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세라 골드헤이건/윤제원 역] 공간혁명(2017)

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by 태즈매니언 2022. 9. 26. 00:56

본문

번역판 제목과 표지에서 자기계발서 느낌이 나네요. 미국의 건축평론가 세라 골드헤이건은 공간 디자인을 사치품이자 취향으로 문제로 보는 시각에 반대하며, 환경건축학과 뇌과학의 성과물들을 반영해서 '세상에는 더 나은 디자인의 건물과, 조경, 도시 경관이 필요하며 이런 공간들이 사람들의 신체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고, 더 높은 인지능력과 정서적 행복을 불러온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감수성이 발달되어야 할 만 7세부터 18세까지 12년 동안 일제시대 때와 똑같은 구조의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성인이 된 이후로도 층층히 쌓인 사각형의 닫힌 공간들로 이뤄진 지극히 기능적일 뿐인 사무실과 공동주택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과반수는 충분히 되는, 살아가는 장소의 디자인에 대한 사회의 기본적인 기대 수준 자체가 낮은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네요.

다만, 건축학과 신경과학이 융합된 신학문인 신경건축학의 성과들이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저자 자신이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인지 최신의 연구성과물들의 자세하기 소개하지 못하는 점과 번역자가 건축과 디자인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서인지 번역의 품질이 아쉽습니다.

주말이면 등산을 가거나 캠핑을 하거나, 색다른 공간체험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한국의 지루한 도시 공간을 제발 바꿨으면 싶은데,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신도시인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의 꼴을 보면 공공영역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제로로 보입니다.

-------------------------------------------------

219쪽

인간은 유전적으로 자연과 가까운 환경을 갈망하고 그런 환경에서 위안을 받는다. 개인의 성격이나 성별, 나이, 자라온 문화에 따라 자연에 대한 개인적, 전체적 성향이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인간이 '생물 친화적' 종으로 진화해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래서 자연에 마음이 끌리고 집과 사무실, 공동체가 자연과 연결된 느낌을 갖기를 원하는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는 자연 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지속하는 것을 행복한 삶이라고 여기도록 설계되어 있다.

331쪽

복잡성이 없는 패턴은 불쾌감을 안겨준다. (중략) 덴마크의 도시계획 전문가 얀 겔은 도시 경관 속을 걷는 보행자가 행복하려면 대략 5촌에 한 번씩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보게 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중략) 디자인을 할 때는 패턴에 반드시 복잡성을 가미해야 한다.

388쪽

풍성한 환경에 사는 쥐는 쳇바퀴만 있는 환경에서 사는 쥐보다 더 잘 지낸다.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높고 공간을 탐색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시각계의 기능도 더 뛰어나며 운동계와의 협응 능력도 더 좋다. 학습 능력(그리고 장기 기억에 저장하는 능력)도 뛰어나며 노화에 따른 뇌 인지 저하도 더 낮게 나타난다. 물론 인간은 설치류와 다른 면이 많다. 하지만 질 낮은 환경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 여러 능력이 계속해서 약화된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게다가 인간도 풍성한 환경이 제공하는 다양한 기회와 이익을 누릴수록 삶의 질이 향상된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