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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2021)

독서일기/사회학

by 태즈매니언 2023. 1. 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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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의 전혜원 기자님은 좋은 분석기사를 많이 쓰셔서 친숙해진 이름인데, 이렇게 2018년부터 쓴 주요 노동기사들을 재정리해서 책으로 묶어 내셨네요.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 외에는 노동문제에 있어서 무슨 일을 했는지 생각나지 않는 지난 정부와 아예 노동3권에 대해 적대적인 이번 정부가 방치하고 있는 지난 5년 사이에 도도한 ‘숙련의 해체‘ 흐름이 야기한 우리 사회의 노동문제를 짚어보기 좋은 책이네요. 솔루션이 나오진 않습니다.
이미 지겹게 들은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노동문제의 전체적인 상황을 조망하는 건 의미가 있으니까요. 그래도 지난 5년 동안 몇 발자국은 나간 분야가 있고 답보상태인 곳도 있다는 걸 알겠어요.
다만, 제가 10년 전 공공기관 취업을 결정할 때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거라 예상해서 성벽 안으로 들어왔고, 결국 제 예상대로 되었으니 무슨 말을 더 얹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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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쪽
여전히 변형된 형태의 ‘사납금’으로밖에 노동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법인택시 회사들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법인택시 노동조합이 그토록 요구해왔던 월급제는, 기술의 통제만 있으면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는 것이 ‘타다’ 서비스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기사가 어디에 있는지, 손님의 콜을 수락했는지, 심지어는 몇 초만에 수락했는지까제 통제할 수 있다면, 월급을 시급으로 주어도 문제가 없다.
263쪽
한국은 노동조합이 정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노동자들이 ‘정년 연장 반대 시위’에 나선다. 이 차이는 왜 발생할까?
정년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정년은 ’강제로 고용계약을 종료시키는 나이‘를 뜻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에서 정년은, 고용 여부와 관계없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와 연동된다. 노동자의 권리 개념이다. 정부가 정년을 늦추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도 따라서 늦춰진다. 이때 정년 연장은 ’연금을 받지 말고 더 일하라‘는 의미가 된다.
273쪽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 “한국의 노조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처우 개선의 원리로 내세우면서도, 이 원리를 내정한 유일한 임금체계가 직무급이라는 말은 안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노동’이 ‘직무’를 의미한다는 것은 그냥 상식이다.
287쪽
지금까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만 주장되어 왔다. 지난 20년간 성과는 별로 없었다. 그렇다면 노조의 최대 강령(모든 사람을 정규직화해 연공급을 주자)은 어렵다고 겸허하게 인정하고 현실에서 더 잘 작동가능란 구체적인 대안을 궁리해야 한다. 예컨대 원하청이나 같은 기업 내 무기계약직, 기간제 노동자가 하는 일을 분석해서, ‘이 업종에서 이 정도 숙련이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은 얼마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기준을 노조가 사측에 요구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은 단순명료하지 읺고 복잡하고 공치 아프고 지저분해 보이겠지만, 그런 일을 노조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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