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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관] 수리수리 집수리(2019)

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by 태즈매니언 2023. 8. 1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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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과반수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특히 대도시 도심에서는 집의 낡음이 수리의 대상이 아니라 낡음을 증명함으로써 아파트와의 교환수단이 되니 '집수리'는 점점 낡고 생경하게 들리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공무소처럼 실용적으로 집을 수리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가끔 대수선이나 개축을 건축사에게 의뢰해서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설계를 맡은 건물에 대해 직접 시공팀까지 섭외해서 시공까지 맡는 건축사가 계시는지 몰랐네요.

더구나 상대적으로 설계비 보수가 후한 걸로 알고 있는 교회건축물 설계로 업력을 쌓으신 분이 말이죠.

일반적으로 오래된 주택을 대수선, 개축하는 경우에는 신축보다 공사비용이 더 나온다고 알고 있습니다. 오래된 집에 가족들의 특별한 추억이 있다거나, 구도심 내 지적불합지인 경우, 아니면 강화된 건축법규로 인해 부수고 신축을 할 경우 건축면적에서 손해를 많이 보는 경우가 아니라면요. 그러니 클래식카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자동차 수리점처럼 특수한 분야로 봐야겠지요.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아예 없던 집을 지어주는 것보다 오래된 집을 바꿔주는 데 돈을 더 달라고 납득하기 어려워 하고, 또 설계사와 시공자의 입장에서도 외관만 보고는 파악하기 힘든 구조나, 예상 못했던 시공상의 어려움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집을 맡는데 추가적인 부담도 있어서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기 어려운 영역같습니다.
그런데 60대도 젊은이로 느껴지는 7~80대 현장 시공인력들의 연령과 그 분들의 행태(?)를 보니 앞으로 고급 단독주택 말고 이렇게 낡은 집들을 우아하게 고쳐짓고 싶은 분들은 마감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스스로 목공과 미장 기술을 익히시는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회건축연구소에 관심이 가시는 분들을 위해 홈페이지와 영상 하나를 링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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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쪽
고민 끝에 율리아(건축주)가 단계별로 재계약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계약서를 제안했다. 재계약의 단계는 이렇다.
설계 계약-실측-구상-기본 설계-세부 설계-감리
말하자면 한꺼번에 모든 단계를 포함하는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매 단계마다 건축가를 중간평가할 수 있는 것이었다.
110쪽
"건축은 문장과 같습니다. 문장을 이루는 품사들은 저마다 용처가 다릅니다. 당신이 지적한 연탄재가 있는 곳은 계단의 시작이자 욕실의 입구이며 마무를 오르는 첫 단이기도 합니다. 이 세 가지 기능을 동일한 높이로 맞추라는 것은 문장을 해체하고 단어만 한 줄로 나열하자는 것과 같습니다. (후략)"
185쪽
주택가 동네로 이사 와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원래'이다. '당신이 없던 시절에 이미 정해진'의 뜻으로 사용되는 이 말은 동네 물정을 모르는 사람에게 마치 예전부터 내려온 동네 법처럼 말하고 싶을 때 애용된다.
325쪽
"안녕히 계세요. 이제 찾지도, 떠올리지도, 부르지도 마십시오. 굿바이."
'넌더리가 난다'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를 무렵에야 집수리가 끝났다.
"어딜 가세요. 집이 아직 안 끝났는데."
"다 끝났어요."
"하자보수 하셔야죠."
337쪽
"내가 지을 수 없다면 설계를 할 수 없습니다."라며 일곱 번의 겨울과 여덟 번의 여름을 집수리하며 사는 동안 내가 설계한 집은 남의 손에 맡기지 않았고, 내가 지을 수 없던 집은 설계를 맡지 않았다. 이유는, 설계를 마치면 감리라는 방식을 통해서만 집에 관여할 수 있는 기존 건축 시스템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이 만들어진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중략)
지금의 제도는 규격화된 아파트에서라면 몰라도 낡고 오래된 집을 구석구석 살펴가며 매만지듯 만들어야 하는 집수리에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였다.

 

 

https://moohoi.com/

 

무회건축연구소 – 집수리. 리모델링. 건축가 김재관. 수리수리집수리.

 

moohoi.com

 

https://www.youtube.com/watch?v=2h4SIMprWq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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