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훈, 채상욱, 김현성님의 망한민국 시리즈 신간을 다 읽고 나니 ‘인구도, 도시도, 경제도, 미래도, 지금 세계는 모든 것이 축소되고 있다’는 이 책의 카피가 눈에 들어와서 보게 되었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여러 지역에서 주택공급과 도시계획 전문가로 일해온 저자의 경험들이 도움이 되었지만, 싱가폴-대만-한국의 초매운맛을 거의 실시간으로 귀동냥하는 제계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특히 축소되는 세계에서 특별날게 없는 소도시도 그럭저럭 규모와 매력을 유지해갈 수 있는 방법들로 제안하는 것들이 너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였습니다.
한국같은 국가를 50년 안에 독일같은 영방제 전통이 있는 국가처럼 개조하기 위해 바꿔나가기 위한 정책제안 모음집이랄까요. 이에 비하면 <울산 디스토피아>에서 제시된 방안들이 훨씬 구체적으로 고민한 제안들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리드 이탈처럼 미국같은 자연환경의 국가에나 맞고, 중공국의 물량에 맞서 네트워크화된 소규모제조업으로 경쟁하라는 뜬구름잡는 소리처럼 확 깨는 부분들이 거슬려서 괜찮은 부분들까지 묻히게 만드네요.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정에 있어서는 지자체의 자체세수가 20% 가량에 그친다는 점이 계속 비판을 받아봤는데, 차라리 지방소멸의 시대에는 이러한 세수배분 구조가 지자체의 유지를 위한 구명수단이 되어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자 앨런 말라흐가 비가역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3대 핵심요소로 적응적 리더쉽, 인적 자본, 탄탄한 기관(앵커 일자리제공자) 셋을 꼽던데, 망한 정치와 소모적인 입시교육, 퇴락해가는 지방산업단지를 보면 답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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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쪽
불가리아에서 1990년 이후 인구가 늘어난 도시는 3대 도시에 속하는 플로브디프, 바르나, 소피아뿐이다. 플로브디프와 바르나의 인구가 약간 늘어나고 소피아의 인구가 10만 명 넘게 증가한 시기에 불가리아 전체 인구는 200만 명 줄어들었다.
170쪽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는 일본 주택 중 50년 이상 된 집은 11%에 불과한 반면 미국에서는 이 수치가 37%에 달한다.
(중략)
1951년에 시작된 (일본) 전국 지적조사가 여전히 52%만 완성된 상태여서 일본 대부분의 지역에는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부동산 혹은 토지 경계 자료가 없다.
(중략)
2021년에 부동산 등기법이 개정돼 상속받은 부동산에 대해서는 등기를 의무화하는 작지만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다.
206쪽
영국법에 따라 지방 정부는 사회복지비 지출만큼은 유지해야 하는데 이 중 대부분은 노인 돌봄에 사용되기 때문에 각 도시는 다른 용도의 지출을 대폭 삭감할 수밖에 없었다.
(중략)
2018년이 되자 요크셔에 있는 작은 도시 반즐리시는 시 예산의 62%를 복지비에 지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22쪽
2000년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한 2017년까지 미국으로의 순이민은 연평균 100만 명에 가까웠다. 하지만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거의 절반 수준이 됐다.
(중략)
이민이 현재 수준보다 대폭 증가하지 않으면 미국의 인구는 지금부터 약 20년 후인 2040~2045년에 전반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404쪽
피해야할 덫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덫>이다. 물론 작은 것은 아름답다. 하지만 작은 것은 작다. 변화가 작게 시작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되려면 합리적인 시간 안에 합리적인 규모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곧 참여자와 관찰자 모두가 그 진전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빨리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다음 주까지 달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50년이 걸려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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