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김미리]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2022)

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by 태즈매니언 2022. 12. 9. 22:17

본문

 
 
제 직장 특성상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일이 몰리다보니 요새 여유가 없네요. 애용하는 서점 앱 화면에서 이 책의 표지를 봤는데 제목인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와 시골집 풍경에 매료되서 바로 주문했네요.
10년차 온라인쇼핑몰 패션MD였던 30대 여성이 충남 금산의 작은마을에 있는 한옥 폐가를 텃밭과 마당이 있는 주말주택으로 고쳐서 5도2촌 생활을 하는 에세이입니다.
도쿄에 사는 바바 미오리 가족의 5도2촌 생활을 담은 <주말엔 시골생활>(2015)의 한국 버전인 셈이죠. 김제에서 귀촌생활을 하는 MBC 최별PD의 유튜브 채널 '오느른'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세종시에 살다보니 굳이 세컨하우스까지는 필요 없어서 농막을 선택했지만, 만약에 저도 서울에 직장과 거주지가 있었다면 저자 김미리님처럼 이렇게 시골농가주택을 취향에 맞는 공간으로 꾸며 5도2촌 생활을 했을 것 같습니다.
집에서 집으로의 2박3일 일정 취재기인 프롤로그로 시작해서 봄/여름/가을/겨울의 농가주택 이야기들, 시골집을 찾는 독자와 시골집을 고치려는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조언과 5도2촌 생활에 대한 Q&A로 마무리 짓는 구성에 감탄했습니다. 체험과 정서의 균형도 적절하고요. 좋은 글을 쓰는 작가님이 성실하고 뛰어난 편집자분들을 만나서 만들어진 책이라는 걸 느꼈네요.
저자께서 '수풀사이로'란 닉네임으로 인스타그램을 활발하게 하신다는 걸 알게되서 바로 팔로잉을 시작했습니다.
--------------------------------------------------
124쪽
수확은 늘 기쁘지만 특히 가을 수확의 손맛이 가장 좋다. 배추와 무, 당근 같은 가을 작물을 수확할 때 말이다. 힘을 주어 당기면 묵직한 게 땅속에서 툭, 하고 끊어져 나와 내 손에 안기는 느낌이 든다. 땅과 연결되어 있던 것이 나에게로 옮겨오는 기분이다.
138쪽
공통점이 하나 없는 할머니와의 대화가 즐거운 이유는 서로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9남매를 키워내며 평생 이 마을에서 살아온 팔순의 할머니와 어느 날 도망치듯 시골로 숨어든 30대의 나. 우리가 다른 것은 당연했다. 빤히 같은 걸 보고 들으며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이상할 게 없었다. 그래서 우리의 대화에는 항상 물음표가 많다. 서로의 다름을 궁금해하고 신기해하며 던지는 물음표다. 어떤 이야기가 이어지든 맞고 틀린 게 없다.
152쪽
여름에 우리 집 마당을 찾아왔던 작은 고양이는 두 계절도 채우지 못하고 떠나갔다. 살고 죽는 것처럼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알면서도 이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엄청난 무력감에 휩싸인다. 그렇지만 희망이를 보내며 생각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분명하니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더욱 마음을 쓰며 살면 좋겠다고.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