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마크 레빈슨/최준영 역] 세계화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2020)

독서일기/국제경제무역

by 태즈매니언 2023. 8. 7. 22:28

본문

 
1956년 사업가 말콤 맥린이 창안한 컨테이너라는 혁신이 물류비용을 얼마나 줄이고 국제교역을 늘리는데 기여했는지에 대해 통찰한 <더 박스>의 저자 마크 레빈슨이 2020년에 낸 책이라기에 반가웠습니다. 원제도 귀엽게 <Outside The Box>!
다 읽고 나니 이 책을 2020년에 원서로 읽었더라면 더 감탄했겠다 싶네요. 코로나19 팬더믹, 미국과 중국 사이의 디커플링이나 다른 국제정치적인 변수가 없었더라도 상품 제조업의 세계화가 이룩한 전성기는 이미 지났고 다음의 서비스나 서비스와 결합된 무역이 주도하는 다음 물결이 오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주니까요.
 
마크 레빈슨은 우리가 ‘세계화’로 인식하는 그 세계화(국제무역)는 처음이 아니라 세 번째 파동이라는 내용을 주로 “통신과 운송”이라는 제약조건의 혁신을 통해 설명합니다. 18세기 후반의 산업혁명과 제국주의 시대를 1차 세계화로 보는 것인데요. 저라면 16-17세기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등의 요새화된 무역거점인 팩토리 시기를 1차 세계화로 볼테죠. 마크 레빈슨은 경제 저널리스트이니 학문적으로 주장하는 책은 아닙니다. 지금이 새로운 흐름이 오는 시기라는 메시지가 중요하죠.
번역자인 지구본연구소 최준영 박사님은 여러 가지 활동으로 바쁘신 분인데, 공역하셨던 <그리드>에 이어서 이 책이 지금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하셨기에 바쁜 시간을 내서 번역하신 게 아닐까 싶고요.
 
게임은 망해가는 것 같지만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어지는 한국의 웹툰/웹소설과 K-pop 등 엔터 산업이 보여주는 몇몇 서비스 산업의 세계화가 마크 레빈슨이 말한 다음 차례 세계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인 것 같습니다.
 
어지간한 물건은 다 갖고 있는 이들을 계속 욕망하게 만들고 일시적이나마 정서적 결핍을 채워주고 자아효능감을 주는 서비스들과 대형 돔구장에서 시간과 공간을 가둔 채로 현대판 샤먼처럼 매력의 주술을 거는 K아이돌들이 연일 낭보를 전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번에 오는 네 번째 세계화가 결국 사람이 일상을 보내는 실제 공간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한층 진화된 게임 세상과 같은 수단을 통해 대체시킬 수 있을 것인지 유보적입니다. 과밀화된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부동산에서 해방시켜줄 정도가 되어야 제4차 세계화라고 할만할텐데, 애플의 공간 컴퓨팅도 그런 시도는 아닌 것 같고요.
 
반쯤 미치광이처럼 느껴질 정도로 집요하고 까다로운 5천만 소비자, 하이엔드 정밀 제조업 노하우를 갖춘 수출규율이 체질화된 대기업들,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열망하면서도 쿨한 척할 수 있는 힙스터들이 갈고닦은 미감으로 빚어낸 ‘서비스가 결합된 제조업 제품(애플처럼)’을 만들어낼 한국 기업이 과연 어딜지 알고 싶네요. 왕창 손해 본 주식 투자 손실 좀 메꾸게 ㅠ.ㅠ
 
————————————
 
286쪽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것은 제3차 세계화 기간 동안 제조물의 가치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더 커졌다는 점이다. 인터넷 덕분에 다양한 서비스를 국제적으로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국내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 무역 정책은 결국 국내 서비스 산업에 피해를 주게 됐다.
(중략)
한 추정에 따르면 2009년에 지불된 관세의 30퍼센트는 제조 제품에 통합된 서비스 가치에 대한 것이었다.
 
344~346쪽
 
공산품의 비중이 감소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세상이 '늙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략)
공산품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는 또 다른 요인은 이들 공산품이 서비스로 전환된 것이다.
(중략)
공산품 시장을 재편하는 세 번째 힘은 더 작은 규모로 제조하는 것을 더 쉽게 만드는 기술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