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딱 나무 심을 철이네요. 작년 가을엔 호박과 참외를 심을 1년생 작물용 트렐리스를 만들었고, 올해는 포도나무가 울타리처럼 올라갈 트렐리스를 만들 차례입니다.
야외에 차를 주차해두면 봄부터 가을까지는 차 안이 찜통이 되서 그늘이 좀 필요했고 농사시설이어야 하니 대안이 없더라구요. 지난번에는 개당 7천 원쯤 하는 토목현장용 투바이 두치세치 각재를 샀는데 저렴한 대신에 제가 샌딩도 해야하고 휘어진게 너무 많아서 이번엔 개당 1만 원주고 그냥 샌딩된 38mm*90mm 방부목을 샀습니다. 진작 이럴 걸. 철물에 오일스테인, 피스못 등을 샀더니 55만원이 넘네요.
포도나무는 네 그루를 생각했는데 이웃집 김선생님께서 2년생 캠벨 포도나무 두 그루를 파서 주신다고 하셔서, 나머지 두 그루는 청포도나 머루포도 중 뭘 살까 고민했습니다. 신뢰의 아이콘 코스트코에서 머루포도 묘목을 팔길래 바로 그걸로 결정.
작년에 고사한 유실수 세 그루를 채워야 하는데, 굳이 멀리 묘목사러 갈 필요가 없더군요. 제 밭에서 1.5km 떨어진 곳에 공주산림조합 묘목시장이 개장해서 묘목과 꽃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앵두나무, 석류나무(공주의 추위에서 버텨낼지)를 샀고 집에 놓을 꽃도 좀 샀네요.
날씨가 좋으니 백봉오자매와 청계자매들이 대중목욕탕처럼 줄을 서서 모래목욕을 하고 있더군요.
뿌리가 마르기 전에 사온 앵두와 석류 묘목들부터 부리나케 심었습니다. 이젠 봄이 되었으니 유실수를 덮었던 검정비닐은 아예 걷어버렸네요. 앞으로 제 밭에서 멀칭 비닐은 안보고 싶습니다. ㅠ.ㅠ
알줍해보니 청계들이 알을 잘 낳는군요. 자유를 찾아 탈출한 암탉이 올리브 에거(olive egger)는 아니어서 다행이에요. 포란을 잘하는 백봉이가 청계를 품고 있는 모습이 웃겼습니다.
건자재상에서 사온 방부목이 휘기 전에 흑단색 오일스테인을 발라주고, 좀 말린 다음에 절단 없이 3,660m 그대로 포도나무 트렐리스 구조를 짰습니다.
다음 주말에 밭으로 놀러오는 분들이 계셔서 지붕부터 만들도 함께 뒤집어 세우려고요.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훨씬 편하니까요. 높이가 너무 높은 것 같기도 하지만 고정식 온실을 비추는 남향 햇살을 좀 줄여야 하고, 포도 서리꾼을 막으려고 높게 만들려고 하는데, 작업할 때마다 저도 사다리를 써야해서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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