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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복] 남의 나라 흑역사(2021)

독서일기/유럽

by 태즈매니언 2023. 8. 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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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신문을 볼 때 가장 열심히 봤던 TV편성표 다음으로 흥미로웠던 기사들은 국명과 지명도 생경한 곳에서 벌어진 기상천외한 사건 소식을 전하는 해외토픽 코너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수십년 치 해외토픽들을 들춰보는 느낌이네요. 그리고 1990년대 중반에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히트했던 폴임의 <책속의 책>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신빙성이 떨어지는 이야기가 많았던 그 책의 단점은 빼고요.

유명한 역사적 사건들이 아니라 그리 주목받지 못한 뒷배경이나 조연들을 순간포착한 스냅 사진들을 모은 사진집에 배경설명을 덧붙인 이야기들이 쭉 열거되어 있습니다.

제 취향에는 앞뒤의 배경설명들이 좀 더 길게 이어지면 좋겠다 싶어 아쉬웠지만, 이런 점을 좋아하실 분들도 있으실테죠.

두 번째 챕터인 19세기 후반의 채찍을 든 유지니 기유 수녀님의 이야기가 이 책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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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쪽

영국의 경우, 1500년 이전까지는 가정 내 거의 모든 여자가 맥주 양조법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에일을 만드는 부인(alewife)이라는 단어가 생긴 것이다. 이때 점차 노하우를 쌓고 이웃과 같이 만들고 하면서 잉여 맥주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걸 팔아보자!
바로 주막의 탄생이다. 주모들은 '마케팅'을 위해서 뾰족한 모자를 썼다. 대체로 여자들이 남자보다 키가 작으니 거리나 술집에서 누구에게 주문해야 할지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주막임을 표시하기 위해 이들은 문 앞에다가 맥주 만들 때 휘젓는 빗자루 비슷한 막대기를 걸어놓았다.
당연히 고양이는 필수다. 귀중한 곡물을 쥐에게 뺏기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교회는 주모를 악마화시켰다.

302쪽

러시아 디저트 중에 '카르토시카'라는 게 있다. 직역하면 '감자'라는 의미인데, 이게 이름처럼 감자는 아니다. 남은 빵, 케이크, 과자, 코코아푸더로 만든 맛있는 디저트로, 만든 모양이 감자 같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당시 소련은 식재료 함량, 사용량, 잔여량 등을 모두 문서로 남겼기에, 처벌을 피하기 위해 남은 재료를 활용해 나온 디저트가 카르토시카였다.

318쪽

현대 이탈리아의 통일 운동을 볼 때, 이탈리아의 통일에는 전혀 다른 문화권인 남부와 북부를 인위적으로 합쳐서 나오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남부의 마피아는 남부의 치안과 질서를 지키려는 노력의 산실이었다. 여기에 중산층(부르주아)의 친목 모임 프리메이슨도 한몫했고 말이다.
나라를 합치려던 무솔리니는 마피아는 물론이고 프리메이슨도 싫어했다. 이에 '비밀결사' 회원은 정당 가입을 아예 못하게 만들어서 정부에 들어올 수 없게 법으로 금지시키는데, 사실 현대의 이탈리아 헌법에도 무솔리니 조항은 그대로 남아 있다. 비밀결서의 정부 참여를 금지하는 헌법 제18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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