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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노시타 히토시/윤정구, 조희정 역] 마을 만들기 환상(2021)

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by 태즈매니언 2023. 4. 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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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과하게 요란하긴 하지만 20년 이상 일본의 마을만들기 사업에 참여해왔던 전문가의 합리적인 조언이네요. 도시의 인구들이 지방으로 유턴하리라는 기대를 '환상'이라고 잘라말하면서 시작하니 더 신뢰가 갔습니다. 일본의 사례지만 지명과 용어만 바꾸면 한국의 마을만들기 사업, 지역재생 사업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다 읽고나니 다른 지역의 성공사례를 모델로 따라하려는 교부금/보조금 사업에 예산과 인력, 관심을 소모하지 말자. 지역의 자원과 인재가 시도한 개인 혹은 소규모 팀 단위의 사업을 안정적으로 안착시킨 앵커 스토어의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앵커스토어와 창업자가 의욕넘치는 사람들과 연계된 창업을 촉진시키고 지자체는 선순환 구조를 조력하는 점-선-면(쉽지 않겠지만)의 흐름으로 가자는 것이 정공법이라는 메시지가 남네요.

예를 들어 충남지역에서 지역재생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공주시의 원도심인 제민천 인근 지역을 보면,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취미로 차에 대해 오래 공부해온 석미경님께서, 1995년 공주대 교수로 부임한 남편 분과 함께 이주해옵니다. 석미경님은 차 문화공간을 열망하다가 공주의 제민천 인근 40평 대지에 있는 10평 한옥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한옥에 대한 이해가 깊은 전문가인 노은주-임형남 건축사 부부에게 설계를 맡겨 2013년 홍차전문 까페 <루치아의 뜰>을 개업합니다.

이런 앵커스토어가 몇 개 더 생기고, 2005년 제정된 고도육성법에 따라 공주시가 경주ㆍ부여ㆍ익산과 함께 특별법에 따른 육성사업 지원을 받는 도시가 되고, 2015년부터 역사문화환경 특별보존지구·보존육성지구에 한옥을 짓거나 대수선할 때 1억 원이 넘는 비용을 지원해주는 한옥지원 사업으로 원도심의 경관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수도권에서 살다가 문화 불모지 세베리아로 하방당한 이주인구들이 중심이 된 세종시 주민들의 방문 수요도 상권 활성화를 조력했지요.

아직은 꾸준히 수익을 거두는 로컬 제조업과 서비스업 가게들이 부족해보이지만, 그래도 공주시 제민천 인근의 원도심은 이 책의 관점에 따르면 제대로 굴러가는 지역재생 사례인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주민들이 지역 정체성이 희박한 세종시에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앵커 스토어의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고민하는 주민이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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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쪽

전국이 지역재생정책으로 필요 없는 예산 획득을 위해 밤새우며 몰입하는 경쟁구조 속에서 적절한 결단을 한 지자체도 있다. 인구 3만 7,000명으로 근래 5년간 인구변화가 거의 없는 후쿠오카시 우미정은 지역재생 관련 교부금 신청을 포기했다.
(중략)
불필요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직원에게 일을 맡기면 더 중요한 지역정책에 쓸 인력이 없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71쪽

젊은 여성이 지역을 떠나 도쿄로 향하는 이유는 '됴쿄가 매력적'이어서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여성에게 폐쇄적이고 성장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은 치안이 좋지 않고 무섭다' , '원하는 거주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115쪽

마을에서 새로운 가게가 망했다는 식의 실패 실적이 쌓이면 쌓일수록 결국 마을 주민에게도 손해라는 것을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결국 응원은 그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과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다.

160쪽

환상에 연연하여 정체하는 지역에 가면 바로 알 수 있는 것은 이야기 대부분이 '옛날이야기'이라는 것이다.
(중략)
그러나 앞을 내다보는 지역주민은 압도적으로 '미래이야기'를 한다. '우리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를 예상하며 그에 대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과거와 문제를 말하는 것은 간단한 것이지만 미래의 꿈을 말하는 것은 평소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다. 꿈에는 자신의 주체적인 생각이 담겨 있고 거기에 동기 부여가 없으면 전달되지 않는다. 미래의 꿈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 실현을 위해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즉 적절한 협력자를 형성하려고 꿈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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