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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한] 응답하라 포니원(1986, 2023)

독서일기/에세이(한국)

by 태즈매니언 2023. 7. 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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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에 나와 화제가 되었던 <포니를 만든 별난 한국인들>이 저자 강명한님의 아들 강태호(한때 현대차 울산연구소에서 외장설계 담당자로 근무..)님이 윤문해서 재출간한 책이라길래 바로 샀습니다.
저자 강명한님은 기계공학 엔지니어로 1973년 현대자동차 엔진부장으로 입사해 1980년까지 울산공장 공장장으로 근무하셨던 분입니다.
본인이 맡았던 분야 위주로 쓰셨는데 미쓰비시 자동차의 기술전수가 초기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가감없이 서술한 부분들을 보니 과장이 없는 담백한 성품이 넉넉하게 짐작되서 신뢰가 갔습니다.
저는 절대 이런 사람이 못되지만 이런 에세이들은 가슴을 뛰게 하는 매력이 있지요. 흰개미떼로 비하되긴 했지만 직원들이 사업보국의 신념을 품고 일할 때의 집중력과 태도가 얼마나 놀라웠는지를 보며 50년 전 앞세대들의 사생관을 이해해보려고 해봅니다.
특히 매혹되는 부분이 리더가 어떤 사람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일을 맡겼을 때 (물론 실패 사례도 많겠지만) 얻을 수 있었던 놀라운 성취였습니다.
삼권분립 제도처럼 최악의 리스크를 회피하기 의해 부서를 나누고 정례 위원회를 운영하고 점검과 평가 절차를 추가하면서 책임을 잘게 쪼개면 사람도 잘아져서 위대한 일을 해내긴 어렵다는 생각이 굳어지네요.
참고로 도산공원 사거리 앞에 있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강남을 방문하시면 10월 8일까지 무료로 <포니의 시간> 전시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포니1, 포니2, 포니2 픽업과 왜건은 물론 양산되지 못한 걸작 포니 쿠페의 컨셉트 카 등등 눈요기 거리가 참 많으니 추천드려요.
(단종된 i40의 후속으로 포니 왜건 같은 차가 나와줬으면 ㅠ.ㅠ)
현대자동차가 어느새 헤리티지를 축척한 브랜드가 되었다는 실감과 함께 2023년에 보는 1973년은, 1973년에 1923년 시절을 보는 것과 같은 반세기라는 데 잠깐 충격도 받았습니다.
왜 공대에서 전화기가 각광을 받았고, (내연기관) 자동차제조업을 기계공학의 꽃이라고 하는지 그 매력을 맛볼 수 있게 해준 좋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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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1956년 무렵) 인천의 한국기계, 부산의 조선공사, 영등포의 대한중기, 진해의 해군공창을 제외힌 나머지는 모두 작은 가내 수공업 철공소 수준이어서 공대생이 실습할 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59쪽
무엇이든 제대로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우선하여, 가르침을 주는 사람의 언어부터 미리 습득해 두는 것이 수업의 첫 단계가 될 것이다. 그저 손쉽고 편하게만 배우려는 욕심에, 비전공 번역자에 의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어설프게 자국어로 번역된 글을 통해 성급하게 배우려 하다 보먄, 자칫 정확한 근본 원리를 깨우치는 데에 실패하기가 쉽다.
211쪽
“내가 무엇인가 질문하면 항상 돌아오는 답변은 ‘포드에서는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미쓰비시에서는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하고 그 근거를 말하는 사람이 없어. 그러니 남들과 비슷한 제품을 만들고는 있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 실제로는 항상 원본보다 더 못한 걸 만든다는 걸 아는가?”
238쪽
결국 자동차의 경쟁력은 다음 두 가지에서 생길 수밖에 없다. 첫째, 작업자 1인당 생산성을 얼마나 더 올릴 수 있느냐와, 둘째, 얼마나 정확하게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예견하고, 얼마나 신속하게 소비자들의 개성애 맞는 다양한 옵션을 가진 좋은 제품을 만들어 그들에 더가가서 많은 수요를 끌어낼 수 있는가 하는, 기획 및 관리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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