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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켄스케/강영조] 건축 콤페(2022)

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by 태즈매니언 2024. 1. 1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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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문외한들이 건축사들의 영역인 일본의 건축 콤페(Competition)에 대한 책을 읽는게 무슨 흥미를 줄지 의문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건축 콤페‘라는 설계에 대한 현상공모는 제한/공개 경쟁으로 진행되고, 유명 문학상처럼 무명의 건축사를 업계의 스타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등용문처럼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근대 건축의 역사가 나름 긴 일본의 공공건축물 설계 현상공모 사례들을 되짚어보니 이러한 건축 홈페의 이상과 달리 ‘페어플레이’의 조건을 갖춘 콤페가 거의 없고, 응모작들에 대한 선정기준, 응모작/당선작에 대한 저작권, 설계감리 및 실시설계 기회 미부여 등 문제가 많더라군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처럼 희귀한 파랑새를 찾은 경우가 과연 얼마나 있을지.
공정성을 명분으로 건축주의 역할을 대신하는 업계 전문가라는 심사위원들을 과연 신뢰해도 될지. 이 건 어느 판이건 심사위원 풀이 좁은 전문직 영역에서 유사한 것 같습니다.
프리츠커상 수상자들도 많고 한국건축에 비하면 여러모로 선진적이라는 일본의 사례가 이 정도라니. 예전에 실력있는 신진/중견 건축사들 중에 현상공모에 응모하지 않는 분들이 많다고 들은걸 보면 우리나라는 더 심하면 심할테고요.
어느 분야건 응모기준을 최대한 명확하게 작성하고, 출품된 응모작들을 공개(+저작권 보장)하고, 심사위원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모두 공개한다면 콤페의 공정성은 자연스럽게 확보되지 않을까요?
‘알 권리‘로 귀결되는 셈인데, 예를 들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최대한 자세한 양형기준을 만들어서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법원에 제츨되는 공방서면들은 원칙적으로 누구나 볼 수 있게 만들고, 판결서 역시 모두 공개되면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올라가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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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건축가의 작품이 온전히 존중되지 못하고 제멋대로 이용되고, 원안과 다르게 건물이 지어진다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건 정당화된다면 콤페에 달려드는 건축가는 루어에 매달린 물고기 같은 처지가 된다. ‘그러려면 뭐하러 콤페를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32쪽
현재 히로시마에 있는 ‘평화기념 카톨릭 성당’은 무라노 토고가 설계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 콤페는 심사위원이 자기가 설계를 하고 싶어서 일부러 1등 당선작을 내지 않았다는 셈이 되어 건축계에서 ‘의혹’으로 남고 말았다.
56쪽
콤페 심사위원이 되어 달라는 의뢰를 받고 나서, 그 콤페의 공모 지침과 내용을 검토하고 납득을 한 다음에 수락을 하는 사람이나 먼저 수락을 하고 나서 지침이 발표되기 전에 그 내용의 수정을 요구한다거나 주문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143쪽
건축주와 함께 설계안을 만들면 누구라도 어느 정도는 만들 수 있다. 요컨대 흠잡을 데 없는 설계안이 1등이 되었을 때 낙선자들은 다들 실망한다.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 콤페다.
170쪽
콤페의 경우, 응모지침이 발표되고 질의응답이 있고 그래도 의견표명을 하고 싶으면 설계안으로 해야 한다. 그 이상은 없다. 만약 당선작 발표 다음에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 인정되면 콤페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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