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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권] 전길남, 연결의 탄생(2022)

독서일기/인물

by 태즈매니언 2023. 3. 27.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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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해보니 지난 2월 21일 이후로 책을 한 권도 안읽었더군요. 제 책이 나오고 지난 한 달 동안 새로운 경험들을 많이 해보고 기뻐하며 보내다보니 들떠있는 상태여서 웹툰과 웹소설이 아닌 장시간의 몰입이 필요한 독서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쉬다보니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망설이다가 다시 일주일을 보냈고요.

제가 굳이 '한국의 인터넷 구축과 관련 산업의 발전을 10년은 앞당겼다.'라는 찬사를 듣는 분의 평전을 읽을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작년에 나왔을 때 워낙 많은 페친님들께서 인상적인 책으로 꼽으셨길래 기억해뒀었는데 과연 추천이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 올해의 책 리스트로 올려봅니다.

 


저는 애플을 창업한 두 명의 스티브 중 자서전 <스티브 워즈니악>(iWoz)로 만났던 워즈니악에게 훨씬 매료되었습니다. 물론 기업을 거대하게 키우고 산업을 창조해낸 사업가들이 더 대단한 명망을 얻는 것이 당연하지만, 한 개인의 서사와 통찰력을 접할 때면 비록 책으로 접한 것이지만 마치 사랑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드니까요.

1980년대에 정출연 박사들이 숱한 악조건에서 이뤄낸 실적들은 무협소설보다 더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지요. 우리나라의 독특한 시스템인 정부 혹은 지자체 출연연구기관 시스템이 낳은 최상의 성공사례를 보면서 미세먼지처럼 작아지는 제 모습이 부끄럽긴 했습니다.

실리콘 밸리의 IT산업 초창기 역사 말고도, IMF 직후의 상황에서 여러 선진국들을 넘어선 무서운 속도로 보급되었던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와 산업들이 어떤 개인과 랩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연구를 할 수 있게 정책적으로 지원한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서 행복한 독서였네요.

비록 저는 도저히 따라갈 엄두가 안나지만, 연구기관 종사자들이 개인의 성취와 유연하면서 성과를 내는 연구조직을 꾸리고 유지해나가는 원동력에 대해서도 도움을 얻을 수 있었고요.

7년 동안 인터뷰만 50회 이상 진행하면서 전길남 평전이라고 할만한 이 책을 써주신 IT 전문 저널리스트 구본권 작가님의 수고에도 감사드립니다.

이런 책이 더 널리 읽히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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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쪽

연구실이 배출한 1호 박사인 이동만 카이스트 교수는 전길남이 경쟁 없는 분야에서 새로운 문제와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스스로 다그친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전길남 박사는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기본적으로 이방이었다. 인맥, 학맥, 지연이 뿌리 깊은 한국 사회에서 자신 외에는 의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남다른 수준의 탁월함을 증명해야 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극한으로 벌휘해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국제적 네트워크와 지식을 잘 활용해 강점을 극대화하고 활요하는 법을 잘 알았다. 전 박사는 우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판단해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했다."

328쪽

(전길남) "각 부문에서 주요한 문제에 대해서 자발적으로 책임감을 느끼는 선두 그룹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집단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책임감과 자율성이 기반입니다. 부문마다 리딩 그룹이 있는데 그 리딩 그룹에서 먼저 책임감을 느끼고 움직여야 다른 그룹들도 따라갑니다. 이런 과정에서 자기 분야에 대한 자부심이 없으면 어렵다고 봅니다."

362쪽

(전길남) "특별한 조건을 기반으로 했던 카이스트의 실험은 40년간 했으면 이제 끝내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만약 우리 사회가 인정한다면 몇십 년 더 할 수도 있지만, 이게 '실험 중'이라는 것을 모른 체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카이스트 실험은 이제 끝났다."라고 누군가 논문을 써야 하는 것이지요. 그 합의가 이루어지면 실험은 끝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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