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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엽] 도시를 만드는 법(2022)

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by 태즈매니언 2022. 10. 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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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권의 올해의 책을 만났네요. 부동산에 대한 법제도들은 나라마다 다르다보니 국내 저자의 책들이 필요합니다. 업무적으로 도시교통 관련 법제도를 살펴보다보니 생각보다 국토계획법과 건축법을 같이 봐야하는 경우가 많았고요.

 

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이 살아가는 도시공간을 규율하는 도시계획과 건축에 관한 복잡한 법제도들을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깊이있게 설명해주면서 봉착한 문제들을 지적하는 책을 찾기는 쉽지 않더군요.

 

민간 디벨로퍼의 시각에서는 좀 오래되긴 했지만 박성식님의 <공간의 가치>(2015)를, 학자의 입장에서는 성대 건축학과 김지엽 교수님의 <도시를 만드는 법>(2022)을 추천합니다.

 

저같은 사람보다 건축이나 도시계획 전공자면서 현업을 하다가 법과 규제들에 부딪치면서 답답해하시는 분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이 책의 뼈대가 건축과 도시를 전공하는 학생들을 위해 개설된 <도시와 법>과목의 강의안이었다고 하니까요. 오래 일한 건축사님들이 가지는 강점이 이런 부분이겠다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저자 약력만 보고 원래 건축전공자셨고, 미국 로스쿨에서 JD를 따신 분이셔서 국내법에 대해 깊이있게 아실지 의구심이 들었는데 읽으면서 거듭 내용에 탄복했습니다. 학자로서의 연구실적에 들어가지도 않는 이 대중교양서를 만들기 위해 들이신 품을 보니 얼마나 성실하신 연구자일지 미루어 짐작하게 되네요.
 
어느 분야건 전달하려는 지식을 표와 그림, 인포그래픽 등으로 시각화해서 핵심을 보여주시는 분들을 높이 평가하는데 김지엽 교수님도 여기에 해당하는 분입니다.
 
도로분야 민간투자사업에 관해 업무를 하다보니 도로와 같은 도시계획시설의 입체개발을 좀 더 폭넓게 허용해야 정부나 지자체의 한정된 재원 제약에서 벗어나 우리가 사는 도시가 더 편리해지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던 터라 제7장의 내용이 특히 각별하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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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쪽
 
미국에서는 TDR(용적이양제)를 통해 어떤 토지의 용적을 이전했다면 그 내용이 등기에도 표시가 되어 누구나 그 토지의 현재 가치를 파악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안정된 법적 장치들을 바탕으로 미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TDR를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뉴욕시는 조닝의 실현 수단으로도 적극 확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결합건축이나 용적이양제와 같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등기제도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103쪽
 
전면공지와 마찬가지로 건축법에 의해 조성된 건물전면공간 역시 공적 영역인 보도나 차도와 직접 만나는 부분이기 때문에, 가로 경관과 가로공간의 질적 향상을 위해 매우 소중한 공간들이다. 그러나 전면공지와 달리 인센티브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토지소유자가 공공의 통행을 막는다 할지라도 토지소유권의 사용과 수익을 원천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그렇다고 많은 건물전면공간이 차단되거나 제대로 된 관리 없이 방치된다면 우리 도시의 가로환경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중략)
그동안 아무런 보상도 없이 실제 보도의 기능을 수행해온 건물전면공간에 대해 재산세 비과세 대상으로 인정해주는 것도 고민해 볼만 하다.
 
225쪽
 
홍대 앞을 비롯해서 가로수길, 경리단길, 해방촌, 연남동, 샤로수길 등 최근까지 '뜬' 서울 여러 동네의 대부분이 제2종 일반주거지역이다. 반면 신도시의 상업지역은 획일화되고 개성 없는 대형 건물에 각종 상업용도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건물 입면은 간판으로 뒤덮여 있다. 주거지역에서 상업화된 가로보다 매력이 없는 이유이다.
주거지역이 상업화되기 쉬운 이유 중 하나가 주거지역에서 허용되는 근린생활시설이 상업을 포함한 거의 모든 용도를 포함하고 있 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당초 '편리한 주거지역'을 조성하기 위해 지정된 일반주거지역의 근린생활시설은 상업지역에 입지할 수 있는 시설과 차별성이 없어졌다.
 
229쪽
 
상업지역도 마찬가지이다. 강남의 테헤란로, 종로와 인사동, 익선동에 이르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 상업지역들이 모두 똑같이 '일반상업지역'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용도지역제의 가장 큰 한계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건축물의 밀도밖에 제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290쪽
 
일본이나 미국 등은 도로의 상하부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음에 반해,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도로의 상하부 활용에 많은 제약이 있다. 몇 년 전 이에 대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도로의 입체적 활용을 위한 법률' 등 관련 법률 제정이 시도된 적이 있다.
(중략)
결국 법제정이 무산되었다. 국공유재산에 사권설정을 허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국공유재산법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을 변경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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