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2023)

수면의학을 다룬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이후로 의학교양서를 안읽었는데 모처럼 제게 꼭 필요한 책을 읽게 되었네요.

작년 건강검진 때 각종 수치가 정상치의 최상단을 찍으면서 경각심을 가졌던 것 같은데, 제 생활습관은 아무런 변화도 없네요. 운동은 전혀 안하면서 식사도 밥 한 톨, 국물 한 숟갈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비우고 있거든요. 술자리는 주 2회에 매번 2~3차까지 하면서 늦은 밤까지 스마트폰을 잡고 사느라 수면시간도 늘 부족합니다.

43세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아지니 건강한 노후를 위해 더 늦기 전에 준비해야겠다 싶어서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싶었던 차에 박한슬님의 추천글을 읽다가 '가속노화'란 단어가 제 눈에 훅 들어왔습니다. 전 노년내과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불행한 노년기를 일찍 초대하는 가속노화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소비자본주의가 권하는 쾌락중독에서 벗어나서 내재역량을 계발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불교의 수양이론과 비슷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최대한 많이 걸어다니고, 작은 고통을 피하려는 잘못된 습관의 보상체계를 바로 잡으며, 충분한 잠을 자고 저당질의 균형잡힌 식사를 하고 술이나 담배같은 일시적 쾌락의 번뇌에서 벗어나 마음건강을 챙기면 된다는 메시지는 뻔해 보이지만 전문가답게 인용하는 내용들이 신뢰성있고 충실합니다. 미국노인병학회의 4M이라는 건 그다지 직관적이 않지만요.

이 책덕분에 국가에서 무료로 국민들의 체력상태를 점검해주고 체력증진을 위한 상담을 해주는 <국민체력100 체력인증센터>를 전국 곳곳에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웹사이트에서 예약을 한 다음에 인증센터로 가서 약 30분 테스트를 하고 30분간 상담을 받았습니다. 인바디 수치도 67/100로 하위권이고(비만이라 예상은 했지만 ㅠ.ㅠ), 6개 체력측정 항목 중 겨우 2개만 평균 수준이고 나머지 항목들은 하위 3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저질체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네요. 계속 이력관리를 해주니 두세 달에 한 번씩 인바디와 체력검사를 받아보고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팀원들에게 명절선물로 술을 주곤 했는데 이번에는 이 책을 선물하기로 마음 먹고 열 권 넘게 주문했네요. 다 같이 노화에 현명하게 대처해나갔으면 해서요.

다만 전작인 <지속가능한 나이듦>의 목차를 보면 거의 비슷한 내용인듯 한데 왜 거의 1년만에 이 책을 또 내셨는지는 좀 의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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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쪽

펜타닐 같은 합성마약에 중독되지 않으려면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 수밖에 없듯, 단순당과 정제곡물도 피하는 수밖에 없다. 술은 어떨까? 섭취 직후 혈당을 올리지 않는다는 것만 빼면 단순당, 정제곡물과 완벽하게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단순당, 정제곡물, 술은 가속노화 체형을 만드는 고성능 연료다. 따라서 이 세 가지를 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식사의 기본이다.

186쪽

고위험 음주(한 번 술자리에서 맥주 다섯 캔 이상)에 빠진 한국 40대 남성이 60대까지 해당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같은 또래보다 치매 발병을 12년 앞당기는 결말을 맞는다. 적은 음주량도 뇌 가속노화를 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