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책에 대해서 독후감을 쓸 때도 많지만, 제 감상을 꾸며서 쓴 적은 없었습니다. 정확히 표현은 못하더라도 소개하는 책이 왜 괜찮은지, 아니면 별로인지 밝히려고 노력해왔고요.
하지만 교통정책을 연구하는 일로 월급을 받아 생활하고 있고, 특히 도로분야 민간투자사업과 관계된 법정기관에서 일하는 상황에서 제가 이 책에 대해서는 감상을 솔직하게 쓰기는 어렵네요.
아직 제 관점이 뚜렷하게 서있지도 않고, 제가 어떻게 쓰더라도 받아들이는 업계 분들 입장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 책은 꼭 소개하고 싶습니다. 제 올해의 책 명단에 넣는 건 물론이고요.
교통정책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정치적인 속성이 있다고 해서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현재의 방법론이 특정한 이익단체에 편향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전문가가 제시한 결과물이 '엉터리'라는 비난을 받게되는 원인을 들여다보고 재발을 막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야 하는 상황인 건 맞습니다.
저는 故조중래 교수님에 대해 전혀 몰랐었지만 서울시정개발연(현 서울연구원)에서 1995년에 국내 최초로 실증 교통량 조사인 가구통행실태조사를 수행했고, 직접 교통수요예측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던 분이시더군요.
(故조영래 변호사님의 막내동생이자, 래퍼 매드클라운의 부친이셨던데 이 책에서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안하셔서 나중에 알았습니다.)
은퇴 후 교통과 관련된 시민운동에 참여하시려던 차에 암이 재발해서 2022년 5월에 돌아가시기 전에 교통정책분야의 시민단체인 공공교통네트워크의 김상철님, 교통철학 연구자 전현우님 두 분과 네 번의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여러 분야의 공공정책 중에서도 핌피와 같은 지역이기주의 관점 외에는 시민들의 공론장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교통시설투자' 분야에 이렇게 친절한 전문가의 설명이 담긴 최대한 쉽게 설명하시는데 읽으면서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존경할만한 업계의 대가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교통시설투자평가지침, 교통수요예측 4단계 모형, 민간투자사업의 추진절차, 미시경제학 정도에 대해 알아야 이 책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지 않나 싶긴하네요.)
비록 故조중래 교수님과 생각이 다른 부분이 많이 드러나긴 했지만 전현우님께서 쓰신 에필로그도 저는 좋았습니다.
그리고 엮은이들이 철도 및 대중교통시설 투자의 편익이 저평가되고 있는 문제점과 관련해서 故조중래 교수님의 2019년 PPT 발표문을 책에 포함해준 것도 감사합니다. 비용절감접근법의 한계와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소비자잉여접근법에 대한 설명이 제게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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