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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개] 드루이드가 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2023)

독서일기/식물

by 태즈매니언 2023. 10. 5.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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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에 친구가 추천한 심리학 교양서 한 권을 읽은 이후로 어떤 책도 읽지 못했습니다. 일이 바빠서 그런 건 아니고 매일 무료로 풀린 웹툰과 웹소설 연재분을 보고 나면 책을 읽고 싶다는 의욕이 안들더군요.

2016년 이렇게 책 권태기가 왔을 때 제가 애정하는 브롬톤 자전거에 관한 <시작은 브롬톤>을 읽고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 책이 구원자가 되어주네요.
네이버 까페 <모두가 초록에 진심>(모초진)의 대표운영자인 드루개님께서 2회의 텀블벅 북펀딩을 거쳐 정식 출판한 이 책더군요.

한 번에 주욱 읽었어도 좋았지만 은 주로 볕이 드는 창문 안쪽에서 화분을 키우고자하는 한국의 실내 가드너들이 상비약처럼 비치했으면 싶을 정도로 빼어난 실용서였습니다.

더 빨리 더 많은 수확량을 올리는 것이 목적인 농업이나 빠르게 번식해서 '지금' 건강하고 예쁜 상태에서 파는 게 중요한 화훼산업과 취미 실내 가드닝은 식물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메시지가 가장 인상적이었네요.

통념과 다르게 원예용 흙을 쓴다면 자갈같은 별도의 배수층은 불필요하고, 소위 '천연' 또는 '친환경' 살충제가 일반 농약보다 리스크가 많아 실익이 없다는 내용을 조근조근 설명해주는 부분도 참 좋았습니다.

책을 보고서 저도 두 가지 팁을 배워서 바로 써먹었네요.

첫째는 집 거실에 있는 테이블야자 화분이 요새온 잎끝마름이 광량 부족으로 증산작용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 잎이 노폐물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라는 걸 알고 볕이 잘 들고 바람길인 남향 거실창 앞으로 옮겨줬습니다.

 


둘째는 부부침실의 발코니 공간에서 키우는 화분 중에 북서쪽 코너에서 키우던 로즈마리 화분만 계속 잎이 말라죽어 가는 원인을 몰랐는데, 책을 보니 로즈마리처럼 향기물질을 발산하는 식물은 자기가 발산하는 휘발성 물질에 질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통풍이 잘되는 거실창과 발코니 출입문 바로 앞의 바람길로 자리를 옮겨줬지요.

 


이런 실용적인 지식들이 참 많지만 가이드북이라는 표현보다는 우리가 키우는 식물들과 어느 정도 의사를 주고받으며 식물을 이해하도록 돕는 식물 언어와 의사소통에 관한 책이라고 보고 싶네요.

 



당연히 제 '올해의 책' 리스트에 올라갈 책이고요. 실용서를 써봤고, 육아를 해본 적이 없는 제 입장에서는 잘 쓴 육아서적이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00페이지 안쪽의 적당한 분량 덕분에 실내 가드닝에 대한 전반적인 기초를 쌓기에 좋습니다. 그래서 발코니나 테라스 혹은 실내에서 작게 식물을 키우는 견습 드루이드로 입문했거나, 입문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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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쪽

알고 보면 그것은 서로 같아지려는 노력입니다. 뿌리와 잎은 언제나 1:1. 더 나은 것이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더 부족한 쪽이 기준이 됩니다. 이게 식물이 우리의 곁에서 살아가는 방식이에요.

그리고 그것은 식물 키우기의 처음과 끝이기도 합니다.

161쪽

빗물에 녹아 있는 질소의 양은 질소비료를 물에 3,000배로 희석한 것과 비슷합니다. 따라서 식물의 잎이 7일 이상 빗물을 계속 맞게 되거나 뿌리가 3일 이상 빗물을 흡수하게 되면 질소 과잉으로 웃자라며, 세포벽이 약해져 벌레와 박테리아의 공격에 쉽게 노출됩니다.

170쪽

화분의 식물에 심각한 과습 장해가 발생했다면 흙을 털어내거나 뿌리를 말리는 대신 물을 주세요. 신선한 물로 흙 속의 오래된 물이 밖으로 밀려 나오도록 해주세요. 그러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물을 주어야 할수도 있습니다.

192쪽

이렇게 생각하면 좋아요. 무기질은 식물에 주는 양분이며, 유기질은 흙에 주는 양분입니다. 흙과 식물의 생명을 함께 유지하고 싶다면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어야 합니다.

208쪽

우리가 흙으로 사용하는 '상토'와 '배양토'는 일반 토양보다 양이온 치환 능력이라고 부르는 양분 저장 능력이 월등히 높습니다. 약 150배 가량 차이가 나요.

381쪽

우리는 친환경 약제 또는 천연 유래 약제라고 판매하는 수많은 상품을 농약보다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더 안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규제와 감독, 감시를 받아야 하는 '농약'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냥 벌레를 죽이는 약, 살충제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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