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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워즈니악/장석훈 역] 스티브 워즈니악(2006)

독서일기/인물

by 태즈매니언 2019. 8. 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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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혼자서 애플 I과 애플 II 컴퓨터를 만들어낸 하드웨어 엔지니어이자 프로그래머 스티브 워즈니악. 굳이 스티브 잡스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개인용 컴퓨터라는 개념을 최초로 현실로 구현해낸 위대한 인물이다. 거의 혼자서 제품 개발을 담당했던 워즈니악(이하 '워즈'라고 함)이 없었더라면 스티브 잡스도 없었다고 할 정도로.

 

이 책은 워즈가 55세에 기자의 도움을 받아서 쓴 자서전이다. 원제는 . 제목과 표지 모두 마음에 든다. 절판 상태라 흐뭇하기도 하고. 상단의 이름을 무지개컬러로 표기한 센스~ 하단의 애플 마크는 예전의 무지개색 사과로 해주시지. ㅎㅎ

어떻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혼자서 다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쭈욱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풀린다. 워즈의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성장의 디딤돌이 된 것이니. 엄청난 기억력의 소유자이자 솔직한 워즈덕분에 애플이라는 회사에 대해서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워즈는 애플 컴퓨터의 성공으로 인해 포드자동차 이래 가장 성공적인 기업공개를 성취한 백만장자였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명의 사람에게도 지시를 내리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스탁옵션을 받을 기회가 없었던 일반 직원들에게 자신의 지분을 저렴하게 매각해서 부자가 될 기회를 줬었다.

 

사람을 잘 믿는 선하고 순수한(그래서 남들에게 이용당하기도 쉬운) 천재 엔지니어는 어떻게 생각하고 일하는가에 대한 정보만큼, 개인용 컴퓨터가 태동하던 시기 (지금의)실리콘밸리의 풍경들도 담겨있다.

 

아버지가 워즈에게 끼친 영향과 그를 통해서 워즈가 배우고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이 어린 자녀들을 둔 부모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고.

 

보통 자서전은 자신의 치부를 숨기고, 사실관계를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워즈가 쓴 이 자서전은 '사람들은 도대체 왜 거짓말을 하지?'에 대한 의문을 지금도 풀지 못한 듯한 솔직함이 느껴졌다.

 

월터 아이작슨의 전기 <스티브 잡스>를 읽으신 분들은 교차확인을 위해 이 책도 함께 보시면 좋을 듯. 다 보고나니 잡스와 워즈가 5년 터울로 다녔던 쿠퍼티노의 홈스테드 고등학교에 한 번 구경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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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쪽

 

사람들은 인내심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것 같다.
(중략)
나는 결과물에 그리 초초해하지 않으면서 내가 놓인 상황에 집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완벽하게 일하는 법을 배웠다. 오늘날 엔지니어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태도를 갖추기 어렵다. 애플과 다른 여러 곳에서 일하면서 나는 앞 단계를 무시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는 무모한 사람들을 참 많이 보았다. 그렇게 해서는 일이 될 수 없다. 이는 매우 분명하면서도 간단한 인지발달의 원리다.

 

61쪽

 

내 생각에 가장 진리에 가까운 것은 아버지가 내게 심어준 가장 중요한 윤리적 관념이라고 할 수 있는 논리학이었다. 논리가 바로 사실이다. 나는 인간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를 진리라고 보았고, 엔지니어가 하는 계산은 인간이 진실에 입각해서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일종의 징표라고 여겼다.

 

181쪽

 

우리(1975년 홈브루 컴퓨터 클럽에 모인 사람들)는 컴퓨터가 집안의 전등을 끄고 켜는 일처럼 기발한 데도 쓰일 것이라 생각했다. 당장은 그런 일이 없겠지만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변하리라. 딱히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그렇게 되리라 믿었다.

 

199쪽

 

1975년 6월 29일 일요일. 그때 나는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몰랐다. 역사상 처음으로 키보드로 글자를 쳐서 눈앞의 스크린에 띄우는 일이 얼마나 획기적인 일이었는지를.

 

351쪽

 

엔지니어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세상이 갖고 있는 그레이 스케일의 특징을 더 제대로 보고 잘 받아들인다. 이는 그들이 이미 그레이 스케일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할지라도 어떤 것이 만들어질지 미리 감지하거나 무엇이 가능할지 머리속에 그려 보는 이들이 엔지니어다. 게다가 엔지니어는 양 극단의 가치 사이에서 적절한 해법을 계산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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