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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콜리어/윤승용, 윤세미 역] 약탈당하는 지구(2010)

독서일기/국제경제무역

by 태즈매니언 2022. 8. 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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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한 개발도상국들의 정치, 경제, 제도에 대해 연구하며 국제기구에서 이뤄지는 논의에도 활발하게 참여하신 폴 콜리어 옥스포드대학 교수의 2010년 책입니다.

개발도상국의 농어촌에 거주하거나 도시빈민인 소위 '밑바닥 10억'(the bottom billion)들이 빈곤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천착해온 저자는 <빈곤의 경제학>에서 밑바닥 국가들이 성장을 못하는 ‘네 가지의 덫'으로 '분쟁의 덫, 천연자원의 덫, 나쁜 이웃을 둔 내륙국의 덫, 작은 국가의 나쁜 거버넌스’을 꼽은 바 있습니다.

이 중에서 이 책은 '천연자원의 덫'을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사고실험이자 정책제안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저소득 빈곤국 중에서 자원부국은 한정되어 있지만, 알려진 자원부국 외에도 탐사와 상업적 농업투자를 통해 자연자원(1회성인 광물자원과 재생가능한 식생자원) 판매를 통해 올릴 수 있는 수입들이 상당하고, 이들 수입으로 빈곤국 국내 인프라에 투자해서 성장의 궤도에 올라타면 빈곤의 굴레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게 핵심 논지로 이해했습니다.

폴 콜리어 선생은 취약한 거버넌스가 자원의 저주를 불러온다며, 여러 연구자들의 주장을 인용하고 본인의 경험을 통해 이 거버넌스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가와 공무원들의 부패, 광물자원을 탐사 개발하는 자원개발기업과의 정보비대칭, 정치불안정으로 인한 민간사업자의 PPP 계약에 대한 신뢰부족, 등기제도 등의 토지소유권 제도 불비로 인한 사업지연 문제 등을 해결할만한 뚜렷한 방법이 제안되었다고 느껴지진 않네요.

전근대에 이미 상당한 수준의 행정력을 갖춘 국가가 존재했던 한국과 달리 '네이션 빌딩' 자체가 진행 중인 지역에서는 누구도 폴 콜리어 선생의 제안들을 실행할 권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게 문제니까요.

어족자원을 다루는 제3부 8장에서는 EEZ도 아닌 공해에 대한 어업권 배분의 관할을 UN이 행사하고, 이를 경매에 부치는 모델을 제안하는데, 집행기구가 없는 UN이 개별국가들처럼 어업쿼터의 준수 여부를 단속해서 제대로 실제로 굴러가게 할 수 있을지, 저는 못믿겠더군요.

제3부 제9장에서 탄소에 대한 배출권거래제보다 예를 들어 톤당 40USD처럼 전세계 국가들이 탄소배출에 대해 동일한 요율로 부과해야 한다는 제안도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해 보이지 않고요.

역시 자연자원에 의지한 경제성장은 국제시장에서 가격의 변동성이나 국내 정치의 문제로 쉽지 않고, 저자가 이전 책에서 서술한 것처럼 자원의 축복이 경제성장의 덫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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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쪽

후원국들은 마을 학교나 지역 보건소와 같이 사진 촬영에 어울리는 일들에 돈을 쓰기를 좋아한다. 또, 후원국이 지질 조사 비용을 지원하면 자선사업 NGO와 환경 NGO가 연합하여 비난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개발 기관이 이를 꺼린다. 하지만 탐사가 위험이 높다는 건 그만큼 이익도 크다는 의미다. 내가 알기로는 오직 중국만이 무료로 지질 조사를 지원하고 있다.

136쪽

노르웨이의 모델(국부펀드)은 모든 자원 수익을 저축하여 세계 금융 시장에 투자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하지만 저소득 국가가 이 모델을 따른다면 오늘날의 중요한 필요는 무시한 채 뉴욕 은행에 돈을 쌓아놓게 된다.

146쪽

중국 정부는 자원 채굴 회사 컨소시엄과 건설 회사, 그리고 원조를 끼워 팔았다. 다른 나라들도 같은 요소를 가지고 경매에 참여하면 된다. 일반적인 경매와 마찬가지로 채굴권을 놓고 돈 대신 조목조목 열거한 인프라 제안 명세서로 경쟁을 하는 것이다. 만약이 중국이 경매에서 이긴다면 그건 제일 좋은 제안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인들이 아프리카를 약탈한다고 비난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그들을 따라 했다면 더 효율적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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