어보면 자기의 삶을 아주 길게 보게 됩니다. 준비 없이 살다가 문득 장편 영화처럼 인생을 그려볼 시간이 주어지는 거죠. 재미있는 건, 도저히 구체적으로 정할 수 없을 때도 결정을 보류하는 지점이 공간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거예요. 그 또한 자기를 인지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7쪽

(존 포슨) 당신이 공간에 어떤 것을 놓느냐가 그 공간 자체를 바꾼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즉 '무엇'을 '어디'에 배치하느냐가 무척 중요합니다. 공간을 존중하지 않으면 공간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77쪽

(네임리스 건축 나은중-유소래) 한국의 중고등학교 건물은 기존 시스템이 너무 공고해서 새로운 설계를 하기 어려워요. 1960년대에 만들어진 표준설계도서가 있어서, 1996년까지 의무적으로 그 설계안을 따라야 했는데 지금까지 암묵적으로 이어져온 거죠.

178쪽

(아시자와 게이지) "가구는 내 영역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건 건축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죄를 짓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면서 어떻게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나요?" 하고 되묻게 되죠. 가구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말인즉 '생활'에 관한 흥미가 없다는 의미가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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