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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계영] 차가운 평화의 시대(2022)

독서일기/국제정치

by 태즈매니언 2023. 1. 1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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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직장이 속한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대한민국의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는 정출연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선임연구위원 최계영님이 쓰신 이 책에 대해 페친님들의 추천이 이어져서 저도 사보게 되었습니다.

미중경쟁에 대한 책들이야 이미 여러 권의 책이 나왔고, 투키디데스 함정을 기술패권 경쟁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미국의 국가전략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새로울지 살짝 걱정을 하면서 책을 폈지요.

제3장까지 약 110페이지 정도를 읽었을 때는 이건 뭐 외신 보도와 국제기구의 브리프 자료를 편집에서 만든 책인가 싶어서 살짝 싸했습니다. 그런데 제4장부터 제가 단편적으로 접했던 국제정치 동향과 기술패권에 영향을 주는 '컴퓨팅 스텍'에 대한 설명을 엮어 서서히 빌드업을 합니다. 최근에 <반도체 삼국지>를 읽은 덕분에 중반부까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지만 그냥 그렇군 정도였고요.

7~10부에서는 저자께서 보여주시는 '컴퓨팅 스텍'에서의 미중 패권 경쟁의 전선과 격차가 읽히면서 흥미로워졌습니다. 전세계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에서 미국이 저 정도로까지 압도적인 우위인줄 몰랐는데, 클라우드 시장도 승자독식 경향이 엄청 크군요.

제10장 중국의 전략 : 방어적 지구전과 마지막 제11장에서의 명확한 견해 제시는 소신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는 설령 예측이 틀리더라도 이런 분이 좋더라구요.

공동부유론을 내세워서 빅테크 기업들에게서 삥을 뜯어내고 정보통제로 키워낸 소분홍 애국주의 청년들의 여론을 동원하더라도 인민들이 영끌한 부동산 가치 유지와 코로나로 박살난 일자리 복구에 실패한다면 재취업의 기회를 잡기 힘든 중국 중장년 세대가 시진핑을 계속 참아줄지 의문입니다. 분단된 한국의 80년대와 같은 전시체제를 일부러 만들지 않는 이상은요.

발주처인 공무원들의 눈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제약이 있긴 하지만 출연연의 브리프들이 국민들에게 최신의 동향들을 언론보도보다는 차분하게 볼 수 있게 돕는 자료로 꽤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문해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리 어려운 정도는 아니니까요. 내부 부서별로 중구난방으로 나오기보다는 가장 모범적인 국회입법조사처의 <이슈와 논점>처럼 브리프들이 기관 별로 하나씩만 발행하면 인지도와 구독자수가 올라가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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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쪽

인공지능이란 일종의 '프로그램의 자동화'라고 할 수 있는데

265쪽

'차가운 평화' 시대의 봉쇄는 상대방의 점진적 약화, 장기적 몰락을 추구하는 장기전이지만 과거 냉전시대와 같은 전반적인 경제적 교류의 단절이 아닌, 선택적 분야에서의 기술패권 경쟁이고 더 혁신적이고 성장하는 국가를 향한 경쟁, 통제가 최소화된 사회의 우월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봉쇄 전략의 요체는 자국 산업의 육성과 우방국과의 기술동맹 강화, 상대방 배제를 결합하여 반대 진영과의 탈동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302쪽

글러볼 혁신 투자 추세에서의 이탈, 즉 스타트업 벤처투자에서의 서구와 탈동조화는 중국의 경제성장이나 기술패권 추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303쪽

공동부유론이 추구하는 성장과 분배 간으 조화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중앙의 통제와 명령이 초래하는 비효율성은 차치하더라도, 통제하는 측과 통제당하는 측간의 유착은 통제자의 정책도구인 분야별 산업 챔피언들을 진정한 경쟁에서 멀어지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정책 우선 순위에 따라 분야별로 육성되는 국가 챔피언은 혁신 경쟁보다는 정부 협조의 대가, 즉 지대(rent)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은데, 지대 철폐야 말로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312쪽

우리나라는 상호의존성 무기화를 이미 두 차례나 경험하였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는 함께 서구진영에 속한 국가로부터의 제재이고, 중국의 한한령은 기술패권과는 관계가 없는 영역에서의 교류 제한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경험은 특이하다.
(중략)
박쥐는 박쥐 취급을 받는 것이 세상 이치인 것이다. 자본, 노동과 같은 전통적 생산요소에 의존한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기술동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를 잘 활용하여 미국 서구 중심의 기술동맹 추세에 편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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